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09 (목)

  • 흐림동두천 9.7℃
  • 흐림강릉 15.9℃
  • 서울 9.8℃
  • 대전 10.5℃
  • 흐림대구 12.5℃
  • 울산 13.3℃
  • 광주 15.8℃
  • 부산 13.5℃
  • 흐림고창 16.4℃
  • 흐림제주 21.9℃
  • 흐림강화 9.7℃
  • 흐림보은 11.3℃
  • 흐림금산 10.2℃
  • 흐림강진군 16.5℃
  • 흐림경주시 14.2℃
  • 흐림거제 14.3℃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엄마는 처녀를 죽인다

URL복사

육아의 고단함과 여성적 자아의 상실감을 섬세하게 파헤친 <툴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세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엄마를 구원할 환상적인 보모가 등장한다. 육아의 현실적 고통과 그 시점 여성의 심리적 균열을 흥미롭고 섬세하게 그렸다. <땡큐 포 스모킹> <인 디 에어> <레이버 데이> 등의 제이슨 라이트맨이 연출을 맡았고, <몬스터> <노스 컨츄리>의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했다.

집 안에서의 고독한 전쟁

챙겨줄 것이 많은 8살 첫째 딸 사라, 발달장애를 앓는 둘째 아들 조나, 그리고 셋째까지 임신한 만삭의 엄마 마를로는 육아에 지쳐서 무기력하고 피곤한 나날을 보낸다.

이런 동생을 안타깝게 여긴 부자 오빠 크레이그는 곧 태어날 셋째의 육아에 대비해 밤에만 와서 아이를 돌보며 잠잘 시간을 만들어주는 야간보모를 제안하며 자신이 비용을 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를로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과 이미 여러차레 받아온 오빠의 도움에 대한 부담감에 내키지 않는다.

셋째가 태어나면서 잠 한숨 잘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고 ‘조금 특별한’ 둘째가 학교에서 재적까지 당하자 마를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른다.

자동차 시트를 발로 차며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들과 큰 소리로 울음을 멈추지 않는 갓난 아기, 예민한 첫째 딸에 미칠 지경이다. 하루하루 냉동 피자로 식사를 떼우고 수면부족으로 졸면서 아이를 돌보는 생활에 치여서 옷 갈아입는 것마저 버겁게 느껴진다.

야간 보모 툴리의 등장은 이 같은 상황의 마를로에게 기적을 보여준다. 임신과 육아로 생기를 잃고 뚱뚱한 몸에 지친 얼굴을 한 마를로와는 상반되게 20대의 젊음과 날씬한 몸, 열정이 넘치는 툴리는 우려와는 달리 완벽하게 아이를 돌본다. 정확하게 필요한 것을 알아서 하고, 더 나아가 마를로가 이상적인 엄마라고 생각하지만 육체적 한계로 하지 못했던 청소나 아이들 학교에 가져갈 간식 만들기 등까지 해낸다. 결정적으로, 마를로의 정신적 공허함마저 채워주며 멘토이자 친구가 된다.

“당신을 돌보러 왔어요”

<툴리>는 시각의 섬세함과 연출적 깔끔함이 잘 완성된 영화다.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관객의 대리체험을 유도하는 연출로 숨막히는 압박감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엄마라는 이름에게 세상이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과도한 것이며 한편으로 비인간적인 것인지도 예리하게 포착했다.

무엇보다 과장이 없다. 남편은 잠자기 전 일정시간 거의 매일 게임에 빠져 있지만 평균 이상의 좋은 아빠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도 함께 돌보며 아내에 대한 걱정도 한다. 극한에 있는 아내와 달리 게임이라는 잠깐의 탈출구가 존재한다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육아에 대한 엄마의 역할이란 타자의 짐작을 훌쩍 뛰어넘는 영역이라는 것이 문제다.

아무도, 심지어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그 고독하고 우울한 세계를 영화는 툴리라는 인물을 매개로 파헤치
며 위안을 던진다. 그 위안은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성숙과 극복 정도일 것이다. 툴리는 20대의 자신이자 일기장이다. 산후 우울증을 앓는 여성, 또는 성적 매력이 없어진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힘겨운 중년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동지, 정신적 지지자, 철학가다.

자아를 죽이고, 특히 처녀 시절의 자신을 버리고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축복으로 아무리 미화해도 그 과정은 우울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일상적인 산후우울증의 실체를 조망한다. 툴리의 등장으로 달라진
마를로의 ‘사는 것 같은 삶’은 역설적으로 툴리의 부재라는 보통의 중년에게 삶이 얼마나 극한인지를 보여준다. 육아에 지쳐 육아의 즐거움마저 느낄 여유가 없는 그런 삶말이다.

