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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귀남이와 그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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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표창원 의원에 이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하며 이른바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교체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야 모두 40대를 중심으로 세대교체 주장이 일고 당초 야권 통합에 합류할 것으로 보였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아예 40대를 중심으로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긴장관계가 더욱 커질 지 모르는 586과 40대의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는 나와 내 동생의 살아온 환경에서 그 차이를 발견하곤 한다. 

내 동생은 73년생이니 40대 중후반이다. 하지만 84학번, 50대 중반인 나와 일곱 살 터울인 동생은 항상 어리게 느껴진다.

때론 동생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쩌면 이 안쓰러움은 비단 내 동생만이 아니라 이 땅의 40대에 대한 나의 감성이자 이성이기도 하다.

586인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과외와 야간자습이 폐지되고 교복자율화를 누렸다. 본고사가 폐지되고 대학 가는 길은 편해졌다. 4지선다 출제 방식의 학력고사에 내신성적을 약간 반영하는 입시제도에 졸업 정원의 130%나 뽑았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원자율화 조치로 교내 상주했던 경찰은 철수했다. 도서관 쇠창살은 걷어지고, 장미꽃이 뽑힌 광장은 함성으로 들끓고, 과방과 학교 근처 술집 탁자엔 진지함이 흘렀다.

졸업할 때쯤 경제는 고도성장기에 들어섰다. 취업문이 넓어졌고, 사회 정착기엔 노태우정부의 200만 호 주택 보급에 힘입어 재테크에 능한 친구들은 집을 사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 땐 30대 한참 일할 나이로 살아남았고, 금융위기 때는 중년의 경험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마침내 586은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젠 대법관도 있고, 국회의원도 적지 않고, 경제계도 많이 장악하고 있으니 진정 586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돌아보면 누군가가 586을 ‘다 누린 세대’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할 듯하다.

내 동생 세대 40대는 어떨까?
다시 과외는 부활되었다. 대학문은 좁아지고 입시가 어려워졌다. 졸업 후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40대는 불행히도 외환위기 때 노동시장에 진입해 고용 여건이 취약한 탓에 이후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 때마다 타격을 입었다.

40대는 문화적으로 애매모호한 세대다. 아날로그시대의 마지막인 50대와, 밀레니엄과 그 전후의 디지털혁명을 학창시절에 경험한 30대 사이에 낀, 문화적 갭의 한복판에 놓인 세대다. 그래서 40대는 세대에 붙인 별칭도 없다.

50대 이후와 30대 이하는 거의 단절된 관계이지만, 40대는 이 양쪽의 특성이 섞여 있다. 거칠게 말하면 그 사이에 ‘낀 세대’다.

이런 경제적, 문화적 어려움 속에 40대는 점점 보수화되는 50대와는 다르게 사회적 반감을 키워간 세대다. 기존 질서,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이 크고 굳건하다. 그렇지만 사회적 반감이 크더라도 함께 사회변혁을 일군 과실은 586이라는 이름의 50대에 뺏긴 정치적으로 불운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40대에게 586, 50대는 얄밉기도 하다.

이제 정치적으로 내 동생 세대인 40대의 반란이 시작된 듯하다. 보수화된, 이미 기득권을 누리는 586에 조심스레 반기를 들고 있다.

586은 억울해하는 것 같다. 여권에 있든 야권에 있든 ‘뭘 누렸다고 그러는지?’ 하며 항변하는 듯하다. 멀찌감치 떨어져 글을 쓰는 나 또한 ‘세대교체의 바람에 밀려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경계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드는 생각이 있다. 586은 너무 많이 누렸다는 생각 말이다. 오래 전 <귀남이>라는 드라마 속 아들처럼 586은 우리사회 '귀남이'가 되어버렸다.

대학 진학을 상대적으로 쉽게 하고 학원자율화 속에 학생운동을 하다가 민주화시대에 접어들어 일부는 정계로 진출하고, 일부는 시민운동에 투신하고, 어떤 이들은 취업이든 고시든 사회의 주류로 활동하면서도 심리적 동조세력이 되었고, 결국 586은 정치세력의 큰 물결을 형성하며 시대의 주인이 되었다. ‘귀남이’가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천명(知天命)을 지난 ‘귀남이’는 지금까지 선배 세대가 보여준 기득권 지킴이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안쓰러웠던 우리 동생 세대에 조금은 미안해 하고, 이들과 나누고 배려하고 더욱 힘을 북돋워주는 멋진 ‘어른 귀남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생 힘내라!
40대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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