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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침묵 기술

크리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어드벤처 장르 뒤섞은 <사일런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동굴탐사 도중 우연히 발견된 고대 괴생명체가 지하에서의 봉인이 풀려나 지구를 공격한다. 팀 레본의 소설이 원작이며, <애나벨>의 존 R. 레오네티 감독의 신작으로 <콰이어 플레이스> <버드박스>를 연상시키는 장르물이다. 키에넌 시프카, 스탠리 투치 주연, 미란다 오토가 출연한다. 

‘소리나는 대상’을 공격

크리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어드벤처 장르를 뒤섞은 영화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생존을 해왔던 특성탓에 시력이 퇴화된 크리처는 거대 박쥐 같은 모습으로 떼지어 날아다니면서 ‘소리나는 대상’을 무차별 공격한다. 몇 년 전 사고로 청각을 잃은 대학생 앨리와 그녀에게 각별한 걱정과 관심을 가진 아버지를 비롯해 엄마와 외할머니, 남동생, 글렌 아저씨는 조용한 곳을 찾아 피난을 떠난다.

영화의 본질은 당연히 이 같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인간은 어떻게 공격당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의 즐거움 그 자체다. <사일런스>는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해서 장르적 재미를 준다. 

이를테면 필연적으로 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버려진다던가, 또는 크리처의 속성을 잘 이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된다. 이 과정에서 최근 유행하는 청각적 긴장감으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끈끈한 가족애와 로맨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성장, 생존을 위한 인간의 이기심과 냉혹함, 집단의 이상 심리 등도 더했다. 이 크리처들이 소음 공해와 함께 진화해온 문명에 대한 응징의 존재라는 은근한 인상도 풍긴다. 소리나는 것을 공격한다면 도시는 가장 위험한 곳이 아니겠냐는 여주인공의 생각대로 괴생물체들이 도시를 처참히 파괴하는 모습이나, 자동차 같은 소리나는 문명의 기기를 버리고 최대한 원시적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 생존법이 되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특히, 핸드폰 등 IT 기기들이 테러의 무기로 사용되는 부분은 노골적인 반문명적 메시지를 던진다. 소리가 아닌 수화라는 동작으로 소통을 하는 앨리와 그의 가족은 오히려 소리없는 시대를 살아가기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갖춘것처럼 보인다. 

한편으로 도시 소음의 스트레스를 크리처들이 역설적으로 풀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웃기기도 한다. 



저예산 장르물 특유의 재미

물론 대부분의 장면들은 어디서 본 듯한 것들, 그것도 여러차례 본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 법칙 안에서 전개되는 살짝 변형된 뻔한 전개나 설정도 여전한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사일런스>는 장르물을 대중적으로 만든 영화라기보다는, 마니아들을 겨냥한 영화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그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구성이다. 전반부에 캐릭터 설명 등의 드라마 전개가 있었던 것에 반해 후반부는 불균형하고 무성의하게 결론이 나서 마치 시리즈물의 한편같은 형식이다. 개연성도 과하게 무시된다. 어느 정도의 개연성 위배는 눈감는 스타일의 영화임을 감안해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수준이라 아쉽다.

어떤면으로도 임팩트가 강하거나 깊이있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이 영화 저 영화의 인상적 설정이나 캐릭터를 겉핥기식으로 조금씩 모아 놓은 메들리 같다고 할까. 이 같은 요소들이 장르적 진부함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전개는 미덕이다. B급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했고, 변형과 디테일의 부족 등 한계가 많은 작품이지만 저예산 영화가 추구하는 특유의 재미를 제법 획득했다. 잔혹한 표현의 수위가 낮고 긴장감의 수위마저 압박적이지는 않아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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