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4 (토)

  • 구름많음동두천 11.1℃
  • 구름많음강릉 12.1℃
  • 구름많음서울 12.3℃
  • 맑음대전 12.5℃
  • 맑음대구 10.6℃
  • 맑음울산 11.1℃
  • 맑음광주 10.4℃
  • 맑음부산 12.6℃
  • 구름많음고창 11.5℃
  • 맑음제주 12.6℃
  • 구름많음강화 9.9℃
  • 구름많음보은 9.8℃
  • 구름많음금산 11.7℃
  • 맑음강진군 13.2℃
  • 구름많음경주시 10.2℃
  • 맑음거제 10.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성 역할의 고정관념과 젠더 이슈에 대한 성장담 <톰보이>

URL복사

풋풋하고 아픈 ‘사회화’의 추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로레는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들을 사귄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국내 두 번째 정식 개봉작으로, 2011년 제작된 작품이다.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일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

 

 <톰보이>는 생물학적 성의 정체성에 따른 사회적 성의 질서나 규칙을 거부하는 소녀의 성장기를 담았지만, 이 같은 테마를 가진 기존 영화와는 차별화된 시선을 보여준다. 짧은 머리에 짧은 바지, 민소매를 입은 로레는 이사온 동네에서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또래의 리사에게 미카엘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10살이라는 로레의 나이는 사회화의 기로에 서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중성적이다. 어떤 면에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또 어떤 면에서 그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손가락을 빠는 로레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나도 어릴 때 손가락을 빨았지만 나중에도 계속 그러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로레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남자인 그들처럼 윗옷을 벗고 침도 뱉는다.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하고 여자 친구와 로맨스도 나눈다. 생물학적 ‘다름’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짜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로레가 사회적 남성 역할을 전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에게 운전을 배우고 카드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하지만, 임신한 엄마의 배에 귀를 기울이고 여동생을 세심하게 살피는 섬세한 아이기도 하다. 리사가 로레에게 “넌 다른 아이와 다르다”며 특별함을 느낀 이유도 로레가 그 어느쪽 성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일상적이고 사랑스럽다. 에피소드들은 차곡차곡 메시지를 쌓아가지만, 단 하나도 과장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로레가 미카엘이 된 이유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인지 어린아이의 단순한 취향인지 명확치 않으며, 구분할 필요도 없다. 로레는 남자이기 원한다기 보다는 단지 좋아하는 짧은머리와 스포츠 등을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리사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싶지만 여자라서 끼워주지 않는다고 푸념하지만, 로레는 과감한 플레이로 축구 실력을 자랑한다. 성적 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단지 자유롭기 위해 로레는 미카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질서의 순응, 그 잔인한 과정

 

 로레의 거짓말을 최초로 알게 된 여동생 잔은 사회적 편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인만큼 이해와 지지를 보낸다. 잔은 ‘언니’보다 ‘오빠’일 때 더 능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하며, 미카엘을 로레만큼이나 사랑한다. 하지만, ‘사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엄마는 아이의 영혼처럼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이상 로레가 거짓말을 지탱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 엄마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결코 틀렸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레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자비한 처분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정교한 언어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성 역할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상식’이 억압임을 깨닫게 만든다.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엄마의 말은, 누구에게나 시린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을듯한 사회화라는 묵직한 폭력의 기억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존재로 순응하는 과정이란 잔인한 것이다. 