샤를리즈 테론의 깊이 ‘독박 육아’ ‘헬 육아’ 등의 용어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사랑하는 자녀를 돌보는 일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그런 불만이 엄마의 도리가 아니라는 시각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마치 노동을 신성시 여기며 ‘산업 역군’으로 아버지에게 채찍질을 가했던 것처럼 모성 신화는 만들어지고 억압적으로 이용된 면 또한 없지 않다. <툴리>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심지어는 오락성을 갖추면서 모성 신화에 반발한다. 모성은 기꺼이 처녀적 자신을 죽이고 자아를 학대하면서도 끄덕없는 초능력이 아니다. 그리고 감성적인 시선으로 여성 삶의 터닝포인 암흑기를 사색한다.

이 영화의 가장 많은 칭찬은 배우에게 할 수밖에 없다. 샤를리즈 테론이기 때문에 배가 출렁거리는 그 신체의 변화는 더욱 직설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20kg 넘게 찌운 몸을 노출까지 하며 자신을 내던진 점 이상으로, 노련하고 깊이있는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생략과 절제, 효과적 편집으로 흥미롭게 전개되는 영리한 연출과 더불어 판타지적 결말이나 가족의 소중함 등 의 봉합적 메시지를 거부하는 영리한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사실 답은 없지만, 가짜 답은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성을 넘어선 진보적이거나 혁명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6 한국전자제조산업전·오토모티브월드코리아’ 개막 ... 기술 교류의 장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26 한국전자제조산업전(EMK) x 오토모티브월드코리아’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개막했다. 오는 10일까지 사흘간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 제조 및 자동차 전장 기술 전문 전시회로서 급변하는 IT 및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 비즈니스의 장으로 마련되었다. 전 세계 25개국에서 온 3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부터 자율주행 핵심 부품까지 최첨단 기술력을 뽐낸다. Hall A에서 진행되는 ‘한국전자제조산업전’ 부문에서는 SMT(표면실장기술) 생산 기자재와 반도체 패키징 장비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올해는 초정밀 검사 장비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 솔루션이 대거 출품되어, 인력난 해소와 생산성 향상을 고민하는 제조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함께 개최된 ‘오토모티브월드코리아’ 섹션에서는 전동화(EV)와 자율주행(AD) 시대를 뒷받침하는 차세대 전장 부품들이 주를 이뤘다. 차량용 반도체, 센서 모듈, 그리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구현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기술 등이 전시되어 미래 모빌리티의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학술회의(TCTAP 2026) 개최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심장혈관연구재단(이사장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이 주최하고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후원하는 제31회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학술회의(TCTAP 2026)가 4월 29일(수)부터 5월 2일(토)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학술회의(TCTAP)’는 1995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약 50개국 3천여 명의 심장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국제학술행사이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관상동맥 중재시술 ▲판막 및 구조적 심질환 ▲혈관 내 치료 ▲좌주간부 관상동맥 질환 ▲심혈관 이미지 및 생리학 ▲만성폐색병변 등을 주제로 기초지식부터 첨단 기술과 혁신적 치료법 등 세계 심혈관 중재치료 분야의 최신 흐름을 심도 있게 다루는 세션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자로는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콜롬보, 영국의 데이비드 폴 태가트, 독일의 에버하드 그루베, 일본의 켄야 나스, 중국의 샤오량 천 등 세계적인 심장학 분야 전문가들이 나선다. 학회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케이스 세션에는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미국의 시더스 시나이 메디컬 센터, 중국의 후와이병원, 일본의 도요하

문화

더보기
조직 내 문제에 대한 재해석 ‘세대 갈등은 구조의 문제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세대 갈등은 구조의 문제다’를 펴냈다. 최근 조직 내 갈등을 설명하는 대표적 키워드로 ‘세대’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신장철 저자의 ‘세대 갈등은 구조의 문제다’는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MZ세대와 기성세대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갈등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며, 오히려 갈등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대신 저자는 갈등의 본질을 ‘사람’이나 ‘세대’가 아닌 ‘소통 구조’에서 찾으며, 조직 내 문제를 재해석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 신장철은 가온코칭센터와 가온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대표이자 사회복지학 박사로, 오랜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한국코치협회(KPC), 국제코칭연맹(PCC) 인증을 비롯해 다양한 코칭 및 리더십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온 그는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조직에서 작동하는 변화의 메커니즘을 탐구해왔다. 이러한 배경은 이번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설계 중심 접근’이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이 갈등을 개인의 태도나 인내의 문제로 환원했다면 이 책은 갈등을 예측 가능하고 조정 가능한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정치(政治)’를 잃은 시대, 지도자의 야욕이 부른 재앙
야욕이 낳은 비극, 명분 없는 전쟁의 참상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당초 단기전 예상을 깨고 4주째를 넘기고 있다. 이란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장기전 돌입이 자명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중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내상을 입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왜 총성을 울렸는가? 명분은 자국민 보호였으나, 실상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이라는 '개인적 정치 야욕' 때문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도자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함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극단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치(政治)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부러진 곳을 편편히 펴서 물이 흐르듯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즉, 삶이 고단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정권을 획득한 집권 여당은 행정·사법부와 협력하여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