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소홀한 양치질이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구강 내 오염은 연쇄 반응을 통해 신체의 정상적 기능을 훼손시킨다. 양치질을 잘못하면 치주질환이 될 수 있고 치주질환이 방치되면 당뇨병, 폐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간질환, 췌장암, 치매, 저체중아 출산과 조산, 발기부전 등 각종 전신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골다공증, 협심증,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 질환도 잇몸병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칫솔질 적을수록 공복 혈당 높아
원광보건대 치위생과 주온주 교수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칫솔질을 적게 할수록 공복 혈당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플란트가 없고 치주질환이 없는 사람의 공복 혈당이 더 낮았다.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 4445명을 대상으로 치아 건강과 공복 혈당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공복 혈당이 126㎎/㎗ 이상은 당뇨병, 100 이상∼126㎎/㎗ 미만은 공복혈당장애, 100㎎/㎗ 미만은 정상으로 규정했다. 연구대상자의 69.6%는 정상, 21.4%는 공복혈당장애, 9.0%는 당뇨병으로 판정됐다. 남성의 평균 혈당은 여성보다 높았다. 남성은 공복혈당장애 25.8%, 10.8%는 당뇨병인데 비해 여성은 공복혈당장애 17.2%, 당뇨병 7.2%였다.
하루 칫솔질 횟수 치실 사용 여부도 공복혈당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칫솔질 횟수가 2회 미만인 사람은 5회 이상인 사람에 비해 공복 혈당이 평균 4.1㎎/㎗ 높았다. 하루 칫솔질 횟수가 3∼4회인 사람에 비해서도 1.6㎎/㎗ 높은 공복 혈당을 기록했다.
치실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치실을 쓰는 사람보다 공복 혈당이 2.8㎎/㎗ 더 높았다. 치주질환이 없는 사람이 치주질환자에 비해 공복 혈당이 8.6㎎/㎗ 낮았다. 씹기에 문제가 없고 임플란트가 없는 사람의 공복 혈당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플란트를 상악에 1개 이상 심은 사람은 임플란트가 없는 사람보다 공복 혈당이 3.0㎎/㎗ 낮았다. 당뇨병 환자의 치주질환 유병률이 정상인에 비해 2.0배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당뇨병 환자는 치주질환에 걸리거나 악화되기 쉽다는 뜻이다.
조산이나 유산 위험 높여
여성의 경우 조산이나 유산의 위험을 높인다. 스웨덴에서 열린 임신 관련 국제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구강 내 청결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비만 만큼이나 임신에 악영향을 미치며 이는 청결하지 못한 구강 내 상태가 오염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잇몸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들은 임신에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7개월로 그렇지 않은 여성들의 5개월에 비해 2개월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최적의 세균번식 환경을 제공하는 산모의 입안은 입덧과 잦은 음식물 섭취로 치은염 위험에 노출돼있어 올바른 칫솔질이 매우 중요하다. 임신을 하게 되면 호르몬 변화로 면역력은 낮아지고 체온은 올라간다. 이같은 변화는 입 안에서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치은염을 방치하면 잇몸이 소실되고 잇몸뼈로 염증이 확산되는 치주염으로 진행된다. 치주염은 치아와 치아 사이의 삼각형 모양의 잇몸이 훼손되는 것을 말한다. 치주염이 더욱 심해지면 농양이 생기면서 입냄새도 강해지고 영구치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산모의 경우 치주염을 심하게 앓으면 조산아 출산 가능성도 증가한다.
조산이라는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치아관리 방법을 숙지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칫솔질의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치태를 제대로 제거하는 것이다. 치아의 사방을 둘러가며 구석구석 닦고 음식이 닿는 씹는면도 닦아줘야 한다. 혀 위도 설태가 많으므로 혀도 반드시 닦아준다. 칫솔질만으로는 모든 치태를 제거할 수 없다. 칫솔질과 함께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해야 95%까지 치태를 없앨 수 있다.
성기능 장애 발병 위험
남성의 경우 정자의 활동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김영택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잇몸병을 앓고 있을 경우 성기능 장애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은 T.덴티콜라 세균이 일부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암에 걸렸을 때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췌장암과 상관관계가 더 높았다.
잇몸의 염증은 심혈관 질환과도 연관이 깊다. 신당동 연세스위트 치과병원 치주과 강남원 원장은 “잇몸이 장기간 세균에 감염되면 우리 몸은 세균의 증식을 막으려고 혈액 내의 백혈구 수를 늘리게 되는데, 백혈구는 혈관 벽을 약하게 해 뇌나 심장혈관에 혈전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혈구가 늘어나면 혈액 응고 인자도 많아져 혈액이 끈끈해지므로 심혈관에 무리가 가게 되면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염증에 의해 잇몸이 파괴되면 피부가 헐게 되고 혈관 사이로 세균이 침투, 초반에는 백혈구의 면역 활동을 통해 제거되지만 장기화되면 혈액 속 세균과 염증을 일으키며 신체 다른 장기까지 전파 돼 심혈관 질환, 폐질환, 당뇨병을 일으키게 된다.
치주질환은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이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며, 진행될수록 분홍색에서 짙은 빨간색 혹은 보라색으로의 잇몸의 변색이 나타나며 잇몸이 붓는다. 감염 정도나 깊이에 따라 농양이나 궤양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일산병원 치과 김영택 교수는 치주질환은 기본적으로 세균에 의한 것이므로, 세균이 군집될 수 있는 치태를 지속적으로 제거해주는 것이 치주질환의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올바른 칫솔질을 해주는 것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보조용품인 치간 칫솔, 치실, 첨단 칫솔 등을 이용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가로 자신의 잇몸의 상태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잇몸관리가 필요한 경우 치과에 정기적으로 내원해 관리를 받아야 한다.
치주질환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치석제거(스케일링)이며, 치은염, 초기 치주염의 경우 치석제거로 치료한다. 중증도의 치주염의 경우 치석제거 후 추가로 ‘치은연하소파술’,‘ 치근활택술’을 진행한다. 중증의 치주염의 경우 ‘치은판막술’을 진행하게 되는데, 골소실의 정도에 따라‘골이식술’ 혹은 ‘조직유도재생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