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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모자의 죽어서도 찾지 못한 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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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땅에서도 끝내 벗어나지 못한 굶주림의 덫...빈소조차 마련 안 돼



[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번영된 자유한국 땅에서 아사했다. 부둥켜안고 울고 싶지만 빈소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독재와 굶주림을 피해 탈출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중국 등 제3국을 전전하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정착했지만 굶어죽고 만 탈북모자(母子) 아사 사건이 충격을 던지고 있다.

고(故) 한성옥 씨(향년 42세)와 6살 어린 아들의 시신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13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서 발견된 건 지난달 31일이다. 수도요금 미납으로 단수조치했음에도 소식이 없자 자택을 방문한 수도검침원이 악취를 신고하면서 사망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아사한 지 이미 두 달 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자살,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발견 당시 집에는 쌀, 소금, 간장 등 기초식품이 전혀 없음은 물론 냉장고마저 텅 비어 있었다. 약간의 고춧가루가 재산의 전부였다. 한 씨 통장잔고는 0원으로 5월 중순경 잔액이던 3,858원 마저 출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월세 9만 원도 오랜 기간 미납됐다.

한 씨는 2009년 중국, 태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탈북민 적응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한 뒤 운전면허증, 요리자격증 등을 따고 당당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됐다.

그러나 발목을 잡은 건 중국에서 겪은 인신매매와 폭력이었다. 한 씨는 강제로 팔려갔던 중국인 남편으로부터 첫 아들을 데려오려 했으나 뜻대로 안 되자 아예 남편을 한국에 오게 했다. 남편은 임신 중인 한 씨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이번에 한 씨와 시신으로 발견된 둘째아들은 결국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한 씨는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등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으나 아들을 돌보느라 제대로 된 경제활동이 어려웠다. 한 씨가 작년 겨울 마지막으로 찾아간 주민복지센터 측은 그를 냉대했다. 탈북모자는 비록 몸은 북한을 탈출했지만 그렇게도 벗어나려 발버둥 쳤던 굶주림의 덫에서는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탈북모자는 죽어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따르면 아직 빈소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22일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달려가서 부둥켜안고 같이 울고 싶었는데 빈소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기다리다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앞) 분향소가 마련되면서 바로 가서 위로하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앞서 분향소를 찾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황 대표는 탈북모자 아사 사건에 대한 정부책임론을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2016년도에 어렵게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 여러 기관들을 만들고, 재단을 만들고 노력을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인권법이 완전히 형해화(形骸化. 유명무실)됐다. 기관들 예산은 끊어졌다. 고인과 6살 어린 생명이 굶주려 세상을 떠날 때 정부, 지자체 사회안전보장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 비판뿐만 아니라 자성론도 내놨다.

“저희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탈북민들, 이 정부가 안 챙기면 우리라도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다”

탈북모자 아사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계는 늦었지만 힘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제안으로 ‘아사 탈북모자 추모 및 장례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장례위에는 태영호 남북함께시민연대 대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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