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9 (금)

  • 흐림동두천 -4.4℃
  • 맑음강릉 1.2℃
  • 흐림서울 0.7℃
  • 흐림대전 0.2℃
  • 구름많음대구 -1.9℃
  • 구름조금울산 3.2℃
  • 흐림광주 4.7℃
  • 구름많음부산 12.0℃
  • 흐림고창 6.2℃
  • 구름조금제주 8.8℃
  • 흐림강화 -1.3℃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2.5℃
  • 흐림강진군 2.8℃
  • 맑음경주시 -2.1℃
  • 흐림거제 5.1℃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

URL복사

‘보스턴 테러’의 실존 희생자를 모델로한 인생의 수난과 성장 <스트롱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13년 4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중에 발생한 ‘보스턴 테러’의 희생자인 실존 인물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웅’이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주인공 제프 바우만 역에 제이크 질렌할, 주인공의 여자 친구 에린 헐리 역에 타티아나 마슬라니가 출연했다. 

희생자를 이용하는 집단심리

 제프 바우만은 여자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 서 있다가 갑자기 터진 폭탄을 맞고 두 다리를 잃는다. 비록 두 다리를 잃었지만 테러의 희생자이자 테러범의 목격자인 제프 바우만은 ‘보스턴의 영웅’으로 유명해진다. 영화는 ‘보스턴 테러’라는 역사적 사건을 한 개인의 참사와 극복에 초점을 맞춰 바라본다. 장애를 극복하는 ‘인간 승리’의 진부한 드라마는 거부하지만, 또 일면 그 대중적인 문법을 버리지는 않는다. 결국, 이 영화는 ‘인간 승리’담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실화라는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이 보다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점 보다, 캐릭터가 전형화되지 않는다는 면이 이 영화에서는 더욱 강점으로 느껴진다. 캐릭터의 전형화는 실화를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기는 하지만, 실존 인물의 자기 고백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통찰들이 이 영화에는 들어있다. 

자신의 장애를 의연히 받아들이는 제프를 통해 미디어는 테러를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그를 영웅시해서 ‘미국은 강하다’는 메시지를 얻고 싶은 집단 심리다. 하지만 사실 그의 내면은 전혀 강하지 않다. 테러를 극복하는 미국 대중과 미디어의 방식에 대한 영화의 시선은 새롭고 통찰력도 겸비하고 있다. 아들의 불의에 슬퍼했지만, 아들에 대한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흥분과 기쁨이라는 엄마에게 반전적인 감정을 주기도 한다. 

가족까지 포함해서 대중은 제프를 무의식적으로 이용한다. 어쩌면 그것은 테러라는 상처와 공포를 치유하기 위한 그들 나름대로의 몸부림일 것이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다시 재건해 새 삶을 사는 희망을 제프에게서 얻지 못한다면 그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제프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 

매력포인트, 제이크 질렌할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제프 자신이다. 그리고 대중의 환상과 달리 그의 고통은 그렇게 간단히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프는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거대 적이 아닌, 화장실을 갈 때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 같은 일상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장애를 받아들여야하는 개인의 고통은 그에게 환호하는 군중과 대비되며 더욱 고독하게 느껴진다. 참혹한 현장의 트라우마와 장애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잃은 그의 내면과 반대로 대중 앞에서는 강한 모습으로 연출되는 역설적 상황에서 제프의 분열적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영화는 대중의 열광을 낯설고 동떨어진 것으로 묘사하며 제프의 고독감을 강조한다.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여자친구 에린이 유일하다. 에린은 제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정신이 무너진 제프와의 관계가 원만할 리가 없다. 무책임하고 유아적으로 행동하며 삶을 방치하는 제프의 삶을 바꿔놓는 계기는 오히려 그가 그토록 외면했던 처참한 사고 현장을 돌아보는 상황에서 생긴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 진정으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제프는 드디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미 알려진, 또는 예측 가능한 수순으로 전개되는 실화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연출의 평이함이 더욱 아쉽다. 

앞서 이야기한 몇 가지 매력적인 부분들이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맴돌다 끝나는 듯한 한계도 느껴진다.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캐릭터들이 다소 피상적으로만 묘사된 점도 영화를 다소 단조롭게 만든 요소다. 엄마 캐릭터 같은 경우도 매력적이지만 그 내면 풍경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서, 그저 철없는 모습으로 대상화된 느낌이다. 

이는 여주인공인 에린 헐리 역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는 로맨스라는 이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며 중요한 계기들을 만들어가는 인물이지만, 정작 내면은 세심하게 드러나있지 않아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생생하게 묘사되지 못했다. 이 같은 한계들을 극복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해 주는 가장 큰 힘은 제이크 질렌할의 뛰어난 연기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현대 문명을 관통하는 ‘유비쿼터스행복학’의 비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유비쿼터스행복학 비전을 공유하다’를 펴냈다. 교육자이자 다수의 인문·경영·자기계발서를 집필해 온 이정완 저자는 이번 책에서 현대 문명의 핵심 영역(경제, 사회, 정치, 기술, 교육)을 ‘행복’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재해석하며,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문명 전체를 관통하는 행복의 구조적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인류가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거대한 편의를 확보했음에도 오히려 불안·소외·갈등이 심화된 현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성장 전략이 아니라 ‘행복을 중심에 둔 문명적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이를 위해 다섯 개의 주요 부문과 국제적 시각까지 폭넓게 다루며, 미래 사회가 어떤 ‘행복 문명’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제1부 ‘경제와 행복’에서는 GDP 중심 지표가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짚고, 포용적 성장·공감 자본주의·윤리적 혁신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제2부 ‘사회와 행복’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단절, 정신건강 문제 등 사회적 불안을 분석하며, 신뢰와 공감의 회복을 핵심 가치로 제시한다. 정치 영역을 다루는 제3부는 투명성,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