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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안의 풍수의 세계

[풍수인문학] 생활문화 속에 뿌리박은 역(易)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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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이웃과 사회를 바라봐야 도약 가능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새해, 무술년 2018년을 두고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개띠(戊戌)’의 해라며 언론과 역학자들은 열을 올린다. 좋은 띠의 의미를 찾아 출산율과 관련지으려는 언론의 기사들이 식상할 만도 하지만 매년 되풀이된다. 마찬가지로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의 운세를 예측하는 다양한 예언과 예지들, 토정비결과 한 해의 신수풀이를 위해 운명의 카운슬러들을 찾아 순례하는 통과의례들이 반복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풍경들이다.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은 500년 명문가들의 자존심이었다.”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하늘을 공경하며 거행해 온 제천의식이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濊)의 무천(舞天)이었다. 고대국가의 형태가 완비되면서부터는 사직(社稷)과 종묘(宗廟)가 기준이 됐고 국가경영과 관련해 원구(圜丘)·방택(方澤)·농업(先農壇)·잠업(先蠶壇) 등의 제례들도 갖춰졌다. 이런 하늘에 대한 관념이 조상숭배로 이어져 일상생활의 원리로서의 가정의례로 제도화된 것이 제례였다. 조상의 제사를 받드는 일을 봉사(奉祀), 봉제사(奉祭祀)라고 한다. 유교적 관념에서의 조상숭배관념과 관련한 제사의례는 일반적으로 관(冠), 혼(婚), 상(喪)에 관련한 통과의례와 더불어 사례(四禮)라고 부르면서 중요하게 여겨왔다.


제사를 받들어 지내는 봉사(奉祀) 대상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는데, 신분에 따라 차등이 있었다. 벼슬이 높을수록 더 윗대 조상까지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조선 초기에만 하더라도 1품 이상은 3대, 7품 이상은 2대 봉사, 일반 서민은 부모 제사만 지낼 수 있었다.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누구를 가릴 것 없이 4대 봉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1969년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해 2대조까지만 봉사하고, 성묘는 ‘제수를 마련하지 않거나 간소하게 한다’고 공표한 바 있지만 오늘날에도 고조부까지 4대봉사를 하는 집안이 많은 실정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제사 풍속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명절 상차림’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명절이 지나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이혼’신청 접수 통계는 오늘날 다양한 생활의례와 전통문화와의 갈등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일상생활에서의 의례를 둘러싼 갈등들이 삶의 본질적인 측면들과 맞닿아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제사형식의 ‘간소화’와 ‘횟수’를 줄이거나, 여러 제사를 ‘통합’해서 지내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조상의 기운이 후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기감응(同氣感應)의 전통적 논리에서는 비판의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복(祈福)화되고 박제화된 의례의 측면보다는 제사의 본래적인 의미로서의 조상에 대한 ‘효(孝)’의 관념에 주목하고, 대부분의 가례서 에서 언급하고 있는 ‘家家禮(집안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의 기준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변화상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큰 질책의 빌미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엘리아데(M.Eliade)에 의하면 “신년제는 거의 모든 인도․유럽민족에서도 발견”되며, “이집트인과 히브리인에서까지 발견되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의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상징적인 보신각의 타종을 기념으로 수많은 지역과 단체, 산과 바다에서의 해맞이 카운트다운은 방송과 더불어 생중계된다. 표준시간에 따른 양력 1월 1일이 새해의 기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전근대사회에서는 입춘(立春)이 새해의 기준이었다. 입춘부적을 출입문에 바르며, 액을 멀리하고 복(福)과 안녕이 오기를 바라는 기원으로 이어진다. 또한 매의 형상에 세 개의 머리로 된 상상의 새, ‘삼두일족응(三頭一足鷹)’이라고 불리는 부적은 단골메뉴이다. 마치 매의 사나운 주둥이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물-불-바람으로 인한 삼재(三災)의 액운을 쪼아서 없앨 수 있다는 주술적 의미가 부여되어 오늘날에도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 기운(氣)의 흐름을 중시하는 역(易)의 논리에서는 양(陽)의 기운이 처음 시작되는 동지(冬至)를 음기의 끝이자 새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동짓날을 ‘애기 설날’로 부른다. 동지시간에 맞춰 양의 기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붉은 팥죽을 끓인다. 팥죽을 뿌리며 잡귀들과 액을 막아내고 복을 부를 수 있다는 민간의례가 수 천 년을 전해내려 온 것에서 부양억음(扶陽抑陰, 음기를 누르고 양기를 중시)하는 전통사회의 인식론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다. 사물이 극에 도달하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논리는 일상에서 사회구조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역(易)의 사회학적 적용’의 핵심키워드다.


하지만 민초들의 생활세계에서 ‘공인된’ 새해는 여전히 음력 1월 1일, ‘설날’이다. 우리의 생활세계에서는 이 날을 기준으로 새해가 된다. 세배와 차례를 통해 공식적인 한 해를 시작한다. 1989년에야 다시 설날이라는 명칭을 되찾게 되었다지만, 지난날에는 ‘양력설 지내기 운동’까지 벌이며 근대적 시간, 양력으로의 대체를 도모한 바 있다. 그러나 양력과 음력의 대립은 마치 전통성과 근대성의 갈등양상으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수천 년 동안의 자연적인 리듬과 일상생활, 습속에 뿌리박은 생활문화를 바꾸지는 못했다.


규범이나 법이 인위적인 사회규범 중 가장 강력한 체계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도 자연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고려해서 만든 역법(曆法)과 생활세계에 뿌리박은 리듬과 관습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일상의 의례와 생활습속은 규범적 체계보다도 오히려 더 강한 구속력과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다. 동양의 고전 시경에서는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그 몸을 누인다(草上之風草必偃)”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나는 것을(誰知風中草復立)” 이라는 절묘한 비유를 통해 이런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민초들의 생활세계에서 작동하고 있는 민습적인 원리가 규범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과거나 현재나 동시대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보편적 생활원리인 것이다.


“생활문화에서 작동하고 있는 역(易, 음양오행)의 원리는 사회학의 핵심키워드”

삶과 일상에 대한 시간의 학문이 운명론(사주팔자)이라 한다면, 공간구조에 대한 인식의 체계화가 풍수지리의 영역에 해당한다. 천문(天)·지리(地)·인사(人)의 영역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상호 연계돼 있는 복합총체인 것이다. 공식이나 정답을 찾아내려는 방식으로 술수의 세계에 접어드는 강호학문의 지망자들이 좌절을 겪게 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믿음과 맹목의 영역에서는 자기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진정한 자기성찰의 무기, 자기 스스로를 돌아봄으로써 남과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관점이 있어야만 한 단계 넘어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삶’과 ‘학문’과 ‘성찰성’이 만나는 접점에서 얻을 수 있는 풍수미학의 핵심논리, ‘균형적 조화의 미(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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