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우리 육군이 행군에 이어 총검술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총검술 폐지가 필요한 근거로 드는 ‘미국 육군 총검술 폐지’ 주장은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7일 YTN 등 보도에 따르면 육군은 기존 총검술이 더 이상 현대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오는 9월 각 부대 의견을 수렴해 여부를 최종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미국도 총검술을 없앴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일 한 신문은 육군 관계자를 인용해 “미 육군도 2011년부터 총검술을 폐지하고 권총, 격투기를 통해 근접전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타 언론기사에 다수 인용됐다.
그러나 2015년 12월 6일 ‘미 육군(U.S. Army) 트위터 공식계정’에 오른 사진에는 같은달 3일 노스캐롤라이나주(州) 포트브랙(Fort Bragg) 미 육군 훈련소에서 ‘착검’한 채 훈련 중인 장병 모습이 버젓이 담겨 있다.
총검술이 폐지됐다면 소총 무게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해 사격에 지장을 주는 총검을 굳이 착용할 이유는 없다. 사진 설명에는 ‘총검술 훈련(Bayonet training. 바요넷 트레이닝)’이라는 내용이 분명히 있다.
우리 육군의 총검술 폐지 검토를 두고 각계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전에 총검은 필요 없다’는 주장과 달리 현대전에서도 극한상황에서 착검돌격이 이뤄진 사례가 적잖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쟁 뒷마무리가 한창이던 2004년 바스라에서 차량으로 이동 중이던 영국군 병사 20명은 이라크 민병대 100명으로부터 공격받아 고립됐다. 화력에서 밀려 전멸 직전이 되자 영국군 지휘관은 ‘착검돌격’을 명령했다. 그 결과 민병대 35명이 전사하고 영국군은 포위를 풀었다.
2009년에도 영국군은 착검에 나섰다. 제임스 애덤스(James Adamson) 중위는 탈레반과의 교전 중 탄약이 고갈되자 달려든 탈레반군을 총검으로 사살했다.
북한군은 여전히 ‘창격술’이라는 이름으로 총검술을 훈련 중이다. 우리가 총검술을 폐지하면 전시(戰時) 상황에서 아군 진지까지 돌격한 북한군에 저항할 방법이 사라진다.
‘화력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상술한 사례들처럼 막상 실전에서는 현대에도 착검돌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는 산악지형이라 매복이 대단히 쉽다. 총검술로 단련한 채 매복 중인 북한군과 불시에 근접조우할 경우 화력 우위는 무의미해진다.
사병들에게까지 권총이 기본지급되는 미군과 그렇지 못한 우리 군을 동일시하는 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시에 미군 수뇌부가 육군에 앞서 가장 먼저 투입하는 전략기동군 개념의 미 해병대는 여전히 총검술을 훈련하고 있다.
‘새 시대가 왔으니 구시대 유물을 청산하자’는 인식은 위험하다. 월남전 당시 공대공미사일 성능이 개선되자 미 공군은 F-4 팬텀 등 주력기에서 기총(기관총)을 뺐다. 그 결과 미 공군 조종사들은 다수 미사일이 빗나가고 코 앞까지 다가온 월맹군 전투기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 추풍낙엽으로 격추됐다.
미 공군은 부랴부랴 기총을 다시 도입했다. 21세기 최첨단 전투기의 대명사인 F-22 랩터에도 기총(20mm M61A2 6열 기관포. 480발)은 기본옵션으로 장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지는 급격한 안보환경 변화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부가 내년 6.25 70주년과 관련해 ‘북한’과의 ‘공동기념사업’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은 6.25를 (남한이 북한을 공격한) 북침(北侵)이라 우기고 있다”며 “그런 집단과 6.25 공동행사를 개최하겠다니 6.25 남침(南侵) 책임을 면제해주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