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7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복고 감성과 유머로 빚은 SF 신세계

URL복사

생명공학·AI시대 불안감, 디스토피아 풍경 표현 <업그레이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미래 도시, 불한당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 그레이는 인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첨단 칩 ‘스템’을 두뇌에 이식하고 아내를 살해한 범 인을 찾아나선다. <겟 아웃> <23 아이덴티티> <해피 데스데이> 등을 통해 공포물의 명가로 떠오른 블룸하우스에서 첫 번째로 선보이는 액션이다. <쏘우> <인시디어스> 등의 각본 주연으로 알려진 리 워넬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이다. 

독창적 인공지능 격투씬

<업그레이드>는 일견 역사적 SF물의 종합전시장 같다. 신체가 훼손된 인간이 ‘반 로봇’으로 압도적 존재가 된다는 소재 는 <로보캅>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한 소재 다. 이 외에도 가상세계에 사는 인류와 인체 한계의 초월을 보여준 <매트릭스>, 다른 자아가 몸을 지배하는 <기생수> 등 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 스스로 밝혔듯이 분위기와 구성 등의 면에서도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같은 80 년대 SF 액션들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심령물의 단골 소재인 ‘악령 신체 강탈’ ‘귀신 들림’ 등과 상통하는 장면도 꽤 된 다. 

이처럼 기존 작품들과 많은 부분을 공 유하는데도 이 영화는 진부하기보다 신 선하고 독창적이다. 리 워넬 감독 특유의 B급 정서와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등 장하지 않는 점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인 상적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의 미래에 대한 경고와 인간 정체성에 대 한 통찰을 분명히 담고 있고, 현재 엄연 히 존재하는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이야기 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담론 조 차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을 감독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 이 영화는 심오한 표정을 애써 짓지 않는다. 

<업그레이드>의 핵심 매력은 오히려 저예산에서 찾을 수 있다. 화려한 비주얼 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액션씬도 스케일보다는 아기자기한 설정과 감각적 연출에 초점을 맞췄다. 디스토피아적 배 경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에 깔린 유머 감각은 단연 돋보인다. 고전적이고도 전 형적인 장르물의 미덕을 모두 갖춘 것이 다. 극중 주인공이 아날로그 마니아인것 처럼, 이 영화는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와 함께 복고적인 정서가 물씬 풍긴다.
 
액션 장면은 초현실이라는 면에서 <매 트릭스>와 비슷한데, 전혀 다른 인상적 비주얼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의지와 관 계없이 움직이며, 감정을 배제하고 수치 적으로 정확하게 상대를 공략하는 인공 지능 격투씬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유혈 이 낭자한 살해 장면들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인간과 대립되는 로봇의 냉혈 함을 강조한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가장 로봇에 가깝고, 냉정한 인간마저도 감상 적인 약점을 지닌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흥미롭게 고 찰한다. 

‘가상 현실’의 지배 경고 

캐릭터 또한 신선하다. 아내가 눈앞에 서 살해당했다는 강력한 복수의 동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레이는 폭력에 익 숙하지 않고 오히려 질겁하는 현실적인 보통 시민이다. 신에 맞먹는 전지전능한 인공지능이 몸에 들어오면서 그레이와 갈등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신체가 행하 는 장면에 놀라는 그레이의 반응은 묘한 아이러니와 유머를 빚어낸다. 나약한 소 시민이나 왕따가 화가 나거나 자극을 받 으면 슈퍼 히어로가 된다는 80년대 흔한 B급 코믹 액션물과 흡사하게, 장애인인 주인공은 인공지능 ‘스템’의 힘으로 ‘슈퍼 맨’으로 변신한다. 탐정 콤비물처럼 ‘스 템’과 그레이는 함께 힘을 합쳐 범인을 탐색하고 싸우면서 관객에게 통쾌한 카 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업그레이드>는 첨단 문명을 극도로 거부하던 그레이가 오히려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만들면서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불안감을 잘 표현했다. 로봇 이 지배하는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인 간이 외면할 수 없는 세계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 표현됐듯이 그 세계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이적인 것이다. 하지 만,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없고, 불의의 사고에서 완전한 해방을 주지도 않는다. 실시간 범행 현장을 감시하는 드론이 날 아다니지만 범행을 막을 수 없으며, 범인 을 단번에 잡아내지도 못한다. 최첨단 시 대에도 천막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여 전히 존재한다. 

‘스템’은 타협적인 모습으로, 처음에는 절대 복종적인 형태로 다가와 점차 ‘숙주’ 를 지배한다. 지배 방식은 <매트리스>처 럼, 가상현실에 인간을 가둬두는 것이 다. 모든 SF는 사실 미래가 아닌 현실 고 발이다. 안락하고 행복한 우리의 현실과 일상은 사실 수많은 불공평과 부조리, 지 배계층의 부도덕에 눈감은 거짓 행복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가상현실’이 기도 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미 현대인 들은 휴대폰 등 첨단 문명의 노예가 돼가 고 있는 중이지만, 단지 지배적 파워를 지닌 것은 기계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몸과 정신을 조종하는 것이 미래의 ‘칩’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도 수많은 억압들이 우리 자신을 강탈하고 있다. 이것이 <업 그레이드>의 메시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회, 경제 대정부 질문…확장 재정·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소비쿠폰 '부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오늘(17일)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실시한다.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등을 놓고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실시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칠승·정태호·이언주·주철현·허성무·김영환 의원이 질의자로 나선다. 민주당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이재명 정부 정책 성과를 조명하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세수 결손 사태 등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정부 질문을 사실상 '청문회' 성격으로 규정하고 정부 정책을 송곳 검증할 계획이다. 4선인 김상훈·이헌승·조은희·조승환 의원이 질문자로 나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의 문제점을 부각할 예정이다. 비교섭단체에서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 참여한다. 정부 측에서는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출석한다. 여야는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놓고도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여권은 "밭에 씨를 뿌려야 하

경제

더보기
이노비즈협회-조달청, 중기 공공조달 규제개선 간담회 개최... “현장 소통으로 조달 혁신”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노비즈협회는 17일 성남 판교 협회 대회의실에서 조달청과 함께 ‘현장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번 간담회는 중소기업들이 조달 참여 과정에서 겪는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를 개선하고, 현장 중심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이노비즈협회 정광천 회장을 비롯해 △유니온씨티 임동욱 대표(이노비즈 전북지회 회장) △보광아이엔티 차순자 대표 △에니텍시스 홍사혁 대표 △하이테커 백성욱 대표 △아이지 김창일 대표 등 혁신·우수·G-PASS기업 및 공공조달 참여기업 5곳이 참석했다. 조달청에서는 백승보 청장과 주요 정책부서 과장 등 4명이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간담회에서 이노비즈기업의 조달 참여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실질적 정책 개선 방안이 진행됐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공공조달형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 임동욱 ㈜유니온씨티 대표이사는 △조달청 인증제품의 개별 매각 제도 도입을 제안했으며, 차순자 ㈜보광아이엔티 대표이사는 △다수공급자계약 진행 기간 단축과 기업 보호 제도 마련 △다수공급자계약 물품 등록 시 가격 조정의 투명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