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08 (수)

  • 맑음동두천 7.2℃
  • 맑음강릉 13.1℃
  • 맑음서울 8.3℃
  • 맑음대전 7.5℃
  • 맑음대구 8.2℃
  • 맑음울산 11.2℃
  • 맑음광주 7.7℃
  • 맑음부산 14.4℃
  • 맑음고창 6.2℃
  • 맑음제주 11.9℃
  • 맑음강화 8.0℃
  • 맑음보은 4.7℃
  • 맑음금산 5.0℃
  • 맑음강진군 9.5℃
  • 맑음경주시 8.9℃
  • 맑음거제 10.9℃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성 역할의 고정관념과 젠더 이슈에 대한 성장담 <톰보이>

URL복사

풋풋하고 아픈 ‘사회화’의 추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로레는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들을 사귄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국내 두 번째 정식 개봉작으로, 2011년 제작된 작품이다.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일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

 

 <톰보이>는 생물학적 성의 정체성에 따른 사회적 성의 질서나 규칙을 거부하는 소녀의 성장기를 담았지만, 이 같은 테마를 가진 기존 영화와는 차별화된 시선을 보여준다. 짧은 머리에 짧은 바지, 민소매를 입은 로레는 이사온 동네에서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또래의 리사에게 미카엘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10살이라는 로레의 나이는 사회화의 기로에 서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중성적이다. 어떤 면에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또 어떤 면에서 그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손가락을 빠는 로레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나도 어릴 때 손가락을 빨았지만 나중에도 계속 그러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로레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남자인 그들처럼 윗옷을 벗고 침도 뱉는다.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하고 여자 친구와 로맨스도 나눈다. 생물학적 ‘다름’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짜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로레가 사회적 남성 역할을 전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에게 운전을 배우고 카드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하지만, 임신한 엄마의 배에 귀를 기울이고 여동생을 세심하게 살피는 섬세한 아이기도 하다. 리사가 로레에게 “넌 다른 아이와 다르다”며 특별함을 느낀 이유도 로레가 그 어느쪽 성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일상적이고 사랑스럽다. 에피소드들은 차곡차곡 메시지를 쌓아가지만, 단 하나도 과장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로레가 미카엘이 된 이유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인지 어린아이의 단순한 취향인지 명확치 않으며, 구분할 필요도 없다. 로레는 남자이기 원한다기 보다는 단지 좋아하는 짧은머리와 스포츠 등을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리사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싶지만 여자라서 끼워주지 않는다고 푸념하지만, 로레는 과감한 플레이로 축구 실력을 자랑한다. 성적 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단지 자유롭기 위해 로레는 미카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질서의 순응, 그 잔인한 과정

 

 로레의 거짓말을 최초로 알게 된 여동생 잔은 사회적 편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인만큼 이해와 지지를 보낸다. 잔은 ‘언니’보다 ‘오빠’일 때 더 능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하며, 미카엘을 로레만큼이나 사랑한다. 하지만, ‘사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엄마는 아이의 영혼처럼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이상 로레가 거짓말을 지탱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 엄마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결코 틀렸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레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자비한 처분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정교한 언어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성 역할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상식’이 억압임을 깨닫게 만든다.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엄마의 말은, 누구에게나 시린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을듯한 사회화라는 묵직한 폭력의 기억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존재로 순응하는 과정이란 잔인한 것이다. 


