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4 (수)

  • 흐림동두천 1.2℃
  • 구름많음강릉 7.6℃
  • 구름많음서울 2.6℃
  • 박무대전 3.5℃
  • 박무대구 5.6℃
  • 울산 7.6℃
  • 박무광주 5.7℃
  • 부산 9.8℃
  • 흐림고창 5.2℃
  • 제주 10.2℃
  • 맑음강화 2.2℃
  • 흐림보은 3.3℃
  • 흐림금산 3.8℃
  • 흐림강진군 6.9℃
  • 흐림경주시 6.5℃
  • 흐림거제 8.6℃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세상 밖 세상을 향한 직진

URL복사

자폐증 소녀의 꿈을 위한 도전, 성장 로드무비 <스탠바이, 웬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교감능력 부족과 이상행동 발달장애 등 자폐 증세로 의사소통과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안고 있는 웬디는 <스타트랙> 시나리오 작가라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보호소를 빠져나와 혼자 LA로 향한다.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으로 2012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벤 르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다코다 패닝이 자폐증 소녀 캐릭터에 도전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경계

어린시절부터 자폐증으로 인해 홀어머니의 헌신적 보살핌을 받은 웬디는 마지막 남은 가족인 언니의 결혼과 출산으로 보호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체계적이고 세심한 교육으로 시나몬빵을 만드는 직업도 얻고 규칙적인 생활도 하면서 나름대로 일상에 적응해 살아간다. 유일한 낙은 TV 시청과 글쓰기. 그녀는 <스타트랙> 시리즈물의 디테일까지 죄다 외울 정도의 ‘덕후’로,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으로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사용한다.

웬디는 사회적 잣대로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 웬디가 좋아하는 <스타트랙>의 ‘스팍’ 캐릭터가 반은 인간, 반은 외계인인 것처럼. 평범한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시선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지 못하며, ‘고맙다’ ‘미안하다’는 인사를 주고 받는 등의 사회적 교감 방식을 모른다. 정해진 길을 외워서 가고 요일에 맞춰 약속된 색의 옷을 입는다. 이해가 아닌 암기로 인한 적응인만큼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당혹감과 위험을 마주해야 한다. 정상인의 행동을 연기하는 수준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그런 삶이다.

하지만 웬디에게도 보통의 소녀 같은 감정과 꿈, 신념이 있다. 규칙에 얽매인 보호소의 생활에 반항도 하고, 언니와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소망도 호소한다. 갓난아이인 조카의 사진을 보고 설명할 수 없는 애정도 느낀다. 하지만, 언니는 웬디의 자립능력을 의심한다. 조카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 웬디의 발작적 행동에 언니의 의심은 더욱 굳건해진다. 언니와의 갈등으로 <스타트랙> 대본 대회에 작품 발송 기한을 넘긴 웬디는 직접 버스를 타고 제작사에 대본을 접수하기로 결심한다.

<스탠바이, 웬디>는 자폐 소녀의 로드무비다. 정해진 길을 처음으로 벗어나 만나는 세계는 우주만큼 낯설고 경이롭다. 꿈의 실현을 위한 여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웬디는 사회적 룰을 배우고 용기를 얻으며 한층 성숙해진다. 웬디가 길에서 배우는 세상살이의 방식은 우리 모두가 성장기에 경험하는 ‘사회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상적 감동과 위안이라는 한계

이 영화의 매력은 10대, 또는 사회초년생이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의 설레임과 공포심이라는 보편적 감성을 자폐증 소녀의 도전기에 녹여낸 점이다. ‘덕후’로 상징되는 폐쇄성, 자기만의 세계를 공유하는 소수에게 갖는 유대감, 사회적 인간과 비사회적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정체성 등은 청소년기의 특성과도 일치한다. 더 나아가서 이미 성장한 어른들에게도 대인관계란 늘 어려운 것이며,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과 표정을 취한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가를 생각한다면 웬디에게 공감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어진다.

