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2 (목)

  • 흐림동두천 -13.9℃
  • 맑음강릉 -8.4℃
  • 맑음서울 -11.6℃
  • 대전 -8.9℃
  • 맑음대구 -7.0℃
  • 맑음울산 -6.7℃
  • 구름많음광주 -5.9℃
  • 맑음부산 -5.7℃
  • 흐림고창 -7.3℃
  • 제주 1.0℃
  • 맑음강화 -11.6℃
  • 흐림보은 -9.7℃
  • 맑음금산 -8.8℃
  • 흐림강진군 -4.5℃
  • 맑음경주시 -7.3℃
  • -거제 -4.6℃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엄마는 처녀를 죽인다

URL복사

육아의 고단함과 여성적 자아의 상실감을 섬세하게 파헤친 <툴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세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엄마를 구원할 환상적인 보모가 등장한다. 육아의 현실적 고통과 그 시점 여성의 심리적 균열을 흥미롭고 섬세하게 그렸다. <땡큐 포 스모킹> <인 디 에어> <레이버 데이> 등의 제이슨 라이트맨이 연출을 맡았고, <몬스터> <노스 컨츄리>의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했다.

집 안에서의 고독한 전쟁

챙겨줄 것이 많은 8살 첫째 딸 사라, 발달장애를 앓는 둘째 아들 조나, 그리고 셋째까지 임신한 만삭의 엄마 마를로는 육아에 지쳐서 무기력하고 피곤한 나날을 보낸다.

이런 동생을 안타깝게 여긴 부자 오빠 크레이그는 곧 태어날 셋째의 육아에 대비해 밤에만 와서 아이를 돌보며 잠잘 시간을 만들어주는 야간보모를 제안하며 자신이 비용을 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를로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과 이미 여러차레 받아온 오빠의 도움에 대한 부담감에 내키지 않는다.

셋째가 태어나면서 잠 한숨 잘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고 ‘조금 특별한’ 둘째가 학교에서 재적까지 당하자 마를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른다.

자동차 시트를 발로 차며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들과 큰 소리로 울음을 멈추지 않는 갓난 아기, 예민한 첫째 딸에 미칠 지경이다. 하루하루 냉동 피자로 식사를 떼우고 수면부족으로 졸면서 아이를 돌보는 생활에 치여서 옷 갈아입는 것마저 버겁게 느껴진다.

야간 보모 툴리의 등장은 이 같은 상황의 마를로에게 기적을 보여준다. 임신과 육아로 생기를 잃고 뚱뚱한 몸에 지친 얼굴을 한 마를로와는 상반되게 20대의 젊음과 날씬한 몸, 열정이 넘치는 툴리는 우려와는 달리 완벽하게 아이를 돌본다. 정확하게 필요한 것을 알아서 하고, 더 나아가 마를로가 이상적인 엄마라고 생각하지만 육체적 한계로 하지 못했던 청소나 아이들 학교에 가져갈 간식 만들기 등까지 해낸다. 결정적으로, 마를로의 정신적 공허함마저 채워주며 멘토이자 친구가 된다.

“당신을 돌보러 왔어요”

<툴리>는 시각의 섬세함과 연출적 깔끔함이 잘 완성된 영화다.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관객의 대리체험을 유도하는 연출로 숨막히는 압박감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엄마라는 이름에게 세상이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과도한 것이며 한편으로 비인간적인 것인지도 예리하게 포착했다.

무엇보다 과장이 없다. 남편은 잠자기 전 일정시간 거의 매일 게임에 빠져 있지만 평균 이상의 좋은 아빠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도 함께 돌보며 아내에 대한 걱정도 한다. 극한에 있는 아내와 달리 게임이라는 잠깐의 탈출구가 존재한다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육아에 대한 엄마의 역할이란 타자의 짐작을 훌쩍 뛰어넘는 영역이라는 것이 문제다.

아무도, 심지어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그 고독하고 우울한 세계를 영화는 툴리라는 인물을 매개로 파헤치
며 위안을 던진다. 그 위안은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성숙과 극복 정도일 것이다. 툴리는 20대의 자신이자 일기장이다. 산후 우울증을 앓는 여성, 또는 성적 매력이 없어진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힘겨운 중년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동지, 정신적 지지자, 철학가다.

