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09 (금)

  • 구름조금동두천 -2.7℃
  • 구름조금강릉 3.6℃
  • 구름조금서울 -2.1℃
  • 구름많음대전 -1.9℃
  • 맑음대구 -0.9℃
  • 맑음울산 2.0℃
  • 구름많음광주 -1.5℃
  • 맑음부산 1.4℃
  • 구름많음고창 -0.5℃
  • 구름조금제주 8.2℃
  • 흐림강화 -2.0℃
  • 맑음보은 -5.2℃
  • 구름많음금산 -4.5℃
  • 구름조금강진군 -0.9℃
  • 맑음경주시 0.4℃
  • 맑음거제 1.6℃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고전적 여성 서사의 재해석 <인비저블 라이프>

URL복사

가부장제 질서 주류와 비주류, 두 자매의 사랑과 애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50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두 자매의 애틋한 사랑과 애환을 다룬 드라마다. 카림 아나우즈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로 2019년 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2019년 하바나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아트 감독상’과 2020년 FEST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필름상’을 수상했다. 

 

 

 

 

자매, 자아의 거울


울창한 숲속에서 에우리디스는 함께 있던 언니 귀다가 보이지 않자 숲길을 헤맨다. 귀다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언니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도입부의 ‘숲속 장면’이 함축하듯 에우리디스와 귀다의 일생은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길을 잃고 홀로 남겨진 고독 그 자체다. 


영화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 나레이션은 귀다의 말처럼 사실 일기다. 자매간의 애틋함은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기도 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가족에 대한 소망이기도 하며,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그 붙잡히지 않지만 끈질긴 희망 같은 존재는 비록 옆에 없지만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영혼의 연대기도 하다. 


에우리디스와 귀다는 진짜 가족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과 자식이 있지만 그들은 조건없는 이해와 사랑, 헌신이라는 진정한 가족의 요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수적인 아버지 마누엘은 잘생긴 항해사와 사랑에 빠져 그리스로 도망간 귀다를 ‘가족의 수치’로 생각하고 존재를 삭제한다. 딸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어머니도 자매에게 ‘부재’나 다름없다. 가부장제 안에서 통상적 의미의 ‘좋은 가장’에 가까운 에우리디스 남편 또한 그녀가 엄마나 아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만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오스트리아 음악학교에 입학을 목표로하는 에우리디스는 아버지의 강요와 남편의 요구, 그리고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귀다가 세계를 여행 중인줄로만 아는 그녀에게 언니는 용기이자 이상이기도 하다. 귀다 또한,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줄로만 아는 동생의 존재는 자신의 유일한 자존심이자 희망이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 혹독한 삶을 강인하게 견디는 귀다와 마찬가지로, 에우리디스에게 언니는 예술적 열정과 주체적 삶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원천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
이 영화는 50년대를 배경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자신의 삶을 박탈당하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갈 것을 강요당한 여성에 대한 서사다. 여성 애환의 원형을 담은 고전적 스토리인듯 하면서도, 두 여성의 연대와 강인함을 중심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점은 진보적이다. 가부장제의 부당한 규칙에 반항하거나 실패한 여성은 밑바닥으로 밀려나야 하는 비참한 신세인 것을 영화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별들의 고향>에서처럼 여러 남성에게 불안하게 의지하다가 나약하게 죽는 존재가 아니다. ‘아버지의 명령’에 굴복한 동생은 표면적으로 보편적 주부의 삶을 살지만 굴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언니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 


영화는 질서 안에 있는 여성이 질서 밖에 내쳐진 여성을 동정하던 시선을 해체한다. 이 두 사람을 구분짓고 연대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인물로 아버지와 남편을 설정함으로써, 여성을 고립시키고 도구적 존재로 머물게 하기 위해,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이 작동돼 왔는지를 고발한다. 언니에 대한 거짓 소식이 에우리디스의 의욕을 불태워버렸다는 점은 그런면에서 상징적이다.

 

 

 

 

 

당대 여성의 일상적 차별과 억압들을 과장없이 정면으로 응시한 점도 돋보인다. 원하지 않는 결혼과 첫날밤에 대해 감독은 의도적으로 과감하고 적나라한 묘사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발목을 잡는 임신과 육아에서 남성의 책임이나 배려는 부재하다. 그 속에서 낙태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다. 아버지의 소유물이며, 아버지가 승인해 남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스템이 50년대 여성의 현실임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말한다. 미혼모 자녀의 비자 신청에도 친부의 동의가 필요하며, 철강소 노동자라는 직업 조차 여자에게는 신의 은총으로 여겨야 할만큼 주체적 삶이 어려운 시대다. 이 같은 가부장적 질서에 도전한 귀다와 순응한 에우리디스의 삶은 겉보기에 다르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자신을 지워야 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 


에우리디스는 자손들이 ‘금슬 좋은 부부’로 생각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늙어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후미진 개인사에는 가정 내의 폭력과 억압이 존재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우리들의 할머니나 어머니의 잊혀진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고 비춰서 새삼 그 비정상성에 놀라게 만든다. 후반부의 점프컷은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렬한 효과다. 생략된 주인공의 그 이후 시간은 투쟁과 열망을 멈춘, 드디어 평탄한 삶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그 삶의 본질은 체념이다. 


