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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돋보기

북유럽 감성의 청각 스릴러

전화기 너머의 소리 만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문제적 1인극 <더 길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긴급 신고 센터에서 근무중인 경찰 아스게르는 심상치 않은 전화를 받는다. 반말에 횡설수설하는 여자의 말투에 처음에는 장난 전화로 생각했으나 직감적으로 납치 상황임을 눈치채고 재기와 전문성을 발휘해 전화만으로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스웨덴 출신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34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관객상을 수상한 덴마크 영화다.

마치 눈으로 본 듯 생생하게

112 콜센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1인극이다. 주인공 아스게르를 제외하고는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목소리를 통해 등장하며 단 한번도 영상은 콜센터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의 스릴러는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강점을 활용한 고전적 장치로 그 자체가 새로운 실험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밀폐 스릴러의 장르적 문법을 따르면서도 목적을 완전히 달리하며 오히려 수많은 비슷한 영화들을 통해 학습된 관객들의 선입견을 뒤엎고 법칙들을 깨트린다.

아스게르는 오직 전화로만 상황을 판단하고 사건을 이해한다. 이것은 극히 제한된 정보인데, 이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아스게르와 같은 입장에서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통해 머릿속에서 영상을 그
려나가고 스토리를 이어붙인다. 서스펜스의 기본 원리가 그렇듯, 부분적 정보의 노출이라는 조건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한 장소에 한 인물만 끈질기게 등장하는 이 영화가 관객을 붙들어놓는 힘은 이처럼 소리에 의한 상상력이다. 심지어 비슷한 설정의 다른 영화들과 달리 <더 길티>는 음악은 배제돼 있으며, 대사마저도 극히 절제돼 있다. 마치 도서관에서 청각이 곤두서듯 관객은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미세한 소음과 침묵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잡음에서 대사까지 그 모든 소리들은 사건과 상황에 대한 단서로 작동된다. 

다양한 클로우즈업과 조명의 작은 차이 등 절제된 시각적 표현들도 관객의 심리를 조여온다. 아스게르의 손동작 등 세밀한 움직임과 콜센터 전화가 왔을 때 들어오는 붉은 조명 등 일상적 감각 자극 하나 하나가 언어가 된다.

관객은 전화 너머의 사건 뿐 만아니라, 주인공인 아스게르에 대해서도 단편적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아스게르는 내일 중요한 재판을 앞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초과근무까지 자처하며 납치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일시적으로 좌천된 강력계 형사라는 그의 신분은 더욱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신뢰하게 만든다. 

피해자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판단한 아스게르는 많은 절차를 무시하고 원칙을 어기며 직업적 한도 이상으로 사건에 개입한다. 피해자와 피해자 딸의 정신적 상처 치유를 돕고, 가해자에게 분노에 찬 말을 쏟아내는 아스게르의 피해자와의 공감능력, 정의에 대한 거침없는 행동에 관객은 동질감을 느낀다. 

그에 반해 사건에 대한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주변 인물은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게도 만든다. 심지어 사소한 사건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림돌로 인식하고 신고자에게 면박을 주는 거친 대응법도 수긍된다.

현대인에 대한 은유

아스게르가 이렇게까지 사건에 몰입하는데에는 5세 밖에 안된 납치 피해자 딸과의 약속 때문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죄책감과 연관된다. 하지만, 아스게르는 헐리우드물처럼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들을 구원하는 수호자가 아니다. 사건의 해결을 통해 죄책감을 스스로 구원한다는 공식적 전개도 철저히 배반한다.

<더 길티>는 냉정한 이성과 원칙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강력한 철학적,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에서 그렇듯, 파편적 정보의 체험은 마치 직접 본듯한 생생한 추측과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그 정보들을 통해 사건을 단정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여기에서 영화가 소리만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그토록 자극했던 것은 단지 긴장감 유지나 장르적 쾌감을 주는 것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판단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남을 돕기 위해 옳은 행동을 선택하거나 지지한다. 하지만 세상은 왜 그다지 정의롭지 않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은 초반부터 반사회적 인물, 또는 그렇게 판단되는 신고자에 대해 퉁명스러운 태도를 드러낸다. 납치자에게도 공격적인 분노를 쏟아낸다. 아스게르는 마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처럼 의자에 앉아 전화기 너머의 인물들에 대해 강한 분노, 책임감 등의 감정이입을 보인다. 전화기만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직설적 은유다. 

현대에 만연한 선입견과 편견, 혐오의 감정은 문을 걸어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리고 갇혀서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자신의 잘못을 잘 알지 못하는 이미지화된 타인에게 전가해서 분노를 쏟아내고 대리 행동원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들을 하고 불만을 갖지만, 정작 본인이 직접 행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가보지 않고 잘 알지 못하는데 모든 것을 안다는 망상에 빠진다. 그리고 그 망상과 환각은 죄를 짓게 만들거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다.

관객과 아스게르가 동일화되도록 만든 연출은 매우 섬세하고 영리하다. 그것은 영화적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적 방식일뿐아니라, 아스게르가 느낀 충격 또한 관객 스스로가 고스란히 받도록 만든다. 자기 감정의 투여와 선입견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자신의 판단을 신봉하고 주장하는 현대인들은 사실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는 위험한 정신질환자들이라는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강렬한 메시지는 관객에게 자기 반성과 각성의 숙연한 감정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땅콩회항의 나비효과 인가? 조양호 회장 퇴진이어 조원태 사장 검찰조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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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희비 엇갈린 4·3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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