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2.23 (월)

  • 맑음동두천 2.3℃
  • 맑음강릉 5.6℃
  • 맑음서울 2.1℃
  • 맑음대전 4.6℃
  • 맑음대구 5.3℃
  • 맑음울산 5.1℃
  • 맑음광주 5.7℃
  • 맑음부산 6.1℃
  • 맑음고창 4.9℃
  • 맑음제주 10.7℃
  • 맑음강화 1.2℃
  • 맑음보은 3.5℃
  • 맑음금산 2.4℃
  • 맑음강진군 6.9℃
  • 맑음경주시 5.3℃
  • 맑음거제 6.1℃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전염병 같은 분노

URL복사

현대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 <쓰리 빌보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범인을 잡지 못한 딸의 살인 사건에 세상의 관심이 사라지자 밀드레드는 마을 외곽 도로의 방치된 광고판에 메시지를 전한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75회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 각본상을 비롯한 4관왕으로 최다 수상작이 됐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영화는 미주리 주 외곽의 에빙이라는 시골 마을 자동차 도로 세 개의 광고판에 도발적인 문구가 올라오면서 시작된다. 그것은 잔인한 성폭행 살해로 딸은 잃은 엄마 밀드레드가 무능한 경찰서장을 비난하는 문구다. 미디어가 이 광고판을 보도하고 밀드레드를 인터뷰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경찰서장은 훌륭한 인품에 동정까지 받을만한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마마보이인 경찰 딕슨은 광고주와 그녀의 친구를 협박하며 광고를 내리려는 전방위적 압력을 가한다. 전남편과 아들 또한 그녀의 고집을 탐탁지 않아 한다.

밀드레드의 고독한 싸움은 절제된 연기와 연출로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는 피해자가 그 피해에 대한 분노를 계속 표현하고 그 분노로 평화가 위협받을 때 집단이 어떤 식으로 폭력을 가하는지,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란 사실상 동정 그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사실, 계층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집단 감정 등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쓰리 빌보드>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분노와 혐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제시한다. 모두가 상처를 입는데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분노 대상은 실체가 없다. 사람들은 이 때 대리 대상을 찾는다.

상처 투성이의 세상

상처는 있는데 미워할 대상이 없다는 현실의 고통을 이 영화는 그 구조 자체로 관객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전형화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 어떤 인물도 전형화되지 않는다. 모두가 더 들여다보면 사람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선과 악이 없다’는 표현 그 이상이다. 소수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가지면서도 그들을 혐오하는 자들까지 혐오하지 않는 감독의 경지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최고의 작가이기도 한 마틴 맥도나 감독은 <킬러들의 도시> <세븐 싸이코패스> 등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직접 대본을 썼다. 특유의 허를 찌르는 유머와 입체적인 캐릭터도 여전하다.

속죄양은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속죄양의 처단이라는 역할은 현대의 대중문화의 중요 기능 중 하나가 됐다. 복합적이고 불분명한 분노와 불만을 분명한 책임이 있는 악역에 미움을 모두 전가하고 그 악역이 처단당하는 것을 보는 행위는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비록 그들이 처단당하지 않더라도 혐오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위안은 우리를 황폐하게 만들고 상처를 더욱 널리 전파시키기만 할 뿐이지만. 연예인의 도덕적 잘못에 과도한 비난을 하거나, 집단들끼리 혐오가 심화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상처가 많다는 뜻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미국 사회의 증오를 반영했지만 우리 사회의 현상 또한 설명이 되는 작품이다.

