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27 (목)

  • 구름많음동두천 3.6℃
  • 흐림강릉 7.9℃
  • 흐림서울 4.9℃
  • 흐림대전 2.4℃
  • 박무대구 4.3℃
  • 구름많음울산 7.5℃
  • 흐림광주 5.5℃
  • 구름많음부산 9.7℃
  • 흐림고창 7.6℃
  • 구름많음제주 9.7℃
  • 흐림강화 5.1℃
  • 흐림보은 -0.4℃
  • 흐림금산 0.4℃
  • 구름많음강진군 2.5℃
  • 구름많음경주시 1.4℃
  • 구름많음거제 9.1℃
기상청 제공

문화

법의학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

URL복사

헝거포드 대학살에서 다이애나 비 사망사건까지 《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만 건 이상의 부검을 행하고 헝거포드 대학살, 9·11테러, 발리 폭탄테러 등 굵직한 사건들에 참여한 영국 최고의 법의학자 리처드 셰퍼드가 쓴 법의학에 관한 책이다. 법의학자의 수련 과정과 업무, 심적 곤경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발간 당시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시신은 진실을 말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시신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보통 의사들과 달리 법의관들의 환자는 모두 죽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임무는 경찰이 범죄사건을 해결하도록 시신을 의학적으로 철저히 검사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학 지식으로 살인사건을 재구성하고, 풀리지 않던 문제를 풀도록 도와주고, 무고한 사람을 구원해주고, 법정 증언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법의학자의 삶이다. 


헝거포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명성을 얻고 9·11 테러, 발리 폭탄 테러, 다이애나 비 사망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참여한 영국 최고의 법의학자 리처드 셰퍼드는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죽음의 진실을 찾아내어 사건을 해결해왔다. 


죽음과 함께하는 삶은 그에게 명성을 안겨주었지만 그와 함께 공황도 안겨주었다. 30년의 법의관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 회고록은 자연사와 수상한 죽음, 살인사건과 정당방위, 아동학대와 돌연사 등 다양한 사건과 사례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 의미를 강렬하게 증언한다. 


법의관 경력을 이어오며 2만 건이 넘는 부검을 행한 그는 2016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그 병은 어느 특정 사건으로 인해 발병한 게 아니라 30년 동안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악행을 목격하며 느낀 감정을 꾹꾹 억눌러온 결과였다. 


그 고단한 일을 견디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사회를 위해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굳은 믿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믿음이 자살충동도 이겨내고 정상적인 삶을 되찾게 해준 것이다. 


냉철한 자세로 진실을 찾다

셰퍼드는 ‘법의관은 항상 옳다고 전제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사람은 항상 옳을 수 없지만, 법의관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피고인은 저지르지 않은 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유죄인데도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검보다 힘든 것은 유족의 충격과 슬픔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처참한 광경의 목격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범들이 발리에서 자행한 폭탄 테러는 수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시신을 보관할 시설이 부족했던 무더운 나라에서 시신들은 슈퍼마켓에서 사온 얼음주머니로 덮인 채 그늘에 눕혀 있었다. 


빠른 속도로 부패해가는 시신들의 광경과 냄새를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셰퍼드는 말한다. 신원 확인을 위해 하나만 발견된 손에서 결혼반지를 빼내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도 셰퍼드는 공포심에 굴복하지도, 분노를 드러내려 하지도 않았다. 냉철한 자세로 진실을 찾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때로 어떤 인간성의 표현을 유예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 그는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들로 심리적 타격을 입었음을 인정하는 데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소설처럼 펼쳐지는 법의학자의 삶의 기록을 통해 독자들은 법의학자라는 직업과 그 특별한 삶에 대해 통찰력을 얻게 된다. 


