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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역사의 흐름을 바꾼 재난 《재난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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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연재해에 맞서기 위한 과거로부터의 교훈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인간은 자연재해와 함께 살아왔으며, 자연재해로부터 전적으로 안전한 곳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지질조사국에서 33년 동안 일한 재해학자 루시 존스가 쓴 이 책은 11개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진, 홍수, 태풍, 화산 등 자연재해 앞의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무력감 앞에서 희생자를 찾다


 홍수, 지진, 화산과 같은 자연재해는 파괴와 비극으로만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자연재해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변동의 일부다. 자연재해로 대표되는 지구의 복잡다단한 자연현상이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처럼 온갖 생명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곳이 될 수 없었다. 


 저자는 미국지질조사국이 다양한 자연재해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책을 세운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재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인간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정확한 과학 정보를 습득하고 널리 알려야만 미래의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연재해는 물리적인 피해만 입히지 않는다. 1923년 간토 지진(관동대지진) 당시, 수천 명의 무고한 한국인이 학살당했다. 1755년 리스본 지진으로 포르투갈로부터 원조 요청을 받은 네덜란드는 리스본 지진은 신이 내린 벌이라며 구호 자금을 보내길 거부하기도 했다. 2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2004년 남아시아 지진에 대해 우리나라 한 교회의 목사가 기독교를 안 믿어 하나님이 내린 벌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인간은 이전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럴 때 사람들은 책임을 물을 희생양을 찾거나 희생자들의 잘못을 탓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경향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또 다른 비극을 낳거나 피해를 수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습을 방해하는 차별과 이념


 재해는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부터 무너뜨린다. 1927년 미시시피강 홍수로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당시 미국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구호 활동에 연방정부의 자금을 지원하길 거부했다. 정치적 이념이 재난 구호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당시 미국 남부에 만연한 인종차별도 문제였다. 흑인들은 무리한 제방 보수 공사에 강제로 동원됐다가 떼죽음을 당했고, 이후 피해 수습 과정에서도 차별을  받아 제대로 된 구호품을 받지도 못한 채 방치되기도 했다. 비슷한 일이 2009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당시 반복돼, 흑인들이 뉴올리언스의 무정부 상태의 원흉으로 지목되곤 했다. 


 이 책은 재난의 영향으로 인류 문명의 흐름이 바뀐 사례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1755년 리스본 지진은 리스본에서만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낸 참사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재난은 신이 내리는 벌이라는 서구의 뿌리 깊은 생각을 뒤흔든 사건이다. 독실한 가톨릭 국가였던 포르투갈의 수도가, 그것도 가톨릭의 가장 큰 축일 중 하나인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미사 시간에 지진이 일어나 붕괴됐기 때문이다. 1755년 리스본 지진은 유럽의 세속화, 그리고 근대 과학과 철학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1783년 라키산의 분화는 1만여 명이 사망한 아이슬란드뿐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라키산에서 뿜어져 나온 황은 성층권까지 올라가 전 세계의 기온을 낮추었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 기근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유럽에서는 사회적 혼란이 가중돼 몇 년 뒤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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