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정부는 전체 가구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기본소득과 맞물려 지원대상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어떤 소득을 기준으로 하위 70%를 계산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총선을 앞둔 설익은 발표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위기의 본질 고려했나?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원대상과 관련해, 합리적이면서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는 소득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WHO(세계보건기구)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선언되고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고려했나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장 전(前) 한화투자증권 사장이자 현재 열린민주당 정책공약단장을 맡고 있는 주진형 후보는 1일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한 데 대해 "현재 정부가 하는 방식은 굉장히 나쁜 콤비네이션"이라고 비판했다.
주 단장은 특히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산정 등과 관련 "긴급 재난에 따른 보상을 하는 기초 틀은 각 나라의 방역 정책이 얼마큼 효과가 있고, 전염병이 얼마나 확산될 것이냐 하는 추정에 베이스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을 감안하면 완결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급성이 훨씬 중요하다"며 "그래서 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복지 차원에서 성인당 똑같이 일괄해서 지급하자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지원 대상인 소득 하위 70% 가구를 추리는 데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으니 일단 고소득층을 비롯해 모두에게 지급하되, 내년에 한시적으로 이들 계층을 상대로 부가세를 매겨 지원금을 되돌려 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 단장은 정부가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 등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재정건전성을 말하는 이야기 자체가 웃기는 것"이라며, "우리보다 부채 비율이나 재정적자율이 훨씬 높은 나라에서도 재정건전성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그런데 재정적자율이 가장 낮은 한국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정말 요령부득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이 코로나19 사태가 1~2년 장기화될 것이 아닌 단기적인 위기라는 점을 가정하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당장의 소득 상실을 보전하는 데 확실하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산을 고려하려면 소득을 상실했을 때 그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다"라면서 "일회적인 지원인 만큼 위기의 본질과 성격을 분명히 정하고 단기적인 소득 상실에 대응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소득을 상실한 누구에게나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는 코로나19로 소득을 상실한 국민이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자산이나 부동산이 있는 사람이 지원금을 받더라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료 vs 소득·재산 등을 활용하는 방안?
정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준비 중이지만 소득 하위 70%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경제 수준 및 능력 반영 ▲단기간 내 실행 가능성 등 크게 2가지 원칙을 세웠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1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건강보험료를 주로 활용하는 방안과 소득 및 재산을 같이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어느 하나의 방안만으로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 쉽지 않아 여러 대안을 함께 놓고 고민해 최대한 합리적이면서도 신속히 집행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1총괄조정관은 "어제(3월31일)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부처별 역할분담 방안을 만들고 범정부TF팀을 구성했다"며 "행정안전부 차관을 단장으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1급공무원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1총괄조정관은 "지금의 경제적인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바탕으로 시급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기준이 설정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 두 가지를 조화시킬 방안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정보 활용이나 다른 공적자료 활용 방안도 아울러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건강보험료 기준 검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매월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어 신속한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직장 가입자의 경우 부동산 등 재산을 반영하기 어려워 보완이 필요하다.
김 1총괄조정관은 "기본적으로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은 신속한 집행에 있어서는 상당한 장점이 있지만 재산을 충분히 반영하는 경제적인 능력을 반영하는 면에서는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재산을 통해서 충분히 저희가 검토하고 반영한다면 합리성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국민들의 경제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도입 취지하고는 다소 맞추기 어려운 이러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최근 소득 감소 영향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느냐를 두고서도 정부는 고민하고 있다.
김 1총괄조정관은 "가급적 최근의 자료를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현실에서의 소득감소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이렇게 될 경우 집행에 있어서의 상당한 어려움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며 "단기간 내에 소득이 급감한 경우나 이러한 것들을 소득 급감을 증명할 방법이 있다면 이것을 반영하는 예외적인 이의신청을 통한 구제의 방법도 아울러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는 건강보험납부액을 기준으로 선별하면 작년이나 재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근로 형태와 이에 따른 급여 차이를 명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전 국민에 차별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세금을 통해 선별적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보다 한발 앞선 지자체
당장 경기도는 기존의 신용카드를 활용하는 등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내놨다. 이재명 지사는 1일 도청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의 구체적인 사용·지급 방식을 밝혔다.
지급 대상자는 3월24일 0시 기준 경기도 거주자다. 나이, 소득, 자산, 성별, 직업 등에 관계없다. 지급 방식은 ▲기존 경기지역화폐카드나 신용카드 선택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선불카드 신청 ▲취약계층 대상 방문 서비스 등 3가지다.
기존에 보유한 경기지역화폐카드나 제1금융권의 13개사 신용카드 중 하나를 택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받을 수 있다. 4월9일 열리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 홈페이지'에서 도민임을 인증하고, 지원금을 입금받을 지역화폐카드나 신용카드 정보를 기록하면 된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아동양육지원수당, 청년수당, 실업수당 등과 중복수령이 가능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도록 하겠다"며 "도민의 소비 역량을 높이고, 골목상권에서 즉각 소비되도록 해 소상공인의 매출을 수혈하고 경제순환의 첫 바퀴를 돌리겠다. 경제방역의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