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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짓’ ‘웃픈’ 사이코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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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적 소재와 동화적 비주얼 교차한 블랙코미디 <더 보이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말이 들리는 정신이상자 제리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가며 좋아하는 여자까 지 생긴다. 하지만 심리상담사가 먹으라는 약을 거부하면서 내적 갈등이 점점 심화된다. <페르세폴 리스>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마르얀 사트라피가 연출을,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의 라이언 레이 놀즈가 주연을 맡았다. 

현실과 환상의 비극적 간극

히치콕의 <사이코>를 블랙코미디로 해석한 느낌의 영화다. 조현병 살인마의 내면을 섬세한 감성과 B급 정서로 표현 했다. 영화의 대부분은 주인공 제리의 시 선으로 처리되는데 이 때문에 현실은 왜 곡되고 판타지로 미화된다. 전반을 지배 하는 소녀 감성의 화려한 색감과 발랄한 분위기는 제리의 내면 세계다. 이는 불행 한 유년과 끊임없는 범죄 행각이라는 섬뜩하고 처참한 현실과 대비되면서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포와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복잡한 제리의 내적 갈등을 말하는 개와 고 양이를 통해 사랑스럽게 묘 사하거나, 피가 튀는 고어적 표현과 순수한 로맨스, 마르얀 사트라피 특유의 동화적 비주얼을 교차시킴으로 써 현실과 환상의 비극적 간극을 보다 절 감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재미는 비정상적인 제리의 내면 풍경이 시각화되는데 있다. 시체의 칼자국마저도 아름답게 묘사될만큼 매 장면 잔혹한 현실을 황홀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보고 듣 는 것이 가짜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 다. 심리상담사에게 증세 를 거 짓 으 로 말하 고 약을 먹지 않는 행동들도 이를 잘 말 해준다. 범죄에 대한 죄책감도 결코 적 지 않다. 그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는 항 상 범죄의 정당성을 놓고 싸운다. 그의 살인은 그래서 모두 의도되지 않은 실수 며, 강요에 의한 것이다. 그가 환청과 환 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것은 그 것이 현실보다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슬프게도 그의 현 실은 직시하고는 살 수 없을 만큼 시궁창 이며, 아픈 것이다. 

라이언 레이놀즈, 연기 스펙트럼 확장 

심각한 일을 가볍게, 끔찍한 것을 예쁘게, 죄책감을 합리화 시키는 제리의 세계는 관객에 게도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전형적 스릴러의 소재와 스토리 등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뛰어난 미술적 효과와 귀여운 소품이나 애완동물은 끊임없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B급 정서가 폭발하는 결말은 많은 관객들에게 황당한 코미디로 장르를 규정짓게 만드는 요소가 될 듯 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더 보이스>는 비극이다. 정당하지 않는 것을 욕망할 때, 합리화시키고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우리의 심리 구조는 어쩌면 살인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이다. 더욱 근본적 문제는 이미 많은 죄를 저지른 나 자신을 똑바로 보고 인정하는 것은 고문과 같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진실을 보는 약’을 거부할 것이다. 행복이란, 사랑의 달콤함이 그렇듯이 거짓에서 오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막연히 짐작되는 초라하고 이기적인 자아를 애써 외면하며 그럭저럭 괜찮은 인간으로 자신을 규정짓고 유머로 죄책감을 극복하는 삶은 단지 제리만이 아니다. 현실이란 초라하고, 소외는 인간에게 치명적 고통이라는 연민과 역설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과장되게 밝고 우스꽝스러운 결말은 무겁고 슬픈 상반된 감정을 가져다 준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어리숙하고 순박하면서도 고립되고 수상한 캐릭터를 매우 잘 표현해냈다. 자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전혀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라이언 레이놀즈 필모그래피에서 규모가 작은 영화에 속하지만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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