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11 (화)

  • 맑음동두천 6.6℃
  • 맑음강릉 12.7℃
  • 맑음서울 9.0℃
  • 구름조금대전 8.8℃
  • 구름조금대구 10.8℃
  • 구름많음울산 9.5℃
  • 구름많음광주 10.2℃
  • 맑음부산 15.1℃
  • 구름많음고창 10.3℃
  • 구름조금제주 15.7℃
  • 맑음강화 8.7℃
  • 구름조금보은 6.7℃
  • 구름조금금산 5.8℃
  • 구름많음강진군 11.9℃
  • 구름많음경주시 11.3℃
  • 맑음거제 12.4℃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섬짓’ ‘웃픈’ 사이코의 내면

URL복사

고어적 소재와 동화적 비주얼 교차한 블랙코미디 <더 보이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말이 들리는 정신이상자 제리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가며 좋아하는 여자까 지 생긴다. 하지만 심리상담사가 먹으라는 약을 거부하면서 내적 갈등이 점점 심화된다. <페르세폴 리스>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마르얀 사트라피가 연출을,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의 라이언 레이 놀즈가 주연을 맡았다. 

현실과 환상의 비극적 간극

히치콕의 <사이코>를 블랙코미디로 해석한 느낌의 영화다. 조현병 살인마의 내면을 섬세한 감성과 B급 정서로 표현 했다. 영화의 대부분은 주인공 제리의 시 선으로 처리되는데 이 때문에 현실은 왜 곡되고 판타지로 미화된다. 전반을 지배 하는 소녀 감성의 화려한 색감과 발랄한 분위기는 제리의 내면 세계다. 이는 불행 한 유년과 끊임없는 범죄 행각이라는 섬뜩하고 처참한 현실과 대비되면서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포와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복잡한 제리의 내적 갈등을 말하는 개와 고 양이를 통해 사랑스럽게 묘 사하거나, 피가 튀는 고어적 표현과 순수한 로맨스, 마르얀 사트라피 특유의 동화적 비주얼을 교차시킴으로 써 현실과 환상의 비극적 간극을 보다 절 감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재미는 비정상적인 제리의 내면 풍경이 시각화되는데 있다. 시체의 칼자국마저도 아름답게 묘사될만큼 매 장면 잔혹한 현실을 황홀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보고 듣 는 것이 가짜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 다. 심리상담사에게 증세 를 거 짓 으 로 말하 고 약을 먹지 않는 행동들도 이를 잘 말 해준다. 범죄에 대한 죄책감도 결코 적 지 않다. 그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는 항 상 범죄의 정당성을 놓고 싸운다. 그의 살인은 그래서 모두 의도되지 않은 실수 며, 강요에 의한 것이다. 그가 환청과 환 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것은 그 것이 현실보다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슬프게도 그의 현 실은 직시하고는 살 수 없을 만큼 시궁창 이며, 아픈 것이다. 

