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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여성 서사의 재해석 <인비저블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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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질서 주류와 비주류, 두 자매의 사랑과 애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50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두 자매의 애틋한 사랑과 애환을 다룬 드라마다. 카림 아나우즈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로 2019년 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2019년 하바나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아트 감독상’과 2020년 FEST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의 ‘베스트 필름상’을 수상했다. 

 

 

 

 

자매, 자아의 거울


울창한 숲속에서 에우리디스는 함께 있던 언니 귀다가 보이지 않자 숲길을 헤맨다. 귀다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언니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도입부의 ‘숲속 장면’이 함축하듯 에우리디스와 귀다의 일생은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길을 잃고 홀로 남겨진 고독 그 자체다. 


영화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 나레이션은 귀다의 말처럼 사실 일기다. 자매간의 애틋함은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기도 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가족에 대한 소망이기도 하며,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그 붙잡히지 않지만 끈질긴 희망 같은 존재는 비록 옆에 없지만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영혼의 연대기도 하다. 


에우리디스와 귀다는 진짜 가족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과 자식이 있지만 그들은 조건없는 이해와 사랑, 헌신이라는 진정한 가족의 요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수적인 아버지 마누엘은 잘생긴 항해사와 사랑에 빠져 그리스로 도망간 귀다를 ‘가족의 수치’로 생각하고 존재를 삭제한다. 딸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어머니도 자매에게 ‘부재’나 다름없다. 가부장제 안에서 통상적 의미의 ‘좋은 가장’에 가까운 에우리디스 남편 또한 그녀가 엄마나 아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만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오스트리아 음악학교에 입학을 목표로하는 에우리디스는 아버지의 강요와 남편의 요구, 그리고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귀다가 세계를 여행 중인줄로만 아는 그녀에게 언니는 용기이자 이상이기도 하다. 귀다 또한,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줄로만 아는 동생의 존재는 자신의 유일한 자존심이자 희망이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 혹독한 삶을 강인하게 견디는 귀다와 마찬가지로, 에우리디스에게 언니는 예술적 열정과 주체적 삶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원천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
이 영화는 50년대를 배경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자신의 삶을 박탈당하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갈 것을 강요당한 여성에 대한 서사다. 여성 애환의 원형을 담은 고전적 스토리인듯 하면서도, 두 여성의 연대와 강인함을 중심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점은 진보적이다. 가부장제의 부당한 규칙에 반항하거나 실패한 여성은 밑바닥으로 밀려나야 하는 비참한 신세인 것을 영화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별들의 고향>에서처럼 여러 남성에게 불안하게 의지하다가 나약하게 죽는 존재가 아니다. ‘아버지의 명령’에 굴복한 동생은 표면적으로 보편적 주부의 삶을 살지만 굴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언니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 


영화는 질서 안에 있는 여성이 질서 밖에 내쳐진 여성을 동정하던 시선을 해체한다. 이 두 사람을 구분짓고 연대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인물로 아버지와 남편을 설정함으로써, 여성을 고립시키고 도구적 존재로 머물게 하기 위해,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스템이 작동돼 왔는지를 고발한다. 언니에 대한 거짓 소식이 에우리디스의 의욕을 불태워버렸다는 점은 그런면에서 상징적이다.

 

 

 

 

 

당대 여성의 일상적 차별과 억압들을 과장없이 정면으로 응시한 점도 돋보인다. 원하지 않는 결혼과 첫날밤에 대해 감독은 의도적으로 과감하고 적나라한 묘사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발목을 잡는 임신과 육아에서 남성의 책임이나 배려는 부재하다. 그 속에서 낙태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다. 아버지의 소유물이며, 아버지가 승인해 남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스템이 50년대 여성의 현실임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말한다. 미혼모 자녀의 비자 신청에도 친부의 동의가 필요하며, 철강소 노동자라는 직업 조차 여자에게는 신의 은총으로 여겨야 할만큼 주체적 삶이 어려운 시대다. 이 같은 가부장적 질서에 도전한 귀다와 순응한 에우리디스의 삶은 겉보기에 다르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자신을 지워야 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 


에우리디스는 자손들이 ‘금슬 좋은 부부’로 생각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늙어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후미진 개인사에는 가정 내의 폭력과 억압이 존재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우리들의 할머니나 어머니의 잊혀진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고 비춰서 새삼 그 비정상성에 놀라게 만든다. 후반부의 점프컷은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렬한 효과다. 생략된 주인공의 그 이후 시간은 투쟁과 열망을 멈춘, 드디어 평탄한 삶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그 삶의 본질은 체념이다. 


 시대의 보편적 삶을 관통하는 자매들의 열정과 좌절들은 강렬한 색감의 영상 언어와 함께 차곡차곡 관객의 가슴에 쌓여서 영화 속 날씨처럼 무겁게 가슴을 억누르다가 마침내 폭발적 울림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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