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4‧15 총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꼼수 논란으로 점철된 비례대표 정당들의 향배다.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군소정당들의 원내 진입이 수월해 지면서 무려 35개 정당 312명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30석은 각 정당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우선 배분한 뒤 남은 의석은 현행 제도처럼 병립형으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눈다. 즉 연동률 50%를 적용해 의석을 배분할 때 지역구 당선자가 적을수록 유리하다.
2강 2중 구도
5일 기준 비례 정당들은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의 2강과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의 2중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조사해 3일 발표한 4월 1주 차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 조사에 따르면 미래한국당 23%, 더불어시민당 21%, 정의당 11%, 열린민주당 10%, 국민의당 5%, 민생당 2%, 우리공화당 1% 등의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 외 정당의 합계는 2%였으며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층이 25%로 전주 대비 1%포인트 늘었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41%, 미래통합당 23%,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4%, 열린민주당 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주와 비교해 민주당과 통합당은 각각 4%포인트, 1%포인트씩 상승했고 정의당은 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갤럽은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비례대표 정당 선택이 더시민, 열린민주당, 정의당으로 분산된 결과"라며 "지난주에는 민주당 지지층의 59%가 더시민을 선택했으나 이번 주에는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으로 더 옮겨간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 분산에 따른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의 약진은 예상 득표율 추이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비례대표 정당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지난 20대 총선과 7회 지방선거 전국 성·연령대별 투표율을 평균해 셀 가중 처리하고 부동층은 다중 분류 모형에 따라 선택 추정 배분해 산출한 예상득표율에 따르면 미래한국당 31%, 더시민 26%, 정의당 15%, 열린민주당 12%, 국민의당 8%, 민생당 2%로 예상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무작위전화걸기(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통화 7,304명 중 1,002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1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꼼수 논란에도 ‘우리는 하나’, ‘따로 또 같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꼼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다.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정당은 정당투표에서 모(母) 정당의 지지세를 끌어오기 위해 '한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으로 정당 기호 5번인 더불어시민당은 공동 출정식에 이어 쌍둥이 유세버스, 공동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더불어시민당 최배근·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 등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동 출정식을 열었다.
이해찬 위원장은 "지역구에선 민주당이 비례대표는 더시민이 함께해서 큰 승리를 끌어내야 한다"며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한다.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대승하고 비례대표에서 더시민이 대승을 해서 이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고 독려했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위원장은 "소수의 목소리를 국회에 보내고 사표를 막기 위해 민주당과 함께 나아간다."며 "여당과 정부에 힘을 실으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심을 저희에게 몰아주는 것은 민주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한다."며 "오직 정부와 여당의 안정된 국정운영, 공공성과 사회 제반에 대한 지지, 더시민 비례 후보들이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당 기호 12번인 친문(親文) 비례대표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열린민주당도 자당의 정체성으로 문재인 정부의 ‘우군’임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가진 선대위 발대식에서 이근식 대표는 "열린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창당했다."며 선명성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일 열린민주당 정봉주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4·15 총선 후 더불어민주당과 합당 문제에 대해 당원들의 뜻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후 하나 되는 일은 없다'는 민주당 일부 당권론자들의 주장"이라며 "민주당도 비례 정당 만들 때 전 당원 투표했듯이 이 문제도 그렇게 풀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의 상대는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이라며 "상대와 적을 혼동하게 되면 필패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선거전략은 정당 기호 4번인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미래한국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자매정당인 미래통합당의 경기권 선거 유세에 함께하며, 이번 선거전략에 대해 "따로 또 같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는 별개 정당이라 각자 정당의 지지를 촉구하지만 궁극적으로 합당할 자매정당 관계인 만큼 필요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거운동 첫날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형제정당이 첫 합동 선대위 회의를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에서 시작하게 돼 뜻깊다"며, "우리 형제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꼼수 비판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
정당 기호 6번인 ‘원칙을 지킵니다, 당신을 지킵니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정의당은 2중을 형성하며 약진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2일 '원칙을 지킵니다, 당신을 지킵니다.'는 이번 총선 슬로건을 담은 매체 광고를 공개하며 , "꼼수 정치가 난무하는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원칙을 바탕으로 양당정치를 견제할 대안 정당으로 우뚝 서고, 고(故) 노회찬 대표의 '6411 정신'을 따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의당다운 길'을 갈 것이라는 약속을 담았다."고 밝혔다.
4.15 총선 유세 차원에서 400km 국토 대종주를 진행 중인 안철수 대표는 지난 3일 화개장터에 들러 "지금이야말로 국민통합이 절실한 상황인데 정치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기득권 정치의 청산을 호소하고 있다.
정당기호 10번인 국민의당 안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권의 정치 쇼에 싫증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며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라고 생각한다. 말보다 행동이 천배 만배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당 기호 3번으로 비례 투표용지 최상단에 놓이게 된 민생당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민생당 광주지역 출마자들이 오월 영령 앞에서 기득권 극한 대결을 종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손 상임선대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져가고 있는 중에도 양당은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며 "민생당이 유일하게 지역과 비례대표를 함께 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