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올해는 3·1 운동이 일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3·1운동은 기미년인 1919년 3월 1일부터 약 2개월여에 걸쳐 전국적으로 전개한 일제강점기 최대의 민족운동이었다. 그러나 민족대표 33인등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 외에 유관순 열사로 대표되는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포상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전체 2%에 불과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진 "대한독립만세" 외침은 우리 나라 항일 운동 역사를 바꾼 분수령이 됐고, 그 주인공은 일제에 극렬히 저항했던 독립운동가들이었다.
그러나 항일운동에 나선 독립운동가 중에서 여성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현재까지 포상을 받은 여성 독립유공자는 총 357명에 불과하다. 포상을 받은 전체 독립 유공자가 모두 1만5180명인 점에 비춰볼때 여성 독립 유공자는 2%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독립 운동 전반 곳곳에 포진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아직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당시 음식·의복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독립 자금을 전달하는 전달책 또는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특히 전달책이나 정보원 임무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의심의 눈을 피하기가 훨씬 용이했기 때문에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이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최근 연구소가 발굴한 여성 독립운동가 38명 명단을 봐도, 이들은 대부분 지역공작대 내에서 정보수집과 자금 전달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해당 명단에 대해선 현재 연구소 측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 독립 운동가들은 왜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을까. 민간 독립운동 단체 등에 따르면 1960년대 정부의 독립운동가 발굴 초기 당시 그 대상은 큰 규모의 독립운동 단체 지도자급이 중심이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지도자급 독립운동가 등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 정도만 서훈을 받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보훈처는 지난해 여성 독립운동가 서훈 기준을 일부 손질하는 작업을 진행하긴 했다. 여성·학생 독립운동가의 경우 옥고를 3개월 이상 지내야 인정해 주는 기준이 있었는데, 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아무리 독립운동을 많이 해도 옥고 3개월이 안되면 그동안 서훈이 안 됐는데, 그 기준을 없애면서 학생들이 정학이나 퇴학 받은 것도 다 인정되고 여성들도 자연스럽게 인정이 되고 있다"면서 "현재 작업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2013년 6월 발표된 전체 여성독립운동가 현황 논문 발표 당시 223명이었는데, 6년 정도 흐른 상황에서 357명이면 많은 숫자가 증가한 것"이라면서 "그런 면에선 작년과 올해를 거쳐서 추가적인 발굴은 많이 된 것이고,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건 발굴 숫자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날 정도인데 왜 전엔 안했나 하는 부분"이라면서 "앞으로도 많을 것인데, 국가적 차원에서 룰을 만들고 체계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유관순 열사 서훈등급 3등급..활동에 비해 낮은 평가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현황에 따르면 김구·안창호·안중근 등 30명이 대한민국장(1등급)이고, 신채호 등 93명은 대통령장(2등급)으로 분류돼 있으나 유 열사는 이들보다 낮은 단계인 독립장(3등급)에 포함돼 있다. 독립장을 수여받은 인물은 총 806명으로 윤동주, 김마리아 등도 포함된다.
그런데 여성으로서 3·1절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일제에 검거돼 서대문형무소에서도 옥중투쟁을 하며 독립의지를 꺾지 않았던 유관순 열사에 대한 서훈으로서는 낮은 등급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유 열사에 대한 서훈이 결정된 1962년. 정부는 당시 어떤 근거로, 어떤 심의 절차를 거쳐 공적평가서를 작성했는지, 왜 유관순 열사가 국가 서훈 3등급으로 등재됐는지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에 서훈 변경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유관순 열사와 같이 조국의 독립과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의기와 정신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상훈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은 서훈이 확정된 서훈 대상자의 서훈 종류 또는 등급을 달리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서훈을 변경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함으로써 국민적 인식과 역사의 평가를 반영한 서훈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지난 2월 19일 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후덕 의원은 “유관순 열사와 같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가 혹시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 늦었더라도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3·1운동 100주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더 많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재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