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1 (수)

  • 맑음동두천 6.7℃
  • 맑음강릉 10.3℃
  • 구름많음서울 6.8℃
  • 맑음대전 7.2℃
  • 맑음대구 8.9℃
  • 맑음울산 10.9℃
  • 맑음광주 6.8℃
  • 맑음부산 11.3℃
  • 맑음고창 6.7℃
  • 맑음제주 9.5℃
  • 흐림강화 2.9℃
  • 맑음보은 5.8℃
  • 맑음금산 6.2℃
  • 맑음강진군 9.1℃
  • 맑음경주시 8.9℃
  • 맑음거제 9.2℃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성 역할의 고정관념과 젠더 이슈에 대한 성장담 <톰보이>

URL복사

풋풋하고 아픈 ‘사회화’의 추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로레는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들을 사귄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국내 두 번째 정식 개봉작으로, 2011년 제작된 작품이다.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일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

 

 <톰보이>는 생물학적 성의 정체성에 따른 사회적 성의 질서나 규칙을 거부하는 소녀의 성장기를 담았지만, 이 같은 테마를 가진 기존 영화와는 차별화된 시선을 보여준다. 짧은 머리에 짧은 바지, 민소매를 입은 로레는 이사온 동네에서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또래의 리사에게 미카엘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10살이라는 로레의 나이는 사회화의 기로에 서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중성적이다. 어떤 면에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또 어떤 면에서 그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손가락을 빠는 로레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나도 어릴 때 손가락을 빨았지만 나중에도 계속 그러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로레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남자인 그들처럼 윗옷을 벗고 침도 뱉는다.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하고 여자 친구와 로맨스도 나눈다. 생물학적 ‘다름’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짜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로레가 사회적 남성 역할을 전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에게 운전을 배우고 카드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하지만, 임신한 엄마의 배에 귀를 기울이고 여동생을 세심하게 살피는 섬세한 아이기도 하다. 리사가 로레에게 “넌 다른 아이와 다르다”며 특별함을 느낀 이유도 로레가 그 어느쪽 성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일상적이고 사랑스럽다. 에피소드들은 차곡차곡 메시지를 쌓아가지만, 단 하나도 과장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로레가 미카엘이 된 이유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인지 어린아이의 단순한 취향인지 명확치 않으며, 구분할 필요도 없다. 로레는 남자이기 원한다기 보다는 단지 좋아하는 짧은머리와 스포츠 등을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리사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싶지만 여자라서 끼워주지 않는다고 푸념하지만, 로레는 과감한 플레이로 축구 실력을 자랑한다. 성적 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단지 자유롭기 위해 로레는 미카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질서의 순응, 그 잔인한 과정

 

 로레의 거짓말을 최초로 알게 된 여동생 잔은 사회적 편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인만큼 이해와 지지를 보낸다. 잔은 ‘언니’보다 ‘오빠’일 때 더 능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하며, 미카엘을 로레만큼이나 사랑한다. 하지만, ‘사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엄마는 아이의 영혼처럼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이상 로레가 거짓말을 지탱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 엄마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결코 틀렸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레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자비한 처분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정교한 언어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성 역할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상식’이 억압임을 깨닫게 만든다.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엄마의 말은, 누구에게나 시린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을듯한 사회화라는 묵직한 폭력의 기억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존재로 순응하는 과정이란 잔인한 것이다. 