벤 르윈 감독은 특유의 유머감각과 깔끔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성장의 서사라는 로드무비의 전형을 따라간다. 신파나 감정과잉 없이 담백한 전개 또한 산뜻하다. 장애를 소재로한 여타 한국영화와는 차별점이다. “엄마는 어떻게 하기를 원했을까를 생각했다”며 죄책감을 드러내는 언니에게, “엄마는 죽었어. 죽은 사람이 원하는건 없어”라며 냉철한 면모를 보이는 웬디의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의존적이라는 장애에 대한 편견, 감상적 가족관계 등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연출자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직설적 비유와 도식적 캐릭터, 익숙한 주제 등 대중적 문법들로 이루어졌는데, 이 때문인지 작위적 캐릭터가 너무 많다. 웬디 주변의 대부분 캐릭터들은 정해진 역할을 하기 위해 설정된 인물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리얼리티를 내세운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어색한 일회성 캐릭터의 남발은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그나마 등장인물들이 ‘선’의 영역에 있다는 점이 캐릭터의 거부감을 포용하게 만드는 힘이다. 냉혹하거나 야비한 인물들도 인간적인 선은 지키며 영화 전체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다.

상통하는 문제로 성장 과정의 에피소드들이 과하지 않은 점은 좋지만,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보다 핵심을 관통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다. 이 같은 한계들로 이 영화는 적당한 감동과 적당한 재미를 추구하는 동화적 드라마의 수준에서 멈춘다. 덕분에 때로 피로감을 줄 수도 있는 묵직한 성찰은 없다. 하지만, 피상적 감동과 위안 그리고 소소한 재미는 갖춘 영화다. 불완전한 존재가 무모한 도전을 향해 전진한다는 메시지는 진부하지만, 영화 외적으로도 강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코다 패닝은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에 딱 맞는 좋은 연기와 매력을 보여준다. 다코다 패닝의 팬이라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박성훈 의원, 선결제 체육시설 ‘먹튀 근절’ 위한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선결제 체육시설 먹튀 근절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부산 북구을, 기획재정위원회, 초선)은 24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체육시설’이란 체육 활동에 지속적으로 이용되는 시설(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한 가상의 운동경기 환경에서 실제 운동경기를 하는 것처럼 체험하는 시설을 포함한다. 다만,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게임물은 제외한다)과 그 부대시설을 말한다. 2. ‘체육시설업’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설치·경영하거나 체육시설을 이용한 교습행위를 제공하는 업(業)을 말한다. 6. ‘선불식 체육시설업’이란 1개월 이상 이용료를 선납하게 하거나 회원권을 판매하여 운영하는 체육시설업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26조(보험 가입)제2항은 “선불식 체육시설업을 하는 자(이하 ‘선불식 체육시설업자’라 한다)는 이용료 등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보험, 공제 또는 영업보증금(이하 ‘보증보험

문화

더보기
【레저】 반짝 반짝 크리스마스 정취 가득한 거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빠져보자. 겨울 감성으로 꾸며진 전남 담양 메타랜드의 산타축제, 크리스마스마켓과 포토존 등을 즐길 수 있는 ‘빛고을성탄문화축제’, 크리스마스 테마로 디자인된 퍼레이드가 준비된 에버랜드의 크리스마스 판타지 겨울축제를 소개한다. 20명 산타가 곳곳을 누비다 전남 담양 메타랜드 일원에서 12월 24일부터 이틀간 겨울 감성과 체험·공연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산타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7번째로 슬로건은 ‘우린 누군가의 산타’다. 담양군은 가족단위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따뜻한 겨울 분위기를 전할 계획이다. 주무대는 메타세쿼이아길 내 메타광장에 꾸몄다. 오는 24일에는 담양 어린이들의 캐럴공연을 시작으로 임창정, 왁스, EDM DJ 등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이 진행되며, 25일에는 노이즈와 지역 예술인의 무대가 이어져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다채로운 체험도 준비됐다. 어린이프로방스에는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화로대에서 마시멜로, 옥수수 등 간식을 즐길 수 있는 그릴하우스를 운영하고, 축제장에선 LED 조명등 만들기, 키링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20명의 산타가 축제장 곳곳을 누비며 미니게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