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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같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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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 <쓰리 빌보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범인을 잡지 못한 딸의 살인 사건에 세상의 관심이 사라지자 밀드레드는 마을 외곽 도로의 방치된 광고판에 메시지를 전한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75회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 각본상을 비롯한 4관왕으로 최다 수상작이 됐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영화는 미주리 주 외곽의 에빙이라는 시골 마을 자동차 도로 세 개의 광고판에 도발적인 문구가 올라오면서 시작된다. 그것은 잔인한 성폭행 살해로 딸은 잃은 엄마 밀드레드가 무능한 경찰서장을 비난하는 문구다. 미디어가 이 광고판을 보도하고 밀드레드를 인터뷰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경찰서장은 훌륭한 인품에 동정까지 받을만한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마마보이인 경찰 딕슨은 광고주와 그녀의 친구를 협박하며 광고를 내리려는 전방위적 압력을 가한다. 전남편과 아들 또한 그녀의 고집을 탐탁지 않아 한다.

밀드레드의 고독한 싸움은 절제된 연기와 연출로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는 피해자가 그 피해에 대한 분노를 계속 표현하고 그 분노로 평화가 위협받을 때 집단이 어떤 식으로 폭력을 가하는지,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란 사실상 동정 그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사실, 계층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집단 감정 등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쓰리 빌보드>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분노와 혐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제시한다. 모두가 상처를 입는데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분노 대상은 실체가 없다. 사람들은 이 때 대리 대상을 찾는다.

상처 투성이의 세상

상처는 있는데 미워할 대상이 없다는 현실의 고통을 이 영화는 그 구조 자체로 관객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전형화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 어떤 인물도 전형화되지 않는다. 모두가 더 들여다보면 사람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선과 악이 없다’는 표현 그 이상이다. 소수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가지면서도 그들을 혐오하는 자들까지 혐오하지 않는 감독의 경지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최고의 작가이기도 한 마틴 맥도나 감독은 <킬러들의 도시> <세븐 싸이코패스> 등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직접 대본을 썼다. 특유의 허를 찌르는 유머와 입체적인 캐릭터도 여전하다.

속죄양은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속죄양의 처단이라는 역할은 현대의 대중문화의 중요 기능 중 하나가 됐다. 복합적이고 불분명한 분노와 불만을 분명한 책임이 있는 악역에 미움을 모두 전가하고 그 악역이 처단당하는 것을 보는 행위는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비록 그들이 처단당하지 않더라도 혐오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위안은 우리를 황폐하게 만들고 상처를 더욱 널리 전파시키기만 할 뿐이지만. 연예인의 도덕적 잘못에 과도한 비난을 하거나, 집단들끼리 혐오가 심화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상처가 많다는 뜻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미국 사회의 증오를 반영했지만 우리 사회의 현상 또한 설명이 되는 작품이다.

독보적 캐릭터와 연기

대리 처단으로 인한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이 영화는 보다 건강한 위안을 관객에게 전한다. 분노가 전염병처럼 전파되는 것처럼, 용서 또한 연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미움과 폭력보다 사랑이 상처 보다 효과적인 치유법이라는 도덕 교과서나 성경 구절 같은 이 메시지가 이 영화만큼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섬세한 대본과 연출, 연기는 이 메시지를 구체화시킨다. 1997년 <파고> 이후 이 영화로 2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는 완벽하다. 맥도맨드는 깊은 슬픔과 분노, 공격성 고집 상실감 등의 다양한 감정에 노동자 계급의 고단함과 여리고 따뜻한 심성, 유머 등을 지닌 인간적이며 강인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서장의 오른팔이자 편협하고 무모한 성격을 지닌 딕슨 역의 샘 록웰 또한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딕슨 캐릭터는 경멸스러움과 순수함을 동시에 갖춘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이다. 샘 록웰은 복합적인 성향의 인물을 종합적으로 표현해내며 캐릭터에 살과 피를 부여했다.

<아리조나 유괴사건>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코엔 형제 작품의 음악을 맡아온 카터 버웰의 음악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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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해외 건설 붐 최전선에서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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