 그 누구도 치명적 상황이나 심각한 상처까지 가지 않는 점은 이 영화의 독특한 일면이다. 로레는 파국에 이르러서도 성숙하며 동시에 어린아이다운 밝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마치 사회적 성 역할의 거부가 뭐가 그리 심각한 일인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의미한 엄숙주의인가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순수하고 소소하게 젠더 문제와 성장기의 에피소드를 다루면서도, 사회적 억압과 폭력을 묵직하게 느끼게 한다. 담담하고 가벼운 표정으로 ‘아무에게도 귀찮게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로레가 미카엘이 되는 것은 왜 그토록 강경하게 금기돼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타깝고 아프게 던지는 것이다.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조 허란의 실제 친구들로 캐스팅된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사실적이고 사랑스러운 또래 문화 묘사에 결정적 힘이 됐다. 엔딩에 이르러 주인공은 로레와 미카엘 사이에서 더 이상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 로레는 사회적 질서를 수용하는 것일까? 숲에서 원피스라는 성역할의 굴레를 벗어 버리고 나온 로레가 그런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열린 결말이지만, 주인공의 미소는 로레라는 진짜 이름으로도 미카엘로 살아갈 수 있을만큼 성숙해졌음을 암시한다. 기존의 젠더 영화와는 또 다른 깊은 성찰로 감동을 안겨주는 감동적인 결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 사퇴...“변화와 혁신 추진 어렵다고 판단”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 이정현(사진)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사퇴의 변’을 공지해 “이번 공천 과정에서 저는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보려고 했다”며 “그러나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모든 책임을 제가 지고 공천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 당의 단합과 지방선거의 승리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5∼8일 공천 신청을 받았고 서울특별시장과 충청남도지사를 대상으로 12일 추가로 공천 신청을 받았다. 김태흠 충청남도지사는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엊그제 장동혁 대표의 충남의 미래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도 있었다”며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뒤로 물러서거나 피하는 것은 제가 걸어온 정치의 길과 맞지 않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울타리가 되고 선봉장이 되겠다. 도민 여러분만 바라보며 충남의 미래를 끝까지 책

경제

더보기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 불가피한 사유 있으면 상업적 합리성 확보 안 된 투자 허용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대미투자특별법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안)을 통과시켰다. 대미투자특별법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전략적 산업 분야’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산업 분야를 말한다. 가. 조선. 나. 반도체. 다. 의약품. 라. 핵심광물. 마. 에너지. 2. ‘전략적투자’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이하 ‘양해각서’라 한다)에서 대한민국이 전략적 산업 분야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2,000억 미합중국 달러의 투자(이하 ‘대미투자’라 한다)와 조선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하여 미합중국(이하 ‘미국’이라 한다)이 승인한 1,500억 미국 달러의 투자(이하 ‘조선협력투자’라 한다)를 말한다. 3. ‘한미 협의위원회’란 양해각서에서 규정한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이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이 각각 지명한 사람들로 구성된 협의위원회를 말한다. 4. ‘미국 투자위원회’란 양해각서에서 규정한 미국 상무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투자위원회

사회

더보기
최호정 의장 "오세훈 시장 비전, 서울의 시대적 소명 실천한 것"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6·3 지방선거가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전을 긍정 평가하며 다음 시정에서도 동일한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13일 오후부터 진행된 제33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산회 전 인사말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체적인 시정 활동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민선 8기 오세훈 시장이 설정한 비전은 서울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찾아 이를 실천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선 9기 시정에서도 결코 부인될 수 없고, 계속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상생하고 건강한, 그리고 감성이 살아 숨쉬는 세계적인 매력도시 서울을 시민과 동행해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나침반을 잘 읽고 힘있게 추진해 주신 시장님, 그리고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주신 우리 시 공무원님들께 의회를 대표해 감사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당 노선 정상화를 이유로 아직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전날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최 의장은 이번 서울시의회 의장 임기를 끝내고 서초구청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허훈

문화

더보기
사유와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삶의 여백’을 펴냈다. 이 책은 백두대간 대미산 자락의 산촌에서 살아가는 저자가 인생 후반부에 마주한 사유와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시간을 내려놓은 뒤 자연 속 느린 생활을 이어 가며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 박태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영전략본부장과 인천·경기지역본부장을 역임했으며, 대학에서 보건학을 연구하고 강의해 왔다. 현재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느림의 모놀로그’, ‘새벽의 고요’, ‘저물녘 오솔길’ 등 에세이와 여행 에세이 ‘旅路 - 나그네 길’ 등을 통해 꾸준히 글을 발표해 왔다. ‘삶의 여백’은 은퇴 이후의 시간을 새로운 성찰의 시기로 바라본다. 책에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 아내와 함께 걷는 산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자연 속 일상의 풍경 등 다양한 장면이 등장하며 인생 후반부의 의미를 탐색한다. 특히 이 책은 개인적 경험과 문학적 사유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멜빌의 ‘모비 딕’, 카뮈의 ‘시지프 신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카프카의 ‘변신’, 프롬의 ‘사랑의 기술’ 등 세계문학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집착과 부조리, 사랑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