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1.15 (수)

  • 맑음동두천 -0.7℃
  • 맑음강릉 1.9℃
  • 맑음서울 -0.9℃
  • 맑음대전 1.2℃
  • 맑음대구 1.6℃
  • 맑음울산 2.1℃
  • 구름많음광주 1.3℃
  • 맑음부산 4.1℃
  • 흐림고창 -1.1℃
  • 흐림제주 4.4℃
  • 맑음강화 -1.8℃
  • 맑음보은 -0.4℃
  • 맑음금산 0.4℃
  • 구름많음강진군 1.8℃
  • 맑음경주시 2.8℃
  • 맑음거제 4.1℃
기상청 제공

정승안의 풍수의 세계

[풍수인문학] 인간 운명은 '주거'에 달려 있어

URL복사

대들보에 사는 ‘성주’가 길흉화복 관장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 정성 기울여야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인간의 일상과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식주 세 가지이다. 먹지 않고 입지 않으면 한 시도 사회적 활동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삶의 1/3을 차지하는 잠자리에 해당하는 주거도 일상의 주요한 기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로 읽혀


집은 일반적으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집’이라는 말의 어원은 ‘짓’으로 ‘집을 지은 것’이라는 건축물에 해당한다. 한자로는 ‘家’ 또는 ‘室’, ‘屋’ 등 다양한 용례가 있다. 일반적으로 쓰는 가(家)를 ‘갓머리’에 해당하는 부수와 돼지(豕)를 본 딴 상형문자라는 설도 있다. 외부 침입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집’의 본래적 기능을 넘어 인간은 주위환경에 대한 시지각적인 인식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주거 입지나 건축물의 형상, 형태들이 인간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검증된 관념이기도 하다. 삶에서 주거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인 문화양식의 하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를 통해서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풍수는 집터를 구하고 건물의 모양과 방향을 정하는 것은 물론 건축물의 모양이나 건축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된다. 풍수에는 해당 지역과 문화의 특성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우리 조상들이 집을 대하는 태도에는 최대한의 정성과 믿음이 의례로 반영되어 있었다. 풍수지리라는 음양오행의 체계화된 논리의 이면에는 이러한 전래의 민간신앙과 습속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신이라는 비판적 언사 이전에 수천 년 동안 생활문화가 체화된 산물이자 사회사상으로 이해할만하다.



사직단은 국가의 최고 상징


집을 짓으려면 먼저 입지를 선정하고 터를 잡는다. 여러 가지의 여건들을 고려한 계획과 설계들이 이루어지면 집터의 안전과  보호를 맡아보는 신인 ‘터주’에게 집 짓는 것을 알리는 ‘고사(告祀)’의 의례가 진행된다. 이 때에는 마을 주민이나 친인척 또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집의 배치나 터의 유래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터주는 국가적인 의례에서도 받아들여졌다. 사직단(社稷壇)이 그것이다. 사직의 사(社)는 터주를 의미한다. 옥편에서는 ‘땅 귀신에게 제사’드린다는 의미도 지닌다. 직(稷)은 농사를 주관하는 신을 의미한다. 사직신은 국가의 영토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이다. 동네마다 ‘사직동’이 있는 것은 그곳에서 국가를 위한 의례를 거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이 3척에 사방으로 3층의 단을 쌓아 만들어진 사직단은 1393년 태조 2년에 마련되었다. 조선왕조의 건립이 천명에 의해서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중요한 상징의례였던 것이다. 종묘가 왕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었다면 ‘종묘’와 ‘사직’은 국가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사직신을 위한 제사의 규모나 절차는 공자의 문묘제례나 종묘제례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2월, 8월, 동지 그리고 섣달그믐에 제례를 올린다. 나라에 큰 일이 있거나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에도 거행했다. 풍년을 위한 기곡제(祈穀祭)도 지냈다. 또 각 지방관아에도 사직단을 세우고 나라의 태평과  풍년을 빌었다. 우리의 사직단을 일본의 ‘신사’로 대체하려는 일제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사직신을 없애지는 못했다. 사직단의 의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터주는 일어날 재앙 미리 알려줘


터주는 앞으로 일어날 재앙을 미리 알려준다는 믿음은 삼국유사에서도 나타난다. 국가의 정신을 사직신에서 찾아내는 것처럼, 집 만들기의 시작을 터주에게 올리는 고사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역마다 의례의 양식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토지지신에게 올리는 제문에는 “땅을 파헤치고 집을 지으니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소서”라는 내용들이 반영된다. 집터 가운데에 흙을 적당히 모으고, 집터의 네 귀퉁이에 술을 조금씩 붓고, 사방의 신들을 위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또 집터를 지켜주는 터주는 집 뒤쪽이나 장독대에 모셔진다. 작은 항아리에 ‘쌀(햅쌀)’을 담고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고깔모양을 씌우기도 한다. 또 무속의 논리와 결합하면서 ‘터신단지’, ‘지신단지’와 같이 오곡을 넣고 땅에 넣어 목만 나오게 묻어두거나, 안방의 장롱위에 ‘신주단지’의 형태로 모셔지는 경우들은 오늘날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들보, 집안 상서로움의 상징적 존재


건물이 자리를 잡아가게 되면 상량식과 같은 의례를 거행한다. 건물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완성하는 절차이다. 기둥에 보를 걸고 나서 그 위에 들보를 올리는 것을 ‘상량(上梁)’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상량하는 날이 목수의 생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목수들은 돈을 받아낼 욕심으로 ‘그네 태우기’를 했다.  건축과정의 중간점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겠다.


