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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불평등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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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사의 관점으로 풀어낸 제도와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 <상속의 역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동서양 역사에 정통한 역사가 백승종 교수가 이번에 주목한 주제는 상속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가 양극화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기원은 바로 상속제도의 폐단에 있다고 주장한다.

부모자식 간의 부양 계약서

상속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다.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변하면 상속제도도 달라졌다. 각 사회의 구성원들은 가장 유리해 보이는 상속제도를 선택했다.

그에 따라 누군가는 권력을 얻거나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신분이 추락하거나 가난으로 내몰렸다. 한 가문에서 상속으로 인해 벌어진 싸움으로 인해 국제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국경이 달라지기도 했다. 상속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인 셈이다.

저자는 동서양은 물론 이슬람 역사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상속제도와 거기에 내포된 문화적 의미를 들려준다. 서양의 부모들은 나이가 들면 상속과 부양에 관해 자식과 계약서를 작성했다. 18~19세기 서양 농민들은 은퇴계약서로 노후를 보장받았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면 농부와 소작농은 농지나 소작지를 자식에게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반면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노부모가 부양을 위해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 유교 사회에서 효도란 필수적인 의무였다.

상속제도는 각 사회 구성원들이 선택한 생존전략이다. 중국 청나라에는 종족단체인 종중이 있었고, 조선에는 문중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과거시험에 합격한 신사가 종중 재산을 운영했다. 신사는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했다. 종중은 현대의 기업처럼 돈이 되는 일이면 어디에든 투자했다. 종중의 나머지 구성원은 농업, 상업, 수공업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다. 조선의 문종은 그와 많이 달랐다. 저자는 ‘그들은 상공업에 종사 하지 않았고, 신분의 이동 자체를 금지하려고 했다. 종가를 세워 종손이 조상의 인적·물적 자원을 독점 하게 했다. 그것이 양반 가문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세계 어디서나 문명화가 진행되면서 여성은 경제권을 빼앗겼다. 이혼도 불가능했고 상속자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19세기 중반까지 여성들은 법적·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흥미로운 점은 중세 이슬람 문화가 여성의 지위에 있어서 가장 선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는 여성의 재산권과 교육 받을 권리,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를 인정했고 이혼 또한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14세기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 열풍이 불면서 이슬람 여성의 지위가 갈수록 낮아졌다. 

한국 여성의 지위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조선 전기까지 우리나라 여성들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재산의 소유와 상속 매각이 자유로웠다. 그러나 16세기 후반 들어 상속제도가 크게 달라진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여성의 지위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에야 남성과 동등한 상속권을 여성에게 인정해주게 됐다. 조선전기시대의 상속법이 온전히 복구된 셈이다.

그렇다면 인류사회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상속제도를 변화시킬 것인가. 저자는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진 역사적 논쟁들을 소개한다. 사유재산을 완전히 포기하고 처자까지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 플라톤과 이에 맞선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쟁은 자못 흥미롭다. 고대 중국에서도 공유제 논쟁이 일었다. 묵자가 주장한 겸애설은 본질적으로 공유제와 다르지 않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한 인류사회가 불평등을 완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리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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