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지난달 말 아사한 시신으로 발견된 탈북모자(母子) 사건으로 각계각층에서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정부·여권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공산대학 교수 등을 지낸 김흥광 NK지식연연대 대표는 “현재 광화문에 마련된 탈북모자 분향소에 정부·여당·청와대 관계자, 통일부 장관, 서울시장 누구도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2일 국회통일포럼(대표의원 이학재)이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주최한 ‘탈북민 모자 아사 긴급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탈북모자 아사 사건을 두고 청와대, 정부, 여당은 물론 고인 거주지가 소재한 서울시까지도 모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경찰이 당초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 중이다.
김 대표는 “탈북모자 죽음 이후에도 탈북민 자살 등이 계속 이어지지만 관련 예산은 적재적소에 지원되지 않고 있다”며 “통일부가 아닌 행정안전부로 (탈북민) 정착 지원 업무를 이양하고 탈북민긴급지원센터 등을 만들어 초동대처를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렇게 되도록 정부, 지자체는 뭘 했는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한국당이 나서서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탈북모자 사건 상황에 맞게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김정은 비위를 맞추느라 의도적으로 탈북민과 거리를 두는 문재인 정권 책임이 가장 크다”며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고 당, 국회 차원에서 제도개선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 따르면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탈북민의 70%가 여성이며 학력은 대부분 고졸 이하다. 때문에 낮은 취업률, 빈곤, 건강, 자녀교육 등 문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적잖은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게 되는 인신매매도 문제다.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은 “탈북여성 대부분이 인신매매를 거쳐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고 (한국에) 들어오는 만큼 복지 사각지대 해소뿐 아니라 탈북여성 보호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폭력조직은 탈북민들이 자국에서 강제송환 대상인 점을 악용해 아예 북중 국경에 진을 친 채 도강하는 여성들을 시골 등에 팔아넘기고 있다. ‘구매자’는 대부분 중년층 이상이다. 심한 경우 한 집에서 부자(父子)에 의해 ‘성노리개’가 되거나 수차례 팔려나가기도 한다.
피해자는 탈출하고 싶어도 공안(경찰)에 신고할 것이라는 남편 협박에 주저하게 된다. 공안에 체포되면 그 길로 북송된다. 송환 후 한국행 시도가 드러날 경우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수감, 공개처형 등 처벌을 받게 된다. 때문에 많은 탈북여성은 남편 몰래 자금을 모아 탈북브로커, 기독교단체 등과 접촉한 후에야 비로소 한국행에 나서게 된다.
피해자들은 일반적으로 중국인 남편을 떼어 놓고 홀로 태국, 몽골, 외국대사관 등을 거쳐 한국에 입국하지만 두고 온 자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남편과 접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재차 가정폭력에 노출되고 이는 빈곤, 건강악화, 교육문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