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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진화하는 도덕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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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도덕의 궤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인류는 도덕적으로 진보해왔고 현재는 가장 도덕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 이성을 위협하는 세력들에 정면으로 맞서온 대표적인 회의주의 과학자 마이클 셔머의 주장이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과 도덕의 진화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과학적 사고 방법이 인류의 도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종교는 도덕적 진보의 근원이 아니다

인류는 어느 정도 도덕 감각을 타고나며, 이미 오래전부터 추상적 추론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비교적 완만하고 느리게 진행된 도덕 진화는 최근 200~300년 사이 급격하게 가팔라졌다. 셔머는 그것이 바로 180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몽적 인본주의와 뒤이어 일어난 과학혁명이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 원리는 과학적 합리주의를 통해 점점 정교해지면서 오늘날 도덕의 영향권을 동물로까지 확장했다.

반면, 종교는 수많은 폭력과 전쟁, 범죄의 원인이었다. 수많은 성경 구절에서 기독교의 신은 노예제도를 당연시한다.
남성이 장악하고 있던 종교는 언제나 여성의 신체와 생식권을 통제하려 했다. 또한, 종교인들은 ‘자연의 섭리’나 ‘우주의 질서’ ‘신의 뜻’을 빌어 동성애를 금지하고, 동성애자를 처벌한다. 나아가 이 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교성과 각종 사회적 조사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종교가 한 사회의 도덕적 진보에 그다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증명한다. 가장 종교성이 짙은 나라로 드러난 미국이 사회적 건강도는 가장 낮고, 연간 10만명당 살인율은 가장 높으며, 10만명당 수감자 수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메뚜기 떼가 몰려오거나 전염병이 도는 것은 새로 이사 온 불길한 이웃이나 마녀 때문이 아니다. 가뭄이나 홍수의 원인은 신의 분노 탓이 아니다. 인종 간의 차별은 불합리하며 노예 제도는 인간의 본성을 위배한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지녀야 하며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최근 이런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과학과 이성의 논증에 따른 생각이다.

인류는 더 도덕적 존재가 될 것인가?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전기충격 실험은 평범한 독일 시민들이 어떻게 나치에 동조하고 학살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마이클 셔머는 그 원인을 ‘잘못된 추정에 기반을 둔 사실 오류’에서 찾는다. 유태인이 전염병을 옮긴다거나 독일인을 몰살할 것이라는 등의 잘못된 추정이 혐오감으로 발전하고, 학살을 자행하는 것이 습관화 됐다는 것이다.

비개인화는 탈개인화를 낳고, 이는 권위자에게 복종하게 함으로써 맹종을 낳고, 맹종은 집단 규범에 대한 동조와 동일시로 변하고, 이는 악의 실행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려 특정한 사회적 조건 아래서 악의 기제가 형성된다. 하지만 악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정치와 법의 힘을 이성적으로 적용해 도덕 궤적을 더욱 끌어올린 결과 독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관용적이고 자유주의적이고 평화로운 민족이 됐다.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프로토피아다.
마이클 셔머는 프로토피아로 가는 미래에 대한 세 가지 비전을 제시한다. 바로 임시기구로서의 도시국가와 깨어 있는 자본주의, 그리고 문명 2.0이다. 프로토피아의 경제는 기술을 바탕으로 ‘탈 희소성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문명 2.0 시대는 전 지구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전 지구적 지식, 간섭을 받지 않는 전 지구적 경제, 전 지구적 정치체, 재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모든 사람이 한 종의 일원이라고 느끼는 전 지구적 문화를 포함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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