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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우표’를 통해 보는 세계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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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소멸과 탄생의 비밀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1840~1975)》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가 빈번했던 시기,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세계 나라들의 경계선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지워졌다 그어졌던,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하면서도 드라마틱했던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의 근현대. 이 시기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멸해버린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다.



21세기 ‘나라’의 의미


우표는 어떤 사료보다도 우표를 발행한 나라가 존재했다는 생생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표가 정말 역사적 진실만을 담아낼까? 우표는 정치적 욕망의 산물이다.


우편요금을 대신하는 본연의 용도 외에 한 국가의 건재함을 상징하는 수단이었다. 주권을 갖고 있는 국가라면 당연히 우표는 발행해야 한다고 여긴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1,000여 개가 넘는다.


여기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속내가 담겨 있다. 당시 패권을 쥐고 있던 권력가들은 우표를 발행함으로써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민족주의에 불을 붙였으며, 낙관적인 자국의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자국의 이상화된 이미지를 선전하거나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우표는 통용됐다.


건축가이자 우표수집광인 비에른 베르예는 이 우표라는 작은 종잇조각을 통해 세계 근현대사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철저하게 사료에 입각해 기록했고, 검증된 자료만을 종합해 서술했다.


사라진 나라들이 표기된 옛 지도, 당시를 살았던 증인들의 기록, 후대 역사가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신빙성 있는 사료들을 바탕으로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제국주의의 광포함과 흥망의 역사, 황폐화된 식민지와 크고 작은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책은 21세기 ‘나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게 해주는 역사서이자 위트 있고 통찰력 넘치는 매력적인 인문서이다. 단, 우표는 남아 있다.


성인보다 큰 석회암 화폐를 사용했던 야프섬이나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근무했던 주비곶처럼, 세계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나라의 이야기들은 독자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채워주기에 손색이 없다.


전염병과 굶주린 아이들의 참혹한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아프리카의 ‘비아프라’, 2,800여 명이 사망하고 20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희대의 가스누출사고가 벌어진 인도의 ‘보팔’처럼 다소 익숙한 나라도 있고, ‘오보크’, ‘써당’ 처럼 처음 들어본 듯한 낯선 나라도 있다.


1922년 소련과 핀란드 전쟁 중에 세워졌다가 단 몇 주일 만에 사라진 ‘동카렐리야’처럼 단명한 나라도 있고, 1800년대 후반에 반세기를 버틴 보어인들의 독립 공화국 ‘오렌지자유국’처럼 장수한 나라도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지금은 지도 어디에서도 그 이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우표는 남아 있다.


그 나라들은 도대체 왜 사라졌을까? 내전과 내전을 거듭하다 스스로 파멸한 왕국이 있고(보야카), 이제는 포격의 흔적 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는 나라(양시칠리야왕국)도 있다. 간유 공장으로 쓰이다 화산 폭발로 무인도가 된 나라(사우스셰틀랜드 제도)도 있으며, 주민들의 투표로 나라 자체가 양분된 곳(슐레스비히)도 있다. 열강의 교묘한 술책으로 수백 년 간 평화롭던 나라가 원주민들과 함께 사라져버린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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