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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충격과 전쟁영화 클리셰의 나열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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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계대전 당시 함정에 빠진 아군 1,600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적진을 넘어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젊은 두 영국병사의 사투를 그렸다.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베테랑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미국감독조합, 미국 아카데미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자본과 테크닉의 과시


<1917>은 놀라운 전쟁영화다. 전쟁 속에서 개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존 영화에 없었던 리얼한 묘사와 기술적 충격을 준다는 면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킨다. 영화는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에서 경이적인 롱테이크로 진행된다.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같은 1인칭 시점은 전쟁이라는 대서사에 놓여진 개인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영화 속 현장을 대리체험하게 만든다. 매 장면 엄청난 제작비와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며 단순한 스토리인데도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1917>이 관객에게 제공하는 가상현실 체험 같은 리얼함은 기술적 사실감을 말하는 것이지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 성격의 리얼함과는 거리가 멀다. 정교하게 재현한 1차세계대전의 풍경들과 대형 폭발 장면, 추락하는 비행기가 덮쳐오는 긴박한 현장, 입이 벌어지는 대규모 군중 장면들이 충격적이고 생동감있지만, 이런 것들은 여전히 전쟁의 겉모습에 불과하다. 




물론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소재가 쾌감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 같은 구성과 시점에도 참상과 비극에 임팩트를 두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덕분에 영화적 균형은 좋은 편이다. 포화 속에서 인간성을 드러내고, 비극 속에서 감상적인 순간들이 배치돼 영화 전체가 아름답게 기억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쟁영화 클리셰를 나열하며 전형화된 고전적 정서와 주제를 전달하는 데서 더 나가지는 못한다. 




고전적 주제, 신선한 영상


전장의 동료애와 가족애, 조직에 대한 사명감, 생명을 구하는 휴머니즘 등을 휘몰아치는 전쟁 상황의 냉혹함과 대비해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테마에 그것을 표현하는 대사나 설정마저도 고전적이다. 캐릭터들도 구체적이거나 특별하지 않다. 내면이 깊이있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다. 스토리의 개연성도 부족하다. 




더욱 아쉬운 점은, 감탄을 자아내는 롱테이크가 특별한 철학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비주얼적 자극이나 현장감을 주는 장치로 롱테이크가 효과적이었으나 사실상은 호화로운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크게 갖지는 못한다. 또한, 그 시각적 표현이라는 것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전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반영하거나 전례 없는 테크닉도 아니다. 




기술적 충격에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로 스토리와 주제를 단편적이고 단선적으로 한정한 것처럼 보인다.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 대중에게 형성된 전쟁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보편적 메시지를 혁신적 영상을 통해 전달할 때 획득할 수 있는 대중성을 이 영화는 가지고 있다. 뻔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는, 스토리나 대사가 아닌 오로지 영상적 체험만으로 주제를 전달하겠다는 강한 주장인 셈이다. 그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시각적 자극과 사실적 사운드, 아름다운 음악의 어울림, 마치 과시하려는 듯한 기술적 완성도로 치장된 전쟁물인 <1917>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깔은 놀랍고 새롭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적 통찰력이나 시대적 철학의 새로움과 결부돼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이 영화는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빈곤하고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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