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정치권에서 상대를 ‘종북(從北)’으로 비판하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는 임수경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상은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200만원 배상”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2013년 백령도에서 열린 정전(停戰) 60주년 행사에 임 전 의원이 참석하자 성명을 내고 “천안함 용사 영혼이 잠든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모 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렀다”고 규탄했다.
이에 임 전 의원은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박 전 의원을 상대로 2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1~2심은 ‘종북’ 표현에 대해서는 정치적 공방 도중 나온 의견표명이라며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격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자격과도 연관될 수 있는 중대사안”이라며 2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모멸감을 주기 위해 악의적이고 모욕적이며 경멸적인 인신공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 전 의원은)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박 전 의원 성명을 반박하거나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 평가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고 봤다.
한국외대 입학 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 가입한 임 전 의원은 1989년 북한이 88서울올림픽에 대항하기 위해 평양에서 개최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선발돼 동독을 거쳐 월북했다.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92년 12월 가석방됐다. 이후 2012년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 입문 계기 중 하나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국립묘지 안장 반대를 꼽았다. ‘김일성의 오른팔’이자 주체사상을 만든 장본인인 황 전 비서는 1997년 탈북 후 북한 정권 폭로에 앞장서왔다. 북한은 황 전 비서를 ‘배신자’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