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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다시 게마인샤프트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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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2년차인 1993년 초쯤이었다.
사내 대학동문회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1,000명이 넘는 회사에 특별히 대학동문 조직이나 모임이 없었기에 어떤 분이 계시나 궁금하기도 하고, 서로 알아두면 나 같은 신참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도 싶었다. 

마침 1년 아래 신입이 들어왔고, 세계적으로도 동문회가 강하다는 K대가 얼마 전 '세게' 동문회를 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터라 부럽기도 했다.

'이왕 하는 김에 시끌벅적하게 하자' 각오한 나는 총무를 자처하고 서둘러 준비했다.

물어 물어 명단을 만들어 보니 120여 명의 동문이 있었다.

임원과 국장 선배님은 직접 찾아가 참석을 독려하고, 사정상 못 나오시는 분들에게선 후원금을 챙겼다. 

이렇게 해서 열린 제일기획 S대 동문회 날 많은 이가 모였다.

회사 바로 옆 건물 식당 큰 방을 통째 예약해 두었는데, 회사에서 가까운지라 궁금해서라도 많이 나온 듯했다.

70~80명이 모인 가운데 술잔이 돌아가고 거의 교가나 다름없던 <상록수>도 부르며 밤늦도록 동문애(愛)를 나눴다.

그런데 다음 날 나는 출근해서 몇 군데나 불려다녀야 했다. 

당장 내가 속한 사업부장이 호출하셨다. 

그 분도 전날 참석은 안 했지만 대학선배님이셨다.

"어제 잘 놀았나?"

"예, 이사님..."

"그런데 말이 좀 많이 들리네..."

"죄송합니다..."

"동문... 그거 참 좋은데... 회사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해서... 게다가 S대는 더욱..."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말을 이어가려니 막아섰다.

"오케이! 회사라는 이익사회에도 동문회 같은 감성공동체도 필요하지. 물질 앞에 너무 삭막한 사회잖아? 회사의 결속력도 떨어지고..."

"네 맞는 말씀입니다."

"게마인샤프트적인 요소가 필요해. 너무 게젤샤프트잖아? 회사라는 조직은 말야."

고등학교 때 줄치며 외웠던 게마인샤프트, 게젤샤프트.

"게마인샤프트, 참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선배님. 아니 이사님."

이사님이라 불러야 되는데 무심코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터져나왔다.

"선배님 소리 듣기 좋네. 앞으로 회사 밖에선 선배님이라 불러라."

"그래도 되나요?"

이사님이 양복에서 무얼 꺼내셨다. 봉투였다.

"야, 이걸로 오늘 동기들하고 해장술이나 해라."

"에고, 고맙습니다 선배님, 아니 이사님."

"그리고 다음부턴 동문회 하려면 멀찌감치 떨어져서 해라. 회사 코앞에서 하니까 말이 나오지... 그러면 나도 나가지."

"넵, 알겠습니다."

그날도 나는 동기들과 진탕 마셨다. 

그런데 아쉽게도 첫 동문회는 내가 재직하는 동안은 마지막 동문회가 되었다.

요즘 조직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세대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조직원들의 머리와 가슴이 과거와는 다른 듯하다.

어릴 적 줄 치고 외웠던 게젤샤프트  (gesellschaft)와 게마인샤프트트(gameinschaft)는 잊힌 지 오래다.

지연이나 혈연 등으로 깊이 연결돼 있는 자연 발생적인 커뮤니티를 뜻하는 게마인샤프트는 이제 가족, 친지사회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이익이나 기능, 역할에 의해 연결된 인위적인 커뮤니티를 말하는 게젤샤프트조차 회사생활에서 개념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조직원간에는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연결' 자체가 배격 당하는 느낌이다.

각각의 '개인'만 남은 듯.

조직이라는 일터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많이 듣곤 한다.

중견 이상 그럭저럭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회식 같은 것을 하고 싶은데 조직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랜만에 하는 회식도 다 모이기가 어렵고, 분위기도 어색해 자기도 꺼리게 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젠 교과서 속 얘기가 된 듯하다. 공자 말씀 같다. 

게마인샤프트, 게젤샤프트를 고민하는 조직은 이제 없는 것일까?

회사가, 조직이 조금은 더 끈끈해졌으면 좋겠다. 

'게마인데이(gemein day)' 하루쯤 조직에서 만들면 어떨까?

이 또한 공자왈(曰)에, 꼰대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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