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4 (금)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중년의 ‘살해 욕구’

URL복사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분노를 과장한 블랙코미디 <맘&대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부모들이 자녀들을 죽이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전염병처럼 번진 정신착란으로 마을은 초토화되고, 10대 큰 딸과 막내는 엄마와 아빠를 피해 집 지하실로 숨는다. <아드레날린24>의 브라이언 테일러가 연출을 맡고, 니콜라스 케이지와 셀마 블레어가 출연했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의 가벼운 오락물이다.

모든 것이 ‘농담’이라는 어법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점철된 스릴러의 전형적 구성을 취하지만, 본질은 코미디이다. 무자비한 살인의 난무 속에서도 잔인한 시각적 표현이 거의 없고 스릴러적 긴장감도 느슨하다. 전개방식도 캐릭터도 단조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소소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대리 폭력’을 통한 일상적 분노의 해방구라는 영화적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 그 분노의 대상, ‘죽이고 싶은’ 존재가 다름아닌, 자신의 아들과 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사회적 질서와 논리를 가볍게 무너뜨리는 B급 호러 특유의 전복적 쾌감을 추구하면서도 폭력의 수위가 최대한 절제된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농담’이라는 접근법은 바로 가해의 대상이 ‘자녀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수긍이 된다. 컬트적 소재지만 표현은 대중적 수준을 선택한 것이다.

1980년 영화 <샤이닝>이나 1987년작 <더 스텝파더>의 아버지처럼, <맘&대드>의 부모도 부양 가족의 살육에 혈안이다. 하지만, 가부장적 욕망이나 억압이 광기의 배경이던 과거 작품들과는 달리, 자식들이 주는 스트레스와 모멸감으로 미쳐버린 그들은 오싹하기 보다 측은하고 우스꽝스럽다. 배가 나오고 주름진 중년 살인마들의 모습은 권위의 상징이기는 커녕 자연 퇴화되는 존재의 발악이자 허무한 저항처럼 보인다.

젊은 시절의 꿈과 매력적 육체를 상실하고 오로지 자녀들만 바라보고 헌신했지만, 사춘기에 이른 자녀는 더 이상 친구이길 거부한다. 부모의 헌신을 고마워 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모의 존재를 장애로 생각하고 이용하며 비하까지 일삼는다. 아빠 라이언과 엄마 켄달도 여느 중년부부처럼 성적 개인적 정체성을 상실한 채 짖궂고 한심한 아이의 장난과 일탈을 인내하며 고단한 삶을 산다.

모성 신화나 부성애 찬양에 도전

영화는 현상에 대한 개연적 설명이나 기승전결의 플롯을 삭제하고, 중년 부모들의 심리를 반영한 에피소드를 ‘살해 질주’ 중간 중간에 끼워넣는 단순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은 자식을 죽이는 일에 집착한다. 자녀 살해는 그들에게 처리해야 할 숙제 같기도 하고, 간절한 욕망으로도 보인다. 분명 정신이 온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좀비처럼 영혼이 없거나 외형적 변화가 있거나 전체적 이성이 마비된 것도 아니다.

단지, 부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처럼 자녀를 살해하려든다. 오히려 무기력하던 표정이 활기를 띄고 공동의 목표로 인해 소원했던 부부 사이도 돈독해지기까지 한다. 바로 이 지점, 금기에 대한 태연한 태도에서 웃음이 유발되고 영화적 해방감도 느끼게 된다.

산부인과 신생아실 창에 붙어 애타는 표정으로 아기를 바라보는 아버지들이나, 하교하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학교 앞에 즐비하게 서 있는 부모들의 모습 등 일상의 순간이 전혀 다른 의미로 전환된다.

죽이고 싶어서 간절하게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에 대한 이 같은 묘사는 부모의 역할을 본능인양 단정하고 강요해온 사회적 통념을 비틀며, 모성 신화나 부성애찬양에 도전한다.

스토리상의 여러 가지 배경 설명으로 관객을 설득하기보다는, 평범한 관객의 일상에서 감정적 접점을 찾는다. 못된 말로 상처를 주는 사춘기 딸이나, 말썽을 일으키는 장난꾸러기 어린 아들을 흠씬 패주고 싶은 충동은 자녀가 있는 중년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분노를 영화적 과장으로 표현한 것이 전부다. 마치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처녀귀신들처럼 한을 품은 살인마인 그들은 비록 가해자지만 슬픈 존재들이기도 하다. 사회적 희생자가 공포영화에서 가해자로 등장하는 호러의 통상적 규칙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그 가해자를 비주류 소수자가 아닌 보편적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맘&대드>의 흥미로운 면이다.

영화는 그 ‘원통한 존재’인 부모들도 누군가에게는 ‘얄미운 자식’이라는 지극히 순리적 논리로 귀결한다. 조부모까지 등장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또 서로를 말리는 난장판의 집안 풍경은 황당한 유머지만, 가족에 대한 피곤한 관계성의 은유기도 하다.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부모를 공격하는 것이 생존법인 자녀들, 부모보다 남자친구가 더 믿음직한 구원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등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숙명을 비유하고 자연과 인생의
법칙을 직설적으로 시각화했다. 킬림타임용 저예산 코미디의 장르적 매력이 살아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 , 하반기 지원 기업 IR 진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인천광역시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인천센터)가 함께하는 투자생태계의 대표적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BiiG WAVE)’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사업계획 발표회(IR)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 빅웨이브는 인천센터의 대기업 파트너들과 협력을 이어온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기업 파트너로는 KT, 대한항공, 카카오모빌리티, 한솔PNS가 참여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 받은 스타트업들이 선정됐다. 이번 행사는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해 후속 투자로 이어질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어플레이즈(공간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 솔루션) ▲에이아이포펫(AI 활용한 반려동물 실시간 건강 체크) ▲증강지능(항공 매뉴얼의 AI 기반 디지털 혁신) ▲디비디랩(혁신적 리서치 솔루션) ▲인텔리즈(생산라인 결함 검사하는 머신 비전) 등 초격차 분야 5개 기업이다. 이날 행사에는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 등 전문 투자회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등 새로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