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혈액형 A형인 사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사람마다 다른 혈액형은 이처럼 질병에 대해서도 다른 반응을 보일까? 혈액형에 따라 잘 걸리거나 잘 걸리지 않는 질병이 있다는 가설에 대해 알아보았다.
B형 췌장암, A형 위암 높아
하버드 의대 보스턴 어린이병원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브라이언 울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췌장암 발생 위험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크게 높다.
B형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위험률이 가장 낮은 O형에 비해 72% 높았다. A형의 위험률은 O형에 비해 32% 높았으며, AB형의 경우 51% 높았다. 연구팀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추적 조사된 남녀 10만7503명의 건강기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스웨덴 카롤린 연구소는 A형이 위암 확률이 높다고 발표했다. B형과 O형에 비해 AB형은 26% A형은 20% 위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위암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취약한 것이 원인이라고 추정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비스펩예르그 대학병원에서 연구해 본 바에 의하면 혈액형 O형 남성은 흡연과 과도한 염분 섭취와 미세먼지, 고지방식, 음주 등 전반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형 혈액형 남성은 유일하게 흡연이 폐암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O형 혈액형인 전립선암 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낮다. 일본 도쿄 의과대학 연구팀이 전립선암 환자 555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조사한 결과 O형 혈액형을 가진 전립선암 환자가 재발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형 혈액형인 전립선암 환자는 A형인 환자에 비해 재발 가능성이 35% 낮았다.
심장마비에 강한 O형
심장마비도 혈액형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O형은 심장마비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130여만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O형이 아닌 혈액형에서는 1000명 중 15명에게서 심장마비가 발생했다. 반면 O형에서는 14명이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A, B, AB 혈액형의 혈액 속에는 혈액 응고 단백질 수치가 더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무레다츠 라일리 박사팀은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심장마비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밝혔다. Adamts7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대부분 심장마비 위험이 있는데, Adamts7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혈액형이 O형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A형과 B형, AB형인 사람들은 O형인 사람들에 비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년에 걸쳐 약 9만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혈액형과 심장병 간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모두 4070명이 심장병에 걸렸는데 연구진은 나이와 식습관 음주 정도, 가족 병력 등 심장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검토한 결과 A형의 경우 O형보다 8%, B형은 11%, AB형은 20%나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 텍사스 대학 심장병예방센터의 아밋 케라 박사는 혈액형에 따른 심장병 발병 위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으며 오히려 흡연과 같은 위험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노인성 인지장애 AB형 위험
임신도 혈액형과 상관관계가 연구됐다. 미국 뉴욕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연구에 의하면 O형 여성들이 다른 혈액형의 여성들보다 아기를 갖기 힘들다. 평균 35세 이하의 여성 56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 결과, O형 여성들이 다른 혈액형의 여성들보다 배란 양도 적고 난자의 질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A형 여성들은 O형 여성들보다 배란 양도 더 많고 질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형보다 O형이 더 높은 레벨의 난포자극호르몬(FSH)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산 전문가들은 FSH 수치가 높은 것이 배란이 적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여성의 난소는 30~40대에 바닥나며 FSH 수치가 높다는 것은 곧 적은 양의 난자를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인성 인지장애는 AB형의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82%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는 기억력 감퇴와 언어 능력 저하 등 노인성 기억 상실 위험이 AB형이 월등히 높음을 밝혔다.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안나레나 베네리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혈액형이 O형인 사람들은 뇌를 이루는 회백질이 많다. 연구팀은 189명의 건강한 지원자들의 뇌를 MRI로 분석했는데 O형의 사람들은 다른 혈액형에 비해 소뇌에 회백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O형의 사람들은 소뇌에서도 뒷부분에 회백질이 많았다.
학습 기억 인식 등의 역할을 하는 해마에도 더 많은 회백질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회백질이 많은 것은 치매 등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모기는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많이 물린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기에 가장 잘 물리는 혈액형은 O형으로 O형은 A형에 비해 모기에 물릴 확률이 2배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침, 땀, 점액 등에 혈액형과 관련된 특정 분자가 포함돼 있을 때에만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의견도 있다. 모기가 O형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 자체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 같은 혈액형을 바탕으로 한 관련 질환 연구들은 통계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며 임상실험이 부족하고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서 아직 큰 신뢰를 얻고 있진 못하다. 특정 질환은 복합적 요소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밝혀진 동일 결과도 많은 만큼, 어느 정도 혈액형과 질환의 연관 가능성은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