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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존재한다는 것은 ‘좋아요’를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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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삶의 변화 <나는 셀피한다 고로 존재한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셀피를 SNS에 올려 수시로 울리는 알람으로 ‘좋아요’ 개수를 확인한다. 언제부턴가 카톡에서 말 대신 이미지(짤)로 대화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엘자 고다르는 우리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의 신호인 셀피 현상을 기술 발전, 언어와 타인에 대한 인식, 가상의 자아의 탄생, 에로스적·병리적·미적·윤리적 측면에서 살펴본다.

이미지를 숭배하는 시대

저자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 그리고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지금을 ‘셀피 단계’라고 칭한다. 아기가 거울을 통해 처음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인 라캉의 ‘거울 단계’. 화면을 통해 가상의 자기 자신, 타인과 만난다는 점에서 셀피단계는 거울 단계와 통한다.

이렇듯 셀피는 ‘가상의 나’ 없이는 더 이상 자신을 파악할 수 없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이제 ‘증강 주체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체의 형성 과정 자체에 가상이 결합된 증강 주체성 때문에, 우리는 이따금 사는 게 고달프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스스로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우며 많은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삶의 변화 중 하나는 시·공간에 대한 인식과 언어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어 있는 인간은 지금 여기에서 빠른 속도로 반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에 대해 사유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인간에게 남은 것은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뿐이다. 이 과정에서 언어는 힘을 잃고 이미지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

나르시시즘의 표현이기도 한 셀피는 나르키소스의 신화와도 맞닿아 있다. 나르키소스와 에코의 비극은 서로 말을 듣지 못한다는 상호 이해 불가능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로 말을 듣지 못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만날 수 없다는 점은 말이 쇠퇴하고 픽 스피치(이미지를 통한 말)가 득세한 지금 시대에 대한 완벽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싫어요’를 받을 용기

인간이 주체로 떠오른 르네상스 시대에 자화상이 유행한 것처럼, 가상의 주체성이 등장하는 디지털 시대에 셀피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 시대를 제2의 르네상스라고 부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표현되는 청소년기처럼 지금 우리는 개인적·사회적으로 과도기, 변모의 시기를 겪고 있다. 저자는 지금의 우리가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이 타인에 게 인정받으려는 욕구 속에서 자유를 잃어 버렸다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거나 ‘싫어요’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 말이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가상 세계를 두려워하는 대신 그것을 우리의 일상에 완전히 통합해 내는 것, 즉 ‘가상의 나’와 ‘실재의 나’를 연계시켜 받아들이길 권한다. 그리고 기술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만 관심을 갖는 바이오 윤리가 아니라, 비인간적 일탈과 가상 세계에 대한 과도한 소비욕을 막아줄 셀프 윤리, 가상 세계에서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애타주의를 통해 우리가 책임감 있고 자유로운 존재로 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세상이 변했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라고, 최악의 사태가 가능하다면 최선의 사태 역시 가능하다고, 실존의 조종석에 앉아 있는 것은 여전히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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