라이언 레이놀즈, 연기 스펙트럼 확장 

심각한 일을 가볍게, 끔찍한 것을 예쁘게, 죄책감을 합리화 시키는 제리의 세계는 관객에 게도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전형적 스릴러의 소재와 스토리 등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뛰어난 미술적 효과와 귀여운 소품이나 애완동물은 끊임없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B급 정서가 폭발하는 결말은 많은 관객들에게 황당한 코미디로 장르를 규정짓게 만드는 요소가 될 듯 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더 보이스>는 비극이다. 정당하지 않는 것을 욕망할 때, 합리화시키고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우리의 심리 구조는 어쩌면 살인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이다. 더욱 근본적 문제는 이미 많은 죄를 저지른 나 자신을 똑바로 보고 인정하는 것은 고문과 같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진실을 보는 약’을 거부할 것이다. 행복이란, 사랑의 달콤함이 그렇듯이 거짓에서 오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막연히 짐작되는 초라하고 이기적인 자아를 애써 외면하며 그럭저럭 괜찮은 인간으로 자신을 규정짓고 유머로 죄책감을 극복하는 삶은 단지 제리만이 아니다. 현실이란 초라하고, 소외는 인간에게 치명적 고통이라는 연민과 역설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과장되게 밝고 우스꽝스러운 결말은 무겁고 슬픈 상반된 감정을 가져다 준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어리숙하고 순박하면서도 고립되고 수상한 캐릭터를 매우 잘 표현해냈다. 자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전혀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라이언 레이놀즈 필모그래피에서 규모가 작은 영화에 속하지만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대장동 항소 포기에 정성호 법무장관과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검사 사퇴 촉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현재 검찰총장의 직무를 대리하고 있는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1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일 의원총회에서) 정 장관과 노 권한대행을 비롯한 항소 포기 외압과 관련된 관계자 전원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며 “이와 관련해 내일 의원들이 함께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고 시각을 조율 중이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단군 이래 최악의 비리 사건인 대장동 비리의 진상, 항소 포기 외압 사태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국정조사 실시 등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검찰의 항명과 조작 기소 의혹을 반드시 진상규명할 것이다”라며 “국정조사, 청문회, 특별검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당신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 보겠다”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이노비즈협회-코넥스협회, 혁신형 중소기업 성장 위한 협력 강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노비즈협회와 코넥스협회가 혁신형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 협회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본관 세미나실에서 이노비즈기업의 코넥스시장 상장과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코넥스협회는 이노비즈기업에게 코넥스시장 제도와 기업 성장전략, 투자유치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노비즈협회는 성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회원사를 적극 발굴·추천하고, 코넥스시장 상장 및 자본시장 활용에 대한 인식 제고와 홍보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코넥스시장 진출은 성장 자금 조달, 경영 투명성 강화, 기업 신뢰도 제고, 객관적인 기업 가치 평가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코스닥 등 상위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코넥스시장은 2013년 7월 출범한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으로, ‘성장 사다리 금융시장’이라는 취지로 설립됐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비해 상장 요건이 완화돼,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자본조달이 어려운 초기·중견기업도 상장을 통해 투자 유치와 경영 투명성 제고가 가능하다. 코넥스시장은 혁

사회

더보기
KT&G, 문화체육관광부 ‘2025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직장’ 재인증 획득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KT&G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5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직장’으로 재인증을 획득했다고 11일 밝혔다.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은 사내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한 우수 기업에 수여되고 있다. KT&G는 2017년 최초로 인증을 획득한 이후 올해까지 9년 연속 독서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KT&G는 사옥 내 ‘상상마루’라는 독서 공간을 조성해 구성원들과 외부 방문객들이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또한, 임직원들의 직무 역량 향상 및 자기 계발을 독려하기 위해 다채로운 e-러닝 프로그램과 구독형 오디오북 서비스를 병행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태성 역사 강사(『역사의 쓸모』 저자)와 김난도 교수(『트렌드 코리아』 저자) 등 저명 작가들을 초청해 ‘독서 특강’을 진행하는 등 구성원들의 책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사내 독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KT&G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서문화를 통해 창의적 사고를 키우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지속가능한 독서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

문화

더보기
수의사의 손끝에서 태어난 문장... 삶의 언어와 감정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를 펴냈다. 이 책은 일상과 죽음, 생명과 언어의 경계에서 태어난 한 사람의 기록이다. 수의사로서 아픈 생명을 다루며 매일 생사의 현장을 마주해온 저자는 ‘수의사도 시인도 아닌 채로, 생명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는 진료실의 고요한 순간 속에서도 언어를 놓지 않았다. 아픈 동물의 눈빛, 보호자의 손끝, 그리고 자신에게 남겨진 감정의 잔향을 문장으로 옮기며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는 바로 그 내면의 떨림이 응축된 산문집이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으며, ‘강이 바다로 나아가 하나의 폭풍이 되기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것은’, ‘행과 연’, ‘쏟아진 문장’ 등으로 이어진다.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저자가 겪은 정서의 궤적이 짐작된다. 일상에서 흘러나온 단상들이 시처럼 짧고 단단한 문장으로 다듬어져 있다. 그의 문장은 때로는 냉철한 관찰자의 시선을 닮았고, 때로는 상처 입은 이의 고백처럼 부드럽다. 생명을 치료하는 수의사의 시선이기에 가능한 깊이와 책임감이 느껴진다. ‘나조차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