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최근 연이은 연예인들의 자살로 인해 무엇이 자살에 이르게 하는가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다. 자살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중에서도 우울증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울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제거하고 일상 속에서의 정신건강 관리법을 알아보았다.
자살을 일으키는 메커니즘
우울증 환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년기 우울증 외에도 경쟁과 취업 등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우울증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성준경 고려대 교수, 모리죠 파바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와 자살 생각이 있는 우울증과 없는 우울증 환자의 뇌 영상과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분석한 결과, 전두엽과 변연계의 연결성 저하가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MRI)로 자살 생각이 발생하면 변연계가 흥분하는 것을 관찰했다.
변연계는 분노와 불안 증상이 있거나 과거 트라우마를 회상할 때 흥분한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전두엽 기능이 낮아진 상태에서는 변연계의 흥분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술을 과량 마셨을 때 전두엽 기능이 저하돼 충동이 증가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우울증이 발생하면 뇌신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BDNF가 저하되면서 전두엽과 변연계의 연결성이 저하된다.
두 영역간 연결성이 감소하면 충동이 발생하고 일을 순차적으로 계획해 실행하는 기능은 떨어지게 된다. 전두엽 아래 곧은이랑이 손상되면서 충동조절장애를 일으켜 충동과 자살 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야외활동 늘리고 비타민D 섭취
요즘처럼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는 계절성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경수 교수팀이 계절에 따른 정신건강을 측정하는 계절성양상설문조사(SPAQ) 결과, 일조시간 감소와 일교차 등이 우울증에 영향을 끼쳤음을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관련 깊은 날씨 요인은 일조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조량이 적어지면 뇌는 정서를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적게 생산해 고독감이나 우울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 뇌의 시상하부 능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뇌의 시상하부는 외부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상이 생기면 계절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우울감이 더욱 심해진다.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맑은 날 가볍게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등 야외활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뇌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여 우울감을 줄이는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을 집중적으로 먹는 방법도 있다.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으로는 대구 간유, 연어, 고등어, 참치, 정어리, 우유, 계란, 캐비어, 버섯이 있다. 영양제로 보충할 수도 있지만 흡수가 쉽지 않다.
‘아침형’ 정신건강에 좋아
수면과 우울의 상관관계는 여러 차례 입증돼 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JSR) 이민수 하인혁 원장 연구팀은 수면시간 설문에 응답한 1만7,638명을 비교연구한 결과,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남성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여성은 우울감이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적정 수면시간인 7~8시간보다 6시간 미만의 짧은 수면에서 남여 모두 유의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이 언제인가 또한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최대 27%포인트나 낮다. 콜로라도 보울더대 등이 수행한 이 연구는 여성 3만2,470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중 생활 패턴이 ‘아침형’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중간형’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2~27%포인트가량 낮았다. 여기서 중간형이란 아침형이나 저녁형이 아닌 경우 모두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저녁형’은 중간형과 비교해서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원대병원 가정의학과 고유라 교수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오후 11~12시에 잠들 때 우울감이 가장 적었다. 이를 기준으로 놓고 늦게 잠들수록 우울감이 커졌다.
저체중 저혈압 우울 경고등
비만과 고혈압이 건강에 나쁘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로 정신건강에서는 비만과 고혈보다 저체중 저혈압이 위험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이 18~74세 한국인 5,905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만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자살 시도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BMI(체질량지수)별로 나누어 분석해 자살 관련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살폈는데, 저체중군(BMI 18.5 kg/㎡ 미만)에서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정상체중군(18.5~22.95kg/㎡)에 비해 2.4배 높았다.
자살을 생각할 위험은 저체중군에서 1.6배, 과체중군(25 kg/㎡ 이상)에서 1.3배 높았다. 정상범위에서 벗어난 체중은 자살을 생각하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항목에서는 저체중군에서만 경고등이 확인됐다. 저체중군은 정상체중군에 비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1.7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1.3배 높았다.
혈압 또한 낮을수록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대 조성일 보건대학원 교수와 정경인 연구원이 낮은 혈압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에 따르면, 수축기혈압 100mmHg미만의 낮은 혈압을 가진 사람에서 자살 생각의 위험이 증가했고 낮은 혈압의 기준을 95mmHg, 90mmHg와 같이 낮출수록 자살 생각의 위험비가 증가했다. 반면, 높은 혈압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