마룻대(들보)에는 집을 지은 해, 달, 날, 시, 좌향, 축원문을 적은 ‘상량문(上梁文)’이 들어간다. 또 상량에 강태공의 이름을 적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이름을 빌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상량문의 좌우 양 끝에 ‘용(龍)’과 ‘구(龜)’자를 서로 마주대하도록 써 둔다. 용과 거북이는 물의 신에 해당하므로 수(水)의 기운이 강하므로 화재를 막아주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조상들은 상량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다 갖추었지만 막상 중요한 것을 빼먹었을 때를 지칭하는 속담에 ‘귀한 것은 상량문’이라는 말도 있다. 민간신앙의 관점에서도 집안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대들보에 거처하는 신을 ‘성주(成造)’라고 불렀다.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대들보가 부러지면 집안이 망한다’, ‘대들보가 울면 가장이 죽는다’와 같은 말은 들보가 지붕을 받치는 중요한 건축재료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들보나 기둥이 한쪽으로 쏠리면 집안에 시비가 많다’는 속담에서처럼 들보만이 아니라 기둥과 함께, 안전을 위한 조화와 균형미를 매우 중시하고 있는 우리의 생활문화의 단면들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들보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집의 좌향을 선정한다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들보는  집안에서 상서로움의 상징적 존재인 셈이다.


땅을 선택하고 집을 짓는 전 과정에는 이렇듯 주변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진행되었다. 우리의 일상과 운명을 결정하는 집은 공동체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정성을 다해 짓는 과정에 다양한 통과의례가 진행되었다. 인간이 사는 집과 주거에 의해 우리의 삶과 운명이 한 묶음으로 이어진다는 민간의 신앙과 믿음은 풍수적 논리에서도 하나의 원리로 관통된다. 집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현대인들의 전문적인 능력과 더불어 정성(精誠)을 다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건축물과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번쯤은 곱씹어볼 전통의 지혜는 오직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제22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AI 디지털교과서' 윤곽 살펴볼 수 있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22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교육·에듀테크 전문 박람회인 '제22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개막식이 교육부 관계자, 주요 교육 및 에듀테크 기업 대표, 참여 기관장, 교육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5일부터 화려하게 개막됐다. 이번 박람회는 오는 17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오늘 개막 첫날 입장 시간 전부터 많은 참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박람회는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을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만큼,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총 22개국 578개의 기업과 기관교육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해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비전을 제시한다. AI 디지털교과서 검정에 통과한 10개 기업이 특별관을 구성해 차세대 교과서의 미래를 선보인다. 아이스크림미디어, 미래엔, 비상교육 등 국내 대표 교육기업들은 AI 기술을 접목한 개인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대거 공개하고 있어 2025년 새 학기부터 전면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윤곽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전국 초등학

정치

더보기
[전문] 윤석열 대통령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 구역을 소방 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 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은유와 상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시를 읽으면 세상이 보인다’를 펴냈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시를 통해 조명하고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한 이 책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이상호 저자는 교육자와 칼럼니스트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세상과 소통하는 창으로 삼았다. 그는 “시는 삶을 비추는 거울이며, 현실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의 도구”라고 설명한다. 책 속에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와 사회적 성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독자들에게 “사랑한다면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며 상대를 존중하고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사랑을 제안하고, “절망의 시대에 문학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이육사, 정지용, 윤동주 등 한국 문학 거장들의 시를 심도 깊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과 인간 본연의 문제를 고찰한다. 또한 단순히 문학적 해석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604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내용은 시와 현실,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저자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불행 중 천만다행…애초에 불행한 일 없었어야
[시사뉴스 박성태 기자] 15일 윤석열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우려되었던 공수처와 경호처간의 무력 충돌 없이 영장집행이 순조로이 진행되자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불행 중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새벽4시30분 공수처는 지난 3일 집행하려다 실패한 윤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재차 시도해 대치 6시간여만인 오전 10시 33분 비교적 순조로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윤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며 공수처를 압박했고 공수처도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호응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 등 여권에서는 “헌법에 어긋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법적근거가 없다”며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했고 심지어 윤대통령이 경호처직원들과 오찬자리에서 “총이 안되면 칼이라도 휴대해 체포영장을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양 기관 간의 무력 충돌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했다. 정말이지 만약 양 기관 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 단 한 명의 사망자라도 발생하면 국내외적으로 국가신인도 하락은 물론, 거의 나라가 멸망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