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4 (일)

  • 흐림동두천 -1.9℃
  • 구름조금강릉 4.0℃
  • 서울 -1.0℃
  • 구름많음대전 0.0℃
  • 흐림대구 3.4℃
  • 맑음울산 4.3℃
  • 광주 3.0℃
  • 맑음부산 4.8℃
  • 흐림고창 2.3℃
  • 제주 8.7℃
  • 흐림강화 -0.8℃
  • 구름많음보은 0.2℃
  • 흐림금산 1.4℃
  • 흐림강진군 4.8℃
  • 구름많음경주시 3.7℃
  • 맑음거제 4.9℃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한애규, 흙으로 빚은 따스한 ‘푸른 길’

URL복사

7월19일까지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시
북방 길 이어져 자유롭게 왕래하길 염원


 

[이화순의 아트&컬처] 테라코타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한애규(65) 작가가 1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푸른 길’ 전시를 연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흙을 재료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 여성의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표현해왔다. 40점을 내놓은 이번 전시에서는 평화를 염원하는 긴 행렬을 만나게 된다.


지하 1층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슴 뭉클한 생명체를 보게 된다. 분명 생명이 없는 작품들인데 마치 살아있는 듯 바라보는 것 같다. 흙으로 빚은 인물상, 동물상, 반인반수(半人半獸), 그들에게 눈을 맞추며 한발 한발 조심스레 그 행렬에 발을 맞춰본다. 


맨앞은 가슴과 배, 엉덩이까지 온몸이 둥글둥글한 여성, 그 뒤에 상체만 여성인 반인반수가 따르고, 말과 소, 그리고 다시 여인이 따른다. 하지만 작가는 꼭 필요한 한명의 남성을 잊지 않았다. 여자들이 흙색을 띤 채 둥글둥글하다면, 행렬의 맨 뒤를 지키는 청일점은 푸른 색을 띤 건장하면서도 직선적인 서역인 조형물로 배치했다.


이 행렬은 고대 인류 문명의 교류가 진행되었던 길, 그 길 위에 존재했던 시간과 역사의 흔적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테라코타 조각에는 푸른색 유약 표현이 눈에 띈다. 다양한 종류의 흙과 소성 온도의 조절로 고도의 농축된 조형성을 표현한다.



“여인상인 ‘조상’ 시리즈는 나의 조상이었던 여인을 상징한다. 북방민족을 표현하는 말은 ‘실크로드’, ‘소’는 인류에게 친숙한 동물을 나타낸다. 또 상체는 인간이고 가슴 아래부터 뒷부분은 말과 유사한 반인반수 조각은 ‘신화’ 시리즈다.” 


1층 전시장에는 기둥 조각과 파편들을 표현한 작품 ‘흔적들’이 있다. 이는 지나간 문명의 흔적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현재는 폐허로 남았지만 찬란했던 한 시절의 이야기를 흔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의자 삼아 작품 위에 앉을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푸른색’ 유약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류 문명의 교류가 진행된 길, 그 길 위해 존재하는 ‘물의 흔적’을 상징한다.



작품은 ‘자아찾기’ 여정...‘페미니즘’에서 ‘반가사유상’ 거쳐 ‘조상’으로


전시 속 여인상들은 작가의 자아찾기 여정을 보여준다. 특히 풍만하고 당당한 이미지의 여인상이 작품의 중심이다.


“처음엔 페미니즘에 관심이 컸다. 80년대엔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여성의 생물학적 우수성을 도발적으로 표현했다면, 2000년대엔 사유하는 존재,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5~6년 전에는 ‘반가사유상’을 여성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사유와 철학이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뜻를 담았다. 뚱뚱한 여자가 반가사유상의 모습을 띠고 있는 거다.”


작품 속 여성을 보니 작가의 DNA가 녹아있다. 무심한 듯 편안한 한국 여인네 얼굴이  보인다. 몸매는고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닮았다. 여인들 외에 반인반수와 동물까지 통통해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미가 아름다운데다 따스한 흙의 색감과 질감에  마음까지 푸근하다. 이런 원시적 생명력을 띤 이들 행렬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남북 이어져, 길도 마음도 넓어지고 자유로워졌으면”


작가는 “한반도 분단으로 끊어진 북방으로의 길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또 아주 자유롭게 먼 곳까지 왕래했던 과거 어느 시점을 그리워하면서 행렬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2년전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 때는 남북의 화해 무드는 생각도 할 수 없었으나 전시가 임박해서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회담이 조성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바람처럼 끊어진 기찻길이 이어지고, 막힌 길이 뚫릴 것 같다고 미소짓는다.


흙이 주는 촉감, 흙 냄새가 좋아서 테라코타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흙을 주무르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작업실 창유리의 색조가 바뀌어 있는데, 그런 시간 속에서 작가의 생각은 꿈처럼 뭉게뭉게 피어난다.



“처용을 떠올리면 신라때도 아랍과의 교류를 알수 있듯이, 우리 조상들은 고대에 중국 만주 너머 드넓은 세상과 교류하며 살았다. 분단되면서 통큰 대륙적 기질을 우리가 잃어버린 게 아닐까. 이제 길도 트고 우리의 본래 성정도 되찾아야 할 때란 생각이 든다.”


염원이 시류를 만들기도 하는가 보다.  독서와 사색으로 한반도가 드넓은 대륙으로 이어졌던 그 옛날을 그리워 하던 2년 전 어느날, 우연히 말 한 마리를 만들었단다.  그런데 한순간 말과 마차 사람의 행렬까지 이번 전시 전체가 확 떠올랐다고 한다.  "하하하" 웃는 그는, 덕분에 요즘 의도치 않게 시류 타는 작가가 됐다고 손사레친다. 


그의 바람대로 남북의 끊어진 길이 하루 빨리 이어져 만주 벌판을 말 타고 달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희망한다.  그래서 작가는 처용 같은 서역인도 만들고, 날개도 만들었나 보다. 정 안되면 날아서라도 갈 수 있도록.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여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정면충돌...“특검 도입하자”vs“물타기, 정치공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치권 인사들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현행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의 직무유기도 새 특검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책임 규명과 즉각적 해체는 필수이다. 마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종합특검을 발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이다”라며 “여기에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와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고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이

경제

더보기
은행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과 보험료 등 반영 금지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은행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과 보험료 등의 반영을 금지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3일 본회의를 개최해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 제30조의3(대출금리의 산정)제1항은 “은행은 대출금리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항목을 반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제30조제1항에 따른 지급준비금. 2. ‘예금자보호법’ 제30조에 따른 보험료. 3.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른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4. ‘교육세법’ 제5조제1항제1호에 따른 교육세. 다만, 과세표준이 되는 수익금액의 1천분의 5를 초과하는 금액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 제8조(은행업의 인가)제1항은 “은행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제30조(예금지급준비금과 금리 등에 관한 준수 사항)제1항은 “은행은 ‘한국은행법’ 제55조에 따른 지급준비금 적립대상 채무에 대한 지급준비를 위하여 ‘한국은행법’ 제4장제2절에 따른 최저율 이상의 지급준비금과 지급준비자산을 보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4장 한국은행의 업무 제2절 금융기관의 예금과 지급 제55조

사회

더보기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 가능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59조의3(확정 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 또는 그 등본,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복사(인터넷, 그 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59조의3(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확정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한 판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그 등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판결서 외에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한정하며, 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