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화순 기자] 한국무용계에서 6월12일은 뜻깊은 날이다. 근대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1874~1941) 선생의 생일이자 ‘한국무용의 날’이기 때문이다.
선생의 가장 큰 업적은 일제 강점기에 전국에 산재한 우리 민족 고유의 춤과 가락을 채집해 100여종에 달하는 민속춤을 채집하고 집대성해 무대양식화한 점이다.
세습무가 출신으로 8세 때 춤과 장단, 줄타기 등 민속예능을 익히고 충청남도 내포 일대에서 활동했다. 17세 무렵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입산하여 약 3여년 간 다양한 불교의 재의식을 접하고 춤과 장단을 연마해 기예를 숙성시켰다.
이후 서울에서 명고수로 이름을 날리는 한편, 조선음악무용연구회(1930년)를 조직하고, 무용만을 전문으로 하는 조선무용연구소(1934년)를 창설하고 제자를 기르고, 부민관에서 ‘한성준무용공연회’(1935년)를 가졌다. 그 뒤 일본 동경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순회공연함으로써 한국무용을 일본에 소개했다.
그의 문하에서 손녀딸 한영숙을 비롯 강선영 이동안 김천흥 김보남 등 기라성 같은 전통춤꾼들이 배출됐으며, 신무용가 최승희·조택원에게도 영향을 끼쳐 세계무대로 진출하는데 자양분을 제공했다. 한국무용의 날 역시 한성준의 생일을 맞아 지정됐다.
학술세미나, 오늘 오후 2시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개최
한성준 선생의 춤의 계보를 잇는 중견무용가들과 연구가들이 한성준 춤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행사를 12일, 15일 서울과 미국 LA에서 차례로 마련했다.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회장 성기숙 교수)와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주경스님)는 ‘명무 한성준과 내포의 불교문화 재조명’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연다.
한성준 예술세계에 깃든 내포지역 불교문화 유산의 숨결을 민속학·불교학·무용학 등 다층적 층위로 접근하여 조망한다. 유영대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김헌선 경기대 인문대학장이 ‘불교민속과 공연예술문화의 사상적 근거’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주경스님이 ‘근현대 한국불교의 종장 만공선사와 춤의 거목 한성준’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명무 한성준-한영숙과 내포의 불교문화’ 등을 발표한다.
15일 LA한국문화원 아리홀서 ‘동방의 불꽃, 한국의 춤문화유산’ 공연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연낙재는 15일 오후 7시30분 미국 LA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2018아리프로젝트 ‘동방의 불꽃, 한국의 춤문화유산(The Fire of the East, Korean Dance Heritage)’ 공연을 펼친다.
한성준 춤의 본격 해외무대 진출이자 근대 전통무악 거장에게 바치는 헌사로, 한국 최고의 춤 실력을 자랑하는 윤덕경 홍지영 윤미라 배상복 김용철 김충한 이애리 등 중견무용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1930년대 후반 한성준이 나라의 태평성대를 주제로 왕과 왕비의 2인무로 창안한 태평무를 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인 윤덕경 교수(서원대)와 홍지영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안무자가 각각 각선영류와 한영숙류로 춤춘다.
전통예인 이동안의 ‘진쇠춤’을 윤미라 경희대 교수가 선보이고, 멋과 낭만을 지닌 한국 최고의 남성 명무로 손꼽히는 최현의‘신명’을 배상복 전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춤춘다. 김용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불교의 제의식에서 추어진‘바라춤’으로 이색적인 무대를 꾸민다.
한성준에게 영향 받은 신무용의 대가 조택원이 중고제 국악명인 심상건의 반주음악에 맞춰 1949년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초연한 ‘소고춤’을 김충한 전북문화관광재단 예술감독이 선보인다. ‘소고춤’은 1940~50년대 미국순회공연을 통해 극찬받은 작품이다. 또 근대 국악명인 심정순을 축으로 심상건·심재덕·심화영 등으로 이어지는 중고제 예맥을 잇는 이애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의 승무도 이어진다.
특히, 이애리는 공연 전 14일 오후 2시에 LA 현지 한인무용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무형문화전수워크숍도 진행한다.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 회장으로 두 행사를 기획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단순히 공연에 머물지 않고 수준 높은 학술담론이 곁들여진 렉처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여타의 공연과 차별화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