 그 누구도 치명적 상황이나 심각한 상처까지 가지 않는 점은 이 영화의 독특한 일면이다. 로레는 파국에 이르러서도 성숙하며 동시에 어린아이다운 밝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마치 사회적 성 역할의 거부가 뭐가 그리 심각한 일인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의미한 엄숙주의인가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순수하고 소소하게 젠더 문제와 성장기의 에피소드를 다루면서도, 사회적 억압과 폭력을 묵직하게 느끼게 한다. 담담하고 가벼운 표정으로 ‘아무에게도 귀찮게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로레가 미카엘이 되는 것은 왜 그토록 강경하게 금기돼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타깝고 아프게 던지는 것이다.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조 허란의 실제 친구들로 캐스팅된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사실적이고 사랑스러운 또래 문화 묘사에 결정적 힘이 됐다. 엔딩에 이르러 주인공은 로레와 미카엘 사이에서 더 이상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 로레는 사회적 질서를 수용하는 것일까? 숲에서 원피스라는 성역할의 굴레를 벗어 버리고 나온 로레가 그런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열린 결말이지만, 주인공의 미소는 로레라는 진짜 이름으로도 미카엘로 살아갈 수 있을만큼 성숙해졌음을 암시한다. 기존의 젠더 영화와는 또 다른 깊은 성찰로 감동을 안겨주는 감동적인 결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제약업계, 정부 '약가 인하 정책' 반대 전면 재검토 촉구...민관 공동연구 제안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약가인하정책 강행에 반대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약바이오업계가 “정부의 약가 인하 추진에 더해 최근 발발한 중동사태로 산업계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약업계 서명운동에 착수하고, 정부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말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제네락 인하) 발표 이후 산업계,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문제 제기에도 지금까지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급격한 약가 인하에 제약산업은 무너진다”고 밝혔다. 이어 “약가인하 영향 분석·유통질서 확립·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등 3대 사항의 즉각적인 공동연구 착수를 정부에 제안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를 진행한다. 여기에서 이견이 없을 경우 이달 말 열리는 건정심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 제도 시행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복제약 가격을

정치

더보기
우원식,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하면, 48시간 이내에 승인 못 받으면 즉시 무효’ 개헌 제안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거나,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즉시 계엄이 무효가 되도록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우원식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온 국민과 모든 정치세력이 큰 고통과 격랑에 휩싸였다. 정치·외교·사회·경제, 나라 전체에 생긴 막대한 피해를 국민과 기업이 모두 감수해야 했다”며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됐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시간과 역량을 위기 극복에 쏟아야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비상계엄을 근원적으로 막는 제도적 방벽,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다”라며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그 즉시,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그 즉시, 자동으로 계엄이 무효가 되도록 하자는 데에 국민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모였다. 비상계엄의 여파가 다 끝나지 않았고 그로부터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의 내용이 분명하게 집약된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77조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BTF 푸른나무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협성 사회공헌상’ 수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대한민국 최초로 학교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 온 청소년 NGO, BTF 푸른나무재단은 지난 10일, 김종기 명예이사장이 협성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협성사회공헌상’을 수상했다고 11일 밝혔다. 협성사회공헌상은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이 막대한 사재를 출연하여 설립한 협성문화재단의 핵심 공익사업이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서 평생 근검절약을 실천해 온 정 회장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과업으로 선언한 모범적 리더다. 협성사회공헌상은 이러한 정 회장의 철학을 담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인물을 발굴해 격려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명예이사장은 국내 최초로 학교폭력 문제를 시민사회에 알리고, 지난 31년간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명예이사장은 특히 자식을 잃은 참척의 고통을 이겨내고 더는 학교폭력으로 눈물 흘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예방 교육과 치유 상담, 국제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47만 명 서명운동을 통해 관련 법률 제정을 이끌어낸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문화

더보기
짝사랑의 기억과 삶의 궤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34년간 신문 제작 현장의 최전선에서 기사와 신문 제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이철호 씨가 가슴속 깊이 간직해 온 짝사랑의 기억과 삶의 궤적을 담은 자서전을 펴냈다. 한겨레신문사 제작국에서 34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임한 이철호 저자의 신간 ‘그해 겨울 첫눈 같은 너에게’(좋은땅출판사)는 서툴렀던 짝사랑의 기억을 삶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한 남자의 진솔한 고백이다. 이 책은 가난했던 시골 소년 이철호가 어떻게 한 시대를 기록하는 언론인이 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짝사랑이라는 결핍을 어떻게 인생의 거름으로 삼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은 중학교 2학년 시절 영어에 자신감이 넘치던 소년 이철호가 ‘영어 웅변반’에서 만난 한 소녀를 향해 품었던 애틋한 짝사랑 이야기로 시작된다. 첫눈처럼 설레었지만 끝내 전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아픈 기억은 소년의 가슴에 남아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깊은 뿌리가 됐다. 저자는 그 시절의 상처를 삶의 동력으로 삼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히 살아오며 마주한 소소한 기쁨들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특별한 성공 신화가 아니더라도 매일의 일상을 소중히 가꾸며 일궈낸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낮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