 시대의 보편적 삶을 관통하는 자매들의 열정과 좌절들은 강렬한 색감의 영상 언어와 함께 차곡차곡 관객의 가슴에 쌓여서 영화 속 날씨처럼 무겁게 가슴을 억누르다가 마침내 폭발적 울림을 이끌어낸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수원베이비키즈페어' 개최...임신·출산·육아 등 정보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26년 새해를 시작하며, 임신,출산육아용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는 수원베이비키즈페어가 8일부터 11일까지 수원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다. 예비 부모뿐 아니라 육아를 진행 중인 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각 단계별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이번 행사는 다양한 임신 관련 정보와 출산 후 신체관리 등 태교에서부터 유아 교육관련 정보까지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유모차와 카시트 같은 필수 육아템부터 젖병, 식기, 장난감, 세제까지 한 공간에서 직접 보고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사전등록을 하면 4일간 무료입장이 가능하며, 임신부터 유아기까지 필요한 제품과 정보를 폭넓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주)이룸커뮤니케이션이 주최·주관을 했다. 새해에 열리는 박람회이기에 출산 준비나 육아용품 정리를 계획 중이라면 수원베이비키즈페어가 유용한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를 단계별로 효과적으로 키우기 원하는 부모들은 이번 행사 아이템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만큼 부모들의 양육에 도움이 되기때문에 더욱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주요 전시 카테고리▲임산부·출산 관련 제품▲유모차, 카시트, 아기 침구▲육아용품 및 생활용품▲유아 교육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한중관계, 치우치거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게 상호 존중하고 국익 중심 관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관계에 대해 치우치거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도록 상호 존중하며 국익을 중심으로 관리할 것임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중국 상하이 샹그릴라 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순방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한중관계는 정말로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중관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도록 상호 존중하고 각자 국익을 중심에 두는 원칙 위에서 관리해 나갈 생각이다”라며 “동시에 미국, 일본,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국가연합), 유럽 등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서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중국 국빈방문에 대해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국익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한중관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성숙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외교 일정이다”라며 “우리 정부는 이념이나 진영이 아닌 오직 국민의 삶,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실용 외교를 기준으로 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중국은 우리에게 경제, 안보

경제

더보기
김승원 의원, 불법 사금융 범죄 의심 계좌도 즉시 지급정지 요청 가능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불법 사금융 범죄 의심 계좌도 즉시 지급정지 요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경기 수원시갑, 정무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사원장(김호철)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재선, 사진)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대부업’이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금전을 대부(어음할인·양도담보,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을 통한 금전의 교부를 포함한다. 이하 ‘대부’라 한다)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거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부터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추심(이하 ‘대부채권매입추심’이라 한다)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대부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가. 제3조에 따라 대부업의 등록을 한 자(이하 ‘대부업자’라 한다). 나. 여신금융기관. 2. ‘대부중개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서로를 살아가게 했던 순수한 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을 펴냈다. 1972년 강원도 내설악 깊은 산골, 전기도 닿지 않던 마을에 작은 야학 ‘설악학원’이 있었다. ‘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은 군 복무 중 야학 교사로 파견된 한 청년과 배움을 향해 모여들던 아이들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호롱불 아래에서 시작된 수업, 가난과 고단함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온기로 채워졌던 그 교실의 기억이 반세기를 지나 오늘 다시 독자 앞에 놓였다. 저자 고창일은 육군 복무 시절 강원도 인제 내설악의 설악학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가르치고 배웠다. 허물어진 막사 두 칸이 전부였던 학원이었지만, 아이들의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빛났다. 병아리를 키워 서울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창경원에서 처음 본 호랑이 앞에서 두려움과 경이를 동시에 느꼈던 순간, 명동 한복판에서 교가를 힘껏 부르던 장면 등은 한 시대의 순수함을 전한다. 설악학원에서의 마지막 나날과 폐쇄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정식 학교가 아니었기에 조용히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 그 안에 남은 어른의 성찰을 함께 담아낸다. “우리는 아이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 채 제대의 꿈에 젖어 떠난 선생들이었다”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붉은 말띠의 해’, 새해의 목표는?
다사다난했던 2025년 ‘푸른 뱀띠의 해’를 보내고, 활력과 열정, 속도와 변화의 에너지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붉은 말띠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새해는 개인에게는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며, 국가적으로는 변화의 흐름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국가적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치러진 6·3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큰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이후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비교적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 APEC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사상 첫 수출 7천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6위 수출 국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해 국정목표를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연대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 5대 국정 목표와 123대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