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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경제학자의 눈으로 그린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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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붕괴(CRASHED)>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투즈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역사가 정치적 ‘이단아’ 트럼프의 당선으로 끝맺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전쟁과 독재의 정치적 파국으로 귀결된 대공황 전후의 시기를 환기한다. 금융위기의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며 앞으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금융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세계 경제가 크게 안정된 시기는 결국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정치적 위기로 변모했다.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분위기를 공통분모로 하는 극우 정파가 세를 불렸고 프랑스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온건한 좌파가 몰락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고개를 쳐들었다. 이런 정치적 변화의 배경에는 은행과 채권자에 유리한 구제금융 방식이 추진되고 위기 대응의 실패가 누적되면서 재정긴축에 따른 복지 프로그램 축소 등으로 삶의 고통이 가중된 대중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속도와 위력이라는 면에서 ‘글로벌 역사상 최악’이었다. 투즈에 따르면 이 가공할 위기는 ‘달러를 기반으로 한 북대서양 은행시스템’의 위기였으며,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와 시티오브런던의 연결고리가 빚어낸 시스템의 위기였다. 

투즈는 미국의 은행에 대한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대부분 유럽의 은행들로 흘러들었음을 구체적인 통계 자료와 수많은 공식 문서를 통해서 보여준다. 북대서양 양안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따라 금융위기는 재정위기로 전화하면서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된다. 투즈 교수는 주도국 수반간의 협상이나 국제기구 인물의 면면 등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상황을 파고들면서 지역적 차원의 대응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한마디로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은 위기를 유예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역대급 규모로 양적완화를 시행하며 적극 대처에 나선 미국의 대응과 줄곧 비교된다. 투즈는 이러한 유럽연합의 위기 대응 ‘실패’가 일부 지도적 국가나 정파의 이익에 좌우된 결정이었음을 밝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독일이 그리스의 정권 교체에까지 깊숙이 개입하는 모습은 충격적 사실로 다가온다. 

불투명한 한국의 앞날

국제정치 무대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생생한 현장의 모습은 ‘붕괴’를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이 책은 권력의 상층부에서 실제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 그 맥락은 무엇이었는지 담았다. 투즈는 정치지도자, 국제기구나 금융기관의 수장들이 엮어내는 생생한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푸틴 러시아의 정치적 위세는 실제로 어떠한지? 왜 금융위기 중 수뇌부의 대화에는 전쟁용어가 자주 등장하는지? 그리스 재정위기는 왜 그리 오래 지속되었는지? 유럽중앙은행은 왜 위기 대응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는지? 등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투즈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큰 위기에 놓였다. 금융시스템이 이미 고도로 국제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제 화폐 시장에 자금 조달의 의존도가 높기도 하지만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투자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투즈는 미국과 300억 달러에 이르는 통화 스와프 체결이 위기 해소에 마중물이 됐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투즈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불투명한 한국의 앞날을 크게 우려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은 한국에는 상수의 불안 요소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당장 격화하는 미중의 패권 다툼은 무역 바로 경제의 위기로 비화된다. 우리는 친절한 투즈의 안내로 지난 10년의 위기를 살피면서 분명히 알게 됐다. 경제와 정치의 위기는 맞닿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금융위기 10년의 불안은 엄연한 현실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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