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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부탄가스 돌격’과 반미(反美) 테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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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문화원 방화·폭발, 美 대사 피습 등 다수 테러
양지 지향 ‘반미’ 앞 요구되는 당국 대응 강화



[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지난 25일 차량에 다량의 ‘부탄가스’를 싣고 서울 종로구 주한(駐韓) 미국대사관에 돌진했던 30대 남성이 결국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9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된 박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 당시 “나는 공안검사다” “이미 다 보내놨다”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량을 덜기 위한 ‘연기’인지 정말로 정신질환자인지 알 수 없지만 미수에 그쳤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대사관 정문을 오가는 적잖은 내·외국인이 죽거나 부상당할 뻔했다.


일부 반미(反美)주의자들의 대미(對美) 테러는 건국 이래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건이 1982년 3월 17일 부산 미 문화원 방화(放火) 사건, 1983년 대구 미 문화원 폭발 사건, 2015년 마크 리퍼트(Mark Lippert) 미 대사 피습 사건이다.


리퍼트 대사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조찬 행사에 참석하던 도중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대표를 자처한 김기종에게 피습당해 큰 부상을 입었다.


김기종은 평범한 참석자인 것처럼 위장해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날이 시퍼렇게 선 25cm 길이의 과도(果刀)를 꺼내 리퍼트 대사를 기습적으로 덮쳤다.


그는 마치 리퍼트 대사를 작심하고 ‘죽이려는’ 듯 칼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스럽게도 해군 출신인 리퍼트 대사의 본능적인 대응, 육군 특전사 출신인 장윤석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제압으로 살해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목숨은 건졌지만 리퍼트 대사는 뺨이 크게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 긴급이송됐다. 이 사건은 ‘반미 테러리스트’가 언제 어디서든 ‘선량한 얼굴’로 우리 곁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구 미 문화원 폭발 사건에서는 아예 정교하게 제작된 사제(私製)폭탄이 동원돼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영남고에 재학 중이던 허모(당시 17세)씨는 미 문화원 주변을 지나던 중 주변에 놓인 수상한 가방 몇 개를 발견한 뒤 일부를 수거해 경찰에 가져가 신고했다. 경찰은 사실확인을 위해 미 문화원으로 출동했으며 허 씨와 함께 가방을 살피던 중 큰 폭발이 일어났다.


허 씨는 그 자리에서 폭사(爆死)했으며 김모 순경은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문화원 주변을 지나던 몇몇 시민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폭탄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제작된 시한폭탄이었다.


부산 미 문화원 방화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 1980년대 당시 대학가를 휩쓸던 반미정서에 동조된 일부 대학생들은 문화원 문을 미리 준비한 공구로 뜯어낸 뒤 침입해 불을 질렀다.


순식간에 건물이 화마(火魔)에 휩싸인 가운데 문화원 내 도서관에서 공부 중이던 동아대 재학생 장모 씨는 미처 탈출하지 못해 결국 질식사했다.


“이 나라는 사람이 죽어야 움직이나”


기자에게도 ‘테러’를 당할 뻔한 악몽은 있다. 기자와 2007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수년 간 매주 서울 여의도 안전가옥(OO빌딩) 등에서 만났던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장례식장에 황 전 비서를 비방하는 수십 장의 ‘삐라’가 뿌려진 것이다.


단순 전단지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리퍼트 대사 때처럼 유포자가 흉기난동을 부렸거나 ‘폭탄’을 설치했더라면 기자를 포함한 무수한 사람이 죽거나 다칠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기자가 북한 취재를 위해 한동안 격월로 방문했던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서는 정체 모를 인물이 자전거를 탄 채 기자의 뒤를 줄곧 쫓아오기도 했다. 북대(北大)시장에서 양뀀(양꼬치)에 독한 빠이주(白酒. 중국술) 몇 잔 먹고 새벽에 홀로 귀가하던 중 미행에 나선 이 인물을 떨쳐내기 위해 아침까지 숙소 주변을 빙빙 돌았던 기억이 있다.


한 탈북인사를 경호하던 경찰서 보안과 소속 형사가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허리춤에 멘 채 ‘국회’ 보안검색대를 ‘무사통과’한 일도 있다. 기자, 탈북인사와 모 국회의원 사무실에 동행하던 과정에서 국회에 ‘무혈입성’한 이 형사가 허탈한 웃음을 짓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는 반미·친북(親北)주의자들의 활동이 대담해지고 있다.


이달 초 서울의 한 교회에서 열린 ‘공개행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랑과 믿음의 정치” 등 주장이 쏟아졌다. 이 행사에는 ‘영어가 쓰인 옷’ ‘청바지 등 외국문화 옷차림’이 금지됐다고 한다. 미 대사관 부탄가스 테러 시도에 이어 29일에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 대통령 방한(訪韓)을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반미주의자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밀고 나오는 가운데 상술한 사례들에서 보듯 이들 중에 ‘테러리스트’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테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당국의 부실대응 앞에 한 언론기사에 달린 “이 나라는 사람이 죽어야 움직이나”라는 댓글이 기자 뇌리를 아직 맴돌고 있다.


대한민국은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됐다. 폭탄은 ‘인명살상’에 특화된 물건이다. 사람의 신념은 때로는 자신의 목숨마저 돌보지 않게 할 정도로 무섭다. 이성(理性)이 결여된 무분별한 반미주의가 존재하는 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이 더욱 신경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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