독보적 캐릭터와 연기

대리 처단으로 인한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이 영화는 보다 건강한 위안을 관객에게 전한다. 분노가 전염병처럼 전파되는 것처럼, 용서 또한 연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미움과 폭력보다 사랑이 상처 보다 효과적인 치유법이라는 도덕 교과서나 성경 구절 같은 이 메시지가 이 영화만큼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섬세한 대본과 연출, 연기는 이 메시지를 구체화시킨다. 1997년 <파고> 이후 이 영화로 2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는 완벽하다. 맥도맨드는 깊은 슬픔과 분노, 공격성 고집 상실감 등의 다양한 감정에 노동자 계급의 고단함과 여리고 따뜻한 심성, 유머 등을 지닌 인간적이며 강인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서장의 오른팔이자 편협하고 무모한 성격을 지닌 딕슨 역의 샘 록웰 또한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딕슨 캐릭터는 경멸스러움과 순수함을 동시에 갖춘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이다. 샘 록웰은 복합적인 성향의 인물을 종합적으로 표현해내며 캐릭터에 살과 피를 부여했다.

<아리조나 유괴사건>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코엔 형제 작품의 음악을 맡아온 카터 버웰의 음악 또한 인상적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신한투자증권 "달바글로벌, 매출 강세·비용 안정화…목표가 26만원으로 상향"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달바글로벌에 대해 매출 성장과 비용 컨트롤 강화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26만원으로 상향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리포트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매출 성장 강세에도 영업이익률의 추가 개선이 제한되면서 주가 수익률도 화장품 업종 수익률 대비 부진했었다"면서 "하지만 매출 성장이 지속 강세를 띠며, 비용 컨트롤 강화돼 올해 영업이익률은 2%포인트(p) 내외 개선될 전망인데다, 이에 비해 밸류에이션은 낮다"고 언급했다. 달바글로벌 지난해 4분기 연결매출은 1635억원,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72%, 87% 신장해 당사 추정 실적 부합했다. 이 가운데 국내 매출은 17%, 해외 매출은 125% 성장했으며, 특히 북미, 유럽, 아세안 지역 매출 성장률이 높았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말 북미 코스트코, 얼타 등 진출로 올해 북미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유럽도 복수제품이 아마존 상위 100위 내 진입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마케팅비 지출 비율은 전년 수준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B2B 채널을 비롯해 마진 기여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가족 넌버벌 연희극 ‘연희 판타지아’ 선보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2026년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어린이 창작연희단체 광대생각을 매칭해 대표 레퍼토리 ‘연희 판타지아’를 오는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선보인다. 광대생각은 2024년과 2025년에 이어 2026년까지 3년 연속 서울돈화문국악당 상주단체로 선정되며, 어린이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한 창작 작업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연희 판타지아’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넌버벌 연희극으로, 전통 연희의 신명과 동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이다. 핑크색 고릴라, 봄의 여신, 거미와 나비 등 개성 있는 상상 속 존재들이 펼치는 놀이판을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과 ‘다름의 가치’를 전한다. 공연은 장구·북·징·꽹과리·바라 등 사물악기 연주를 비롯해 열두발 상모놀이, 버나놀이, 죽방울놀이, 사자놀이 등 전통연희의 다양한 기예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했다. 관객은 휘모리장단을 변형한 구음 ‘구구따구’를 배우들과 주고받고, 객석으로 날아드는 버나와 나비를 함께 즐기며 자연스럽게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대사 없이 몸짓과 장단, 리듬으로 전개되는 이번 작품은 만 3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약 60분간 인터미션 없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리더의 적극적 SNS 약인가 독인가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SNS 정치’다. 정책 현안이 발생하거나 특정 언론 보도가 나오면 대통령이 직접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이에 맞춰 청와대는 ‘6시간 신속 대응 체계’라는 전례 없는 기동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루 평균 4건에 달하는 대통령의 SNS를 통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정책관계자 대응이 오죽 느렸으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겠냐”는 자성론과 함께 “정부 조직 전체가 대통령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정부 정책 수단 중 하나”라며, “공무원은 물론, 국민과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관료 조직의 완만한 호흡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는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은 2025년 한 해 동안 엄청난 양의 트윗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될 만큼, 단순한 소통을 넘어 통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실시간 SNS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라는 두 갈래 길 위에 놓여 있다. 우선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