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인류는 오래 전부터 식수확보를 위해 ‘큰 강(江)’ 옆에 부락을 조성했다. 강 주변에 산다는 건 적잖은 리스크를 동반했다. 큰 비가 내려 강물이 범람하면 거주지는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수많은 익사자가 발생함은 물론 역병, 기아, 탁수(濁水. 식수오염)까지 겹쳐 시신이 산처럼 쌓이기 일쑤였다.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기록에는 ‘큰 홍수’가 재앙의 대명사 격으로 등장한다. 고대 치자(治者)의 가장 큰 임무는 제방건설, 수로(水路)건설 등 치수(治水)였다.
중국신화에 등장하는 하(夏)나라의 건국자 우(禹)임금은 나라에 홍수가 나자 숭(崇)부락의 수령 곤(鯀)에게 치수를 맡겼다가 9년 간 실패하자 그를 ‘처형’했다는 기록이 있다. 바로 대우치수(大禹治水)의 고사다. 물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건 곧 ‘죽을 죄’였던 셈이다.
‘치수의 결정판’ 수돗물이 없던 시기 강가에서 인류가 겪은 고통은 컸다. 육중한 물통을 들고 나르며 중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건 차라리 애교였다.
2008년 7월 조선왕조실록 등을 인용한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1729년 8월 함경도에서는 태풍에 따른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무려 1000명 가까이 사망했다. 논밭이 수몰(水沒)돼 먹을 곡식이 사라짐은 물론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해 추가 사상자가 속출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사시대 인류에게 물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건 곧 만인(萬人)이 공인하는 ‘죽을 죄’였다. 지금도 물을 다스리지 못하면 ‘식수부족’ 등으로 대란(大亂)이 발생한다.
환경부의 ‘붉은 수돗물 정상화’ 발표로부터 불과 사흘 뒤인 지난 1일 인천에서 또다시 붉은 수돗물이 확인됐다는 소식이다. 3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는 ‘생수 사용’을 적극 권고했다고 한다. 안일한 태도로 나랏일에 임하다 우임금에게 처형된 곤의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성난 민심 앞에 당국의 보다 철저한 대응이 요구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