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고전적 여성 서사의 재해석 <인비저블 라이프>

URL복사

가부장제 질서 주류와 비주류, 두 자매의 사랑과 애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50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두 자매의 애틋한 사랑과 애환을 다룬 드라마다. 카림 아나우즈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로 2019년 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2019년 하바나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아트 감독상’과 2020년 FEST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필름상’을 수상했다. 

 

 

 

 

자매, 자아의 거울


울창한 숲속에서 에우리디스는 함께 있던 언니 귀다가 보이지 않자 숲길을 헤맨다. 귀다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언니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도입부의 ‘숲속 장면’이 함축하듯 에우리디스와 귀다의 일생은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길을 잃고 홀로 남겨진 고독 그 자체다. 


영화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 나레이션은 귀다의 말처럼 사실 일기다. 자매간의 애틋함은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기도 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가족에 대한 소망이기도 하며,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그 붙잡히지 않지만 끈질긴 희망 같은 존재는 비록 옆에 없지만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영혼의 연대기도 하다. 


에우리디스와 귀다는 진짜 가족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과 자식이 있지만 그들은 조건없는 이해와 사랑, 헌신이라는 진정한 가족의 요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수적인 아버지 마누엘은 잘생긴 항해사와 사랑에 빠져 그리스로 도망간 귀다를 ‘가족의 수치’로 생각하고 존재를 삭제한다. 딸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어머니도 자매에게 ‘부재’나 다름없다. 가부장제 안에서 통상적 의미의 ‘좋은 가장’에 가까운 에우리디스 남편 또한 그녀가 엄마나 아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만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오스트리아 음악학교에 입학을 목표로하는 에우리디스는 아버지의 강요와 남편의 요구, 그리고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귀다가 세계를 여행 중인줄로만 아는 그녀에게 언니는 용기이자 이상이기도 하다. 귀다 또한,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줄로만 아는 동생의 존재는 자신의 유일한 자존심이자 희망이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 혹독한 삶을 강인하게 견디는 귀다와 마찬가지로, 에우리디스에게 언니는 예술적 열정과 주체적 삶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원천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
이 영화는 50년대를 배경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자신의 삶을 박탈당하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갈 것을 강요당한 여성에 대한 서사다. 여성 애환의 원형을 담은 고전적 스토리인듯 하면서도, 두 여성의 연대와 강인함을 중심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점은 진보적이다. 가부장제의 부당한 규칙에 반항하거나 실패한 여성은 밑바닥으로 밀려나야 하는 비참한 신세인 것을 영화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별들의 고향>에서처럼 여러 남성에게 불안하게 의지하다가 나약하게 죽는 존재가 아니다. ‘아버지의 명령’에 굴복한 동생은 표면적으로 보편적 주부의 삶을 살지만 굴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언니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 


영화는 질서 안에 있는 여성이 질서 밖에 내쳐진 여성을 동정하던 시선을 해체한다. 이 두 사람을 구분짓고 연대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인물로 아버지와 남편을 설정함으로써, 여성을 고립시키고 도구적 존재로 머물게 하기 위해,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이 작동돼 왔는지를 고발한다. 언니에 대한 거짓 소식이 에우리디스의 의욕을 불태워버렸다는 점은 그런면에서 상징적이다.

 

 

 

 

 

당대 여성의 일상적 차별과 억압들을 과장없이 정면으로 응시한 점도 돋보인다. 원하지 않는 결혼과 첫날밤에 대해 감독은 의도적으로 과감하고 적나라한 묘사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발목을 잡는 임신과 육아에서 남성의 책임이나 배려는 부재하다. 그 속에서 낙태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다. 아버지의 소유물이며, 아버지가 승인해 남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스템이 50년대 여성의 현실임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말한다. 미혼모 자녀의 비자 신청에도 친부의 동의가 필요하며, 철강소 노동자라는 직업 조차 여자에게는 신의 은총으로 여겨야 할만큼 주체적 삶이 어려운 시대다. 이 같은 가부장적 질서에 도전한 귀다와 순응한 에우리디스의 삶은 겉보기에 다르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자신을 지워야 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 


에우리디스는 자손들이 ‘금슬 좋은 부부’로 생각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늙어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후미진 개인사에는 가정 내의 폭력과 억압이 존재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우리들의 할머니나 어머니의 잊혀진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고 비춰서 새삼 그 비정상성에 놀라게 만든다. 후반부의 점프컷은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렬한 효과다. 생략된 주인공의 그 이후 시간은 투쟁과 열망을 멈춘, 드디어 평탄한 삶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그 삶의 본질은 체념이다. 


 시대의 보편적 삶을 관통하는 자매들의 열정과 좌절들은 강렬한 색감의 영상 언어와 함께 차곡차곡 관객의 가슴에 쌓여서 영화 속 날씨처럼 무겁게 가슴을 억누르다가 마침내 폭발적 울림을 이끌어낸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중동발 리스크,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충격파가 밀려오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출렁거렸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와 금 가치는 치솟았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악화되면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 원료에 대한 수급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다행히 지난 4월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양측 간 추가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들썩이던 환율과 주식시장은 일단 진정 모습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향후 재보복에 나서겠다 공언한 만큼 중동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단시일 내 완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 ‘연쇄고리’...물가 자극, 주가 하방압력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름값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의 ‘연쇄고리’에 위치해 있다. 유가가 뛰면 물가가 뛰고, 물가가 뛰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그렇게 미국 달러 금리가 오르면 세계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자산시장이 요동치는 일들이 발생한다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 '전통연희축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주최·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이하 전통연희축제)가 오는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간 청와대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통연희의 대중화를 도모하는 전통연희축제는 매년 2만여 명이 찾는 대규모 야외축제로 2007년부터 개최됐다. 올해는 따뜻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남녀노소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전통연희축제는 청와대 내 헬기장과 녹지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연희路, 미래路’라는 콘셉트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예술대학교X세한대학교X중앙대학교X한국예술종합학교’ 총 4개 대학이 연합해 선보이는 ‘연희 대학전’ 무대가 뜨거운 축제의 막을 올린다. 이어 농악, 무속음악, 줄타기, 탈춤 등 전통연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각 지역의 개성 있는 흥과 에너지를 선보일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진도다시래기보존회’, ‘전주기접놀이보존회’, ‘구미무을농악보존회’와 ‘구미무을농악 북놀이X밀양백중놀이 오북놀이X진도북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