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을 전격방문할 예정이다.
17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는 오는 20~21일 이뤄질 시 주석 방북(訪北)을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김정은 초청에 의해 이뤄졌다. 중국 국가주석 방북은 2005년 이래 14년만이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임기 이래 처음이다.
반면 시 주석은 한국은 방문하지 않을 전망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G20정상회의 전후 시 주석의 방한(訪韓) 계획은 없다”며 “G20정상회의 기간 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 방한은 2014년 7월 이후로 없다. 문재인 정부는 시 주석 방한 성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코리아패싱’ ‘문재인패싱’ 등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 보이자 청와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핵심관계자는 18일 “시 주석 방북 조기실현을 위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연설에서 ‘북한 체제보장’을 언급하는 등 북중러(北中露)와 입을 맞추면서까지 이들 3국 군사동맹에 접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시 주석의 ‘방한 거부, 방북 선택’으로 무산된 모양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韓美)동맹을 훼손해가면서까지 강행한 정부 대북정책 성과가 전무(全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핵 폐기’ ‘미중(美中) 무역전쟁에 나선 중국 달래기’ 등 얻은 것 하나 없이 한미일(韓美日)·호주를 주축으로 한 미국의 리밸런스(Rebalance. 아시아·태평양 중시 정책) 진영에도, 북한을 ‘대미(對美) 행동대장’으로 앞세운 중러(中露) 진영에도 끼지 못하고 두 곳에서 모두 ‘버림’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두고 미중 갈등이 한층 첨예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 국립외교원 고위관계자는 임기 첫 북한 방문에 대해 “시 주석이 (G20정상회의에서의)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품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 통일연구원 고위관계자는 “북한, 중국, 러시아는 삼각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북중(北中)국경 지하에 매설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를 북한에 밀반입하는 등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일정 부분 돕고 있다. 지난 2016년 국가정보원은 그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잔해에서 러시아제 부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근래 북한이 발사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도 러시아제가 원형이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KN-23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한다.
만에 하나 미중 무역분쟁이 군사충돌로까지 번져 중러가 ‘행동대장’ 북한을 한반도 대리전(戰)에서 활용할 경우 약화된 한미동맹 앞에 한국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정치권 내에서 제기된다. 한미는 이미 주요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는 전방초소(GP) 철거 등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동해 앞바다에 북한 선박이 출몰할 때까지 군(軍) 당국이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없는 의례적인 행보라는 반론도 있다. 수차례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訪中) 앞에 혈맹(血盟)인 북한을 답방하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