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7 (화)

  • 맑음동두천 8.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8.9℃
  • 맑음대전 10.6℃
  • 맑음대구 12.5℃
  • 맑음울산 10.6℃
  • 맑음광주 11.7℃
  • 맑음부산 11.0℃
  • 맑음고창 6.8℃
  • 흐림제주 13.2℃
  • 맑음강화 3.8℃
  • 맑음보은 6.6℃
  • 맑음금산 9.4℃
  • 구름많음강진군 10.0℃
  • 맑음경주시 8.2℃
  • 맑음거제 8.7℃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성 역할의 고정관념과 젠더 이슈에 대한 성장담 <톰보이>

URL복사

풋풋하고 아픈 ‘사회화’의 추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로레는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들을 사귄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국내 두 번째 정식 개봉작으로, 2011년 제작된 작품이다.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일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

 

 <톰보이>는 생물학적 성의 정체성에 따른 사회적 성의 질서나 규칙을 거부하는 소녀의 성장기를 담았지만, 이 같은 테마를 가진 기존 영화와는 차별화된 시선을 보여준다. 짧은 머리에 짧은 바지, 민소매를 입은 로레는 이사온 동네에서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또래의 리사에게 미카엘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10살이라는 로레의 나이는 사회화의 기로에 서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중성적이다. 어떤 면에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또 어떤 면에서 그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손가락을 빠는 로레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나도 어릴 때 손가락을 빨았지만 나중에도 계속 그러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로레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남자인 그들처럼 윗옷을 벗고 침도 뱉는다.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하고 여자 친구와 로맨스도 나눈다. 생물학적 ‘다름’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짜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로레가 사회적 남성 역할을 전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에게 운전을 배우고 카드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하지만, 임신한 엄마의 배에 귀를 기울이고 여동생을 세심하게 살피는 섬세한 아이기도 하다. 리사가 로레에게 “넌 다른 아이와 다르다”며 특별함을 느낀 이유도 로레가 그 어느쪽 성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일상적이고 사랑스럽다. 에피소드들은 차곡차곡 메시지를 쌓아가지만, 단 하나도 과장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로레가 미카엘이 된 이유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인지 어린아이의 단순한 취향인지 명확치 않으며, 구분할 필요도 없다. 로레는 남자이기 원한다기 보다는 단지 좋아하는 짧은머리와 스포츠 등을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리사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싶지만 여자라서 끼워주지 않는다고 푸념하지만, 로레는 과감한 플레이로 축구 실력을 자랑한다. 성적 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단지 자유롭기 위해 로레는 미카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질서의 순응, 그 잔인한 과정

 

 로레의 거짓말을 최초로 알게 된 여동생 잔은 사회적 편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인만큼 이해와 지지를 보낸다. 잔은 ‘언니’보다 ‘오빠’일 때 더 능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하며, 미카엘을 로레만큼이나 사랑한다. 하지만, ‘사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엄마는 아이의 영혼처럼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이상 로레가 거짓말을 지탱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 엄마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결코 틀렸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레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자비한 처분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정교한 언어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성 역할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상식’이 억압임을 깨닫게 만든다.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엄마의 말은, 누구에게나 시린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을듯한 사회화라는 묵직한 폭력의 기억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존재로 순응하는 과정이란 잔인한 것이다. 


 그 누구도 치명적 상황이나 심각한 상처까지 가지 않는 점은 이 영화의 독특한 일면이다. 로레는 파국에 이르러서도 성숙하며 동시에 어린아이다운 밝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마치 사회적 성 역할의 거부가 뭐가 그리 심각한 일인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의미한 엄숙주의인가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순수하고 소소하게 젠더 문제와 성장기의 에피소드를 다루면서도, 사회적 억압과 폭력을 묵직하게 느끼게 한다. 담담하고 가벼운 표정으로 ‘아무에게도 귀찮게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로레가 미카엘이 되는 것은 왜 그토록 강경하게 금기돼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타깝고 아프게 던지는 것이다.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조 허란의 실제 친구들로 캐스팅된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사실적이고 사랑스러운 또래 문화 묘사에 결정적 힘이 됐다. 엔딩에 이르러 주인공은 로레와 미카엘 사이에서 더 이상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 로레는 사회적 질서를 수용하는 것일까? 숲에서 원피스라는 성역할의 굴레를 벗어 버리고 나온 로레가 그런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열린 결말이지만, 주인공의 미소는 로레라는 진짜 이름으로도 미카엘로 살아갈 수 있을만큼 성숙해졌음을 암시한다. 기존의 젠더 영화와는 또 다른 깊은 성찰로 감동을 안겨주는 감동적인 결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인천 지방의회 항공료 뻥튀기 기초의원 등 24명 검찰 송치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인천 지방의회 의원과 공무원 들이 해외 출장 항공료를 부풀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7일 현직 기초의원 A씨를 포함해 24명을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송치 대상에는 인천시의회와 구의회 5곳 소속 공무원 11명과 여행사 직원 12명이 포함됐다. 일부 공무원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공무원 국외 출장 항공료를 부풀려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식비와 숙박비 등을 출장 경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실제보다 높은 항공료 액수를 의회에 청구해 차액을 빼돌렸으며, 전체 편취 금액은 3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찰청은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248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24명에 대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지방의회 항공료 뻥튀기 의혹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지방의원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는 이 기간 동안 915건 출장을 통해 약 355억원을 예산으로 지출했고, 항공권을 위·변조해 사례

문화

더보기
부동산 세금 체계를 구조적으로 정리한 실무형 안내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2026 부동산 세금의 생각지도’를 펴냈다. 부동산 세금은 투자와 자산 관리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영역이지만, 동시에 가장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세법 개정이 잦고 상황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 독자가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2026 부동산 세금의 생각지도’는 복잡한 부동산 세금 체계를 구조적으로 정리한 실무형 안내서로 주목받고 있다. 저자 박남석 세무사는 세무 실무와 강의를 병행해 온 전문가로, 다양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세법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 책 역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세금 제도를 한 권에 체계적으로 정리해 독자들이 세금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생각지도’라는 개념을 통해 부동산 세금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구성이다. 부동산을 취득하고, 보유하고, 이전하고, 처분하는 전 과정에서 어떤 세금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하며 독자가 전체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단편적인 법 조문 설명이나 세율 나열에 그치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