자아를 죽이고, 특히 처녀 시절의 자신을 버리고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축복으로 아무리 미화해도 그 과정은 우울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일상적인 산후우울증의 실체를 조망한다. 툴리의 등장으로 달라진
마를로의 ‘사는 것 같은 삶’은 역설적으로 툴리의 부재라는 보통의 중년에게 삶이 얼마나 극한인지를 보여준다. 육아에 지쳐 육아의 즐거움마저 느낄 여유가 없는 그런 삶말이다.

샤를리즈 테론의 깊이 ‘독박 육아’ ‘헬 육아’ 등의 용어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사랑하는 자녀를 돌보는 일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그런 불만이 엄마의 도리가 아니라는 시각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마치 노동을 신성시 여기며 ‘산업 역군’으로 아버지에게 채찍질을 가했던 것처럼 모성 신화는 만들어지고 억압적으로 이용된 면 또한 없지 않다. <툴리>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심지어는 오락성을 갖추면서 모성 신화에 반발한다. 모성은 기꺼이 처녀적 자신을 죽이고 자아를 학대하면서도 끄덕없는 초능력이 아니다. 그리고 감성적인 시선으로 여성 삶의 터닝포인 암흑기를 사색한다.

이 영화의 가장 많은 칭찬은 배우에게 할 수밖에 없다. 샤를리즈 테론이기 때문에 배가 출렁거리는 그 신체의 변화는 더욱 직설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20kg 넘게 찌운 몸을 노출까지 하며 자신을 내던진 점 이상으로, 노련하고 깊이있는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생략과 절제, 효과적 편집으로 흥미롭게 전개되는 영리한 연출과 더불어 판타지적 결말이나 가족의 소중함 등 의 봉합적 메시지를 거부하는 영리한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사실 답은 없지만, 가짜 답은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성을 넘어선 진보적이거나 혁명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서울시의회 국힘 "김경 의원 윤리강령 정면으로 위반…윤리특위, 제명해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강선우 국회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뇌물 1억원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시의원(무소속·강서1)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 시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시의원이 파렴치한 범죄 의혹의 중심에 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공천헌금 1억 상납부터 당원 위장전입, 당비 대납,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상임위원회 권한을 이용한 수백억 원대 가족 회사 용역 수주, 직원 갑질까지,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가 시의원으로서의 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김 시의원의 안하무인격 태도는 서울 시민과 동료 의원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면서 "김 의원은 공천 대가로 1억원을 건넨 사실을 자백하면서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하는 일'이라며 후안무치한 발언을 내뱉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향해 "가장 강력한 징계인 '제명'을 통해 의회의 자정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도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온정주의를 버리고, 제명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시의원은 구차한 변명 대신 시민 앞에 석고대죄하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박홍배 의원,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권리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비례대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초선, 사진)은 20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업자’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에게 직접 보수를 지급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나. 다른 사람에게 일하는 사람을 소개·알선하는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의 보수 결정, 노무제공 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3. ‘일터’란 업무와 관련한 모든 물리적·사회적 공간과 장소(온라인 환경을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제1항은 “일하는 사람과

문화

더보기
소통이 잘되는 조직을 만드는 요령... 성과·권한·책임이 얽힌 구조적 소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많은소통 관련 책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 직장 현장에서는 말을 잘해도 조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 바로 ‘직장인 소통의 마력’(저자 화담 김해원, 출판 바른북스)이다. 이 책은 일상적 대화나 관계 중심의 일반 소통과 달리 직장 소통은 성과·권한·책임이 얽힌 구조적 소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36년간의 직장 생활과 조직 경험을 통해 직장에서의 소통 문제는 개인의 화법이나 성격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과 말의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직장인 소통의 마력’이 기존 소통서와 다른 지점은 명확하다. 공감, 경청, 배려 같은 미덕을 강조하는 대신 이 책은 회의가 왜 실패하는지, 지시가 왜 왜곡되는지, 상사의 말이 왜 조직 분위기를 무너뜨리는지를 현장 사례 중심으로 해부한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가 멈추는 지점에서 소통을 바라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는 소통이 잘되는 조직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사람의 힘 △시스템의 힘 △조직문화의 힘이라는 세 가지 축을 제시한다. 이는 개인의 말버릇이나 태도 교정을 넘어 조직 전체의 소통 구조를 점검하는 프레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