 그 누구도 치명적 상황이나 심각한 상처까지 가지 않는 점은 이 영화의 독특한 일면이다. 로레는 파국에 이르러서도 성숙하며 동시에 어린아이다운 밝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마치 사회적 성 역할의 거부가 뭐가 그리 심각한 일인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의미한 엄숙주의인가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순수하고 소소하게 젠더 문제와 성장기의 에피소드를 다루면서도, 사회적 억압과 폭력을 묵직하게 느끼게 한다. 담담하고 가벼운 표정으로 ‘아무에게도 귀찮게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로레가 미카엘이 되는 것은 왜 그토록 강경하게 금기돼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타깝고 아프게 던지는 것이다.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조 허란의 실제 친구들로 캐스팅된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사실적이고 사랑스러운 또래 문화 묘사에 결정적 힘이 됐다. 엔딩에 이르러 주인공은 로레와 미카엘 사이에서 더 이상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 로레는 사회적 질서를 수용하는 것일까? 숲에서 원피스라는 성역할의 굴레를 벗어 버리고 나온 로레가 그런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열린 결말이지만, 주인공의 미소는 로레라는 진짜 이름으로도 미카엘로 살아갈 수 있을만큼 성숙해졌음을 암시한다. 기존의 젠더 영화와는 또 다른 깊은 성찰로 감동을 안겨주는 감동적인 결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서울대 등 7개 대학 제외 '확률·통계' 인정...'미적분·기하' 없이 이공계 지원 길 열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27학년도 정시기준 전국 174개대 중 자연계학과에서 수능 미적분, 기하를 지정한 대학 1곳뿐(0.6%)이고 서울대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 39개 의대 중 이과 수학 지정대학은 17개대(43.6%)로 나타났다. 올해 정시에서 의대·서울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이 이공계 학과 지원자에게 '미적분·기하' 응시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수능에서 문과 수학으로 분류되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도 이공계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수험생들의 확률과 통계로 쏠리는 '확통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7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174개 대학 중 이공계 학과 정시모집 지원자에게 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를 지정한 대학은 단 7곳에 불과하다. 서울대는 식품영양·의류학과·간호학과 3개 학과를 제외한 자연계열 전 학과에 미적분과 기하 응시를 요건으로 두고 있다. 나머지 6개 대학은 일부 학과에만 미적분·기하 응시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가천대(클라우드공학과)·경북대(모바일공학전공)와 전북대·제주대 수학교육과는 미적분·기하를 지정하고 있으며, 전남대는 기계공학과·수학과 등 46개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이노비즈협회, ‘2026 제4기 차세대 경영자 아카데미' 모집…AX 시대 선도할 리더 양성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노비즈협회가 급변하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에 발맞춰 이노비즈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2026 제4기 차세대 경영자 아카데미’ 교육생을 모집한다. 이번 제4기 아카데미는 ‘함께 배우고 연결되며 미래를 만드는 차세대 경영자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기업 2세와 차세대 경영 후보자, 임원 및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리더십 함양, 신사업 개발, 강력한 휴먼 네트워크 축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교육 과정은 오는 5월 7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7월 16일까지 매주 목요일 판교 이노비즈협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다. 특히 이번 기수는 인공지능 전환(AX)에 특화된 커리큘럼이 강점이다. △AI 기반 조직 운영 및 리더십 △AX 시대의 성과관리 전략 △협상의 기술 △린 캔버스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기획 등 실무 중심의 액션러닝 프로그램이 밀도 있게 펼쳐진다. 또한, 이론 교육에 그치지 않고 현장성을 강화한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5주 차에는 상해 자동화·로봇 전시회 참관을 포함한 해외연수가 예정되어 있으며, 9주 차에는 AX를 통해 사업 변신에 성공한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마


문화

더보기
진로수업’ 저자 김은희의 신작, ‘LEFSEPTY’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정작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쉽게 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정보는 넘치지만 선택의 기준은 흐려지고, 직업의 변화 속도는 빨라졌지만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설명하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시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로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 ‘나답게 성장하는 힘 LEFSEPTY’(잉킹북스)가 출간됐다. 이번 신간은 누적 15만 부 판매를 기록한 ‘10대, 인생을 바꾸는 진로수업’의 저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진로 교육 전문가 김은희가 펴낸 후속작이다. 전작의 문제의식과 철학을 확장한 이번 책은 기존의 ‘직업 찾기’ 중심 진로 담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주목한다. 직업 정보와 입시 전략, 자격증과 스펙만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진로를 만들어가기 어렵고, 결국 중요한 것은 외부 정보보다 자신만의 방향 감각이라는 문제의식을 책 전반에 담아냈다. 책에서 저자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기준’이라고 말한다. 특히 생성형 AI와 자동화 기술이 일과 학습의 방식까지 바꾸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정치(政治)’를 잃은 시대, 지도자의 야욕이 부른 재앙
야욕이 낳은 비극, 명분 없는 전쟁의 참상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당초 단기전 예상을 깨고 4주째를 넘기고 있다. 이란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장기전 돌입이 자명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중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내상을 입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왜 총성을 울렸는가? 명분은 자국민 보호였으나, 실상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이라는 '개인적 정치 야욕' 때문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도자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함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극단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치(政治)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부러진 곳을 편편히 펴서 물이 흐르듯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즉, 삶이 고단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정권을 획득한 집권 여당은 행정·사법부와 협력하여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