일반인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그릇 크기대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애쓰는 죽은 자들의 의사에 대해서 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신한금융그룹,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상’ KRCA 명예의 전당 헌정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신한금융그룹은 26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에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을 올해로 열 번째 수상해 KRCA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는 한국표준협회가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성실한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에게 수여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상’ ▲총 50개 산업군 내 200여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지속가능성 지수’ 등 2개 분야로 나누어 평가하는 시상식이다. 신한금융은 20년부터 6년 연속으로 ‘지속가능성보고서상’을 수상해왔으며, GRI, ISSB 등 글로벌 공시 기준을 통합 적용하고, 데이터 기반 성과 관리, 이사회 중심 ESG 거버넌스 고도화를 통해 보고서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여왔다. 특히 그룹 내 14개 자회사의 ESG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통해 주요 성과를 체계적으로 공개하고 ESG 활동으로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화폐 가치로 환산해 투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은 "신한금융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노력이 명예의 전당 등재 라는 결과

경제

더보기
김병기 원내대표, 한미 전략적 투자 특별법 발의...“관세인하 11월 1일로 소급 요건 갖춰”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구갑, 정보위원회, 국회운영위원회, 국방위원회, 3선, 사진)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관세협상의 외교성과를 반드시 경제 성과로 연결하겠다”며 “오늘 오전 제가 직접 대미전략투자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말했다.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법안) 제1조(목적)는 “이 법은 2025년 11월 14일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이하 ‘미국’이라 한다) 정부가 서명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포함한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전략적 산업 분야’란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분야의 산업을 말한다. 가. 조선, 나. 반도체, 다. 의약품, 라. 핵심광물, 마. 에너지, 바. 인공지능 및 양자컴퓨팅, 사. 그 밖에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 증진에 중요한 분야로서

사회

더보기
백석대 K-하이테크 플랫폼 사업단, 충남 디지털 전환 견인할 AI 드론 콘퍼런스 성료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백석대학교(총장 송기신) K-하이테크 플랫폼 사업단은 26일(수) 천안 비렌티 웨딩홀에서 ‘AI로 움직이는 드론과 휴머노이드’를 주제로 한 AI·드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AI와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이 만들어낼 새로운 산업 지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행사장에는 약 200여 명이 참석했고, 충청남도청과 충남 15개 시군구의 드론 관련 공무원, 지역 산업체 관계자, 대한드론스포츠협동조합, 해양경찰, 상공회의소, 기업인 협회 등 다양한 기관·단체의 재직자들이 자리해 기술 변화에 대한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는 백석대 산학협력단 최선기 본부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1부에서는 요요인터렉티브 이경주 대표가 ‘AI 스타트업이 만드는 미래 전쟁’을 주제로 AI 기술이 향후 글로벌 경쟁 구도에 미칠 변화를, 엔이유에듀테인먼트 하광진 대표가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인간형 로봇의 기술적 진전과 응용 가능성을 소개했고, 이어진 2부에서는 에코로보텍 심의진 이사가 ‘드론 커뮤니티에서 산업으로’를 주제로 드론 산업의 성장 방향을, 두구다 송리나 대표는 ‘AI 자율비행 드론 시대의 책임·안전·데이터 거버넌스’를 통해 미래 드론 운용 체계가 요구하는

문화

더보기
최고의 교육은 가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북라이프가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이자 명문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교수로 손꼽히는 켄 베인 교수의 최신작 ‘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평생을 교육과 배움의 본질을 탐구해 온 그의 연구 여정의 완결편이자 모든 부모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제안이다. 수백 개에 달하는 부모와 교육자들과의 인터뷰, 최신 학습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아이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려는 학습 태도와 성장 마인드를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양육 해법들이 담겨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부모들이 성적에만 집중한 나머지,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창의성, 끈기, 배움에 대한 열정을 제대로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 잘 교육받은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할 줄 알고, 자기가 가진 신념의 근거를 탐구하며, 새로운 도전에 맞춰 사고를 발전시킬 줄 안다. 반면 단순히 성적을 올리려고 정답을 외우는 데만 집중하는 아이들은 ‘심층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성적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유의미한 학습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결국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을 모르거나 배우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가 꺾인 채 학업을 마칠 위험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