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박근혜정부 때는 현대아산에게 암흑기였다.
이전 정부에서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데 이어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개성공단마저 폐쇄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관광사업뿐 아니라 개성공단 설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2000년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 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개성공단개발사업권 및 북한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개발 독점권을 확보했다.
현대는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남북경협에 사활을 걸었다.
노무현정부에서 실시된 대북송금 특검에서 현대는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몰래 송금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과정에서 정몽헌 회장이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며 이는 이른바 ‘시숙의 난’으로 이어졌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정 씨의 현대그룹이 현 씨에게 넘어가게 놔둘 수 없다”며 현정은 회장에게 선전포고를 했지만 패배했다.
일족 간 전쟁에서 상처뿐인 승리를 거둔 현 회장은 남편의 유지를 이어 남북경협에 올인했지만 북한이 말썽을 일으켰다.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사업이 중단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성공단마저 완전 폐쇄되고 말았다.
박근혜정부에서의 현대의 불운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시작됐다.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안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박근혜정부도 적극 호응했다. 이전부터 북한 핵개발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사던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은 공단 근로자 5만3,000여 명 철수로 대응했다. 남한기업 대표단 방북도 불허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 반발로 공단 운영은 8월 극적으로 재개됐다.
2014~2015년에는 북한의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일방통보 등 난관이 없지는 않았지만 남북경협은 대체로 무난히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은 2016년 또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유엔결의안을 무시하고 4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은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융합을 통해 반응하는 수폭은 위력 면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수폭 개발 선언은 국제 사회, 특히 남한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남북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넌 가운데 경협 지속이라는 야당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원칙적 남북관계를 강조하던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포했다.
현대가 입은 손실은 막대했다.
금강산관광 사업,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자로서 공단 내 호텔, 면세점, 식당, 주유소 등을 운영한 현대아산은 400억 원 규모의 자산 손실을 예측했다.
북한은 나아가 공단 내 남한 자산 몰수를 선언했다. 동년 9월에는 5차 핵실험을 실시해 남북관계는 회복불가능 단계로 접어든 듯 했다.
2012년 94억 원, 2013년 92억 원 등 대북사업에서 거의 매년 영업적자를 내던 현대아산으로서는 이는 파산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이듬해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기사회생의 찬스를 얻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잇따른 핵실험 등 북한 도발사(史)가 잊혀진 가운데 현대는 경협 재개 시동을 걸 수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