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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日 수출규제 1년…한일 갈등조짐 여전, G7 등 오히려 전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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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전범기업 매각화가 뇌관…日 보복 예고
G7 참여, WTO 사무총장 선거 발목잡기 우려
정부, 수출규제 철회 촉구하며 징용 해법 모색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년을 맞았지만 한·일 갈등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 조치가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일이 갈등의 근원인 강제동원 해법을 놓고 상당한 간극을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주요 7개국(G7) 확대회의 참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등을 놓고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일본은 지난해 7월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일본은 양국간 수출관리정책대화가 장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됐고,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가 미비한 점 등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8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종료를 선언하고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 직전 한일이 수출관리정책대화 재개 등에 전격 합의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선언의 조건부 유예와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잠정 중단됐다.

 

이후 한국 정부는 대외무역법 개정 등을 통해 수출규제 조치의 사유를 해소하고, 5월 말까지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WTO에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하며 다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은 수출규제 조치의 발단이 된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일본기업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권리가 실현되고, 양국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지난해 6월 한·일 기업의 자발적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호응하지 않았다. 이후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양국 기업의 기부금과 자발적인 국민 성금으로 배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후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문희상안을 다시 발의했다.

 

현재 한일 외교당국은 주일대사관과 주한일본대사관 등을 비롯해 각급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의견 교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입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을 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간극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모두 문제 해결 의지에도 불구하고,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에서 해법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개시되면서 파국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현금화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강도 높은 보복 조치를 예고하면서 한일 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피엔알(PNR)에 압류명령 결정 등에 대한 공시 송달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8월4일부터 국내법만으로 현금화 절차가 가능해진다. 다만 주식 감정평가, 채무자 심문 등 절차 등을 진행할 경우 실제 현금화는 빠르면 연말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외교당국 역시 현금화 조치를 앞두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금화 조치가 사실상의 사법 절차라는 점에서 한일 모두 시한을 못박고, 머리를 맞대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지난 24일 타키자키 시게키(滝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화상협의를 갖고, 한일 양국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뚜렷한 반전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도 당분간 한일 관계 관리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정부는 일본에 수출 규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고,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에는 한일이 역사 문제와 무역 갈등을 넘어 국제무대로 갈등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 등을 참여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여기에 일본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도전과 관련해 '자질'을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는 패널 설치를 거부하며 향후 WTO에서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행보를 주시하며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9일 G7 참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 "몰염치한 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물론 수출 규제 철회 없이 각종 현안에서 한국에 노골적으로 견제구를 던지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전보다는 대화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며 "법원에서 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들을 (하는 것은) 존중하면서도 행정부 쪽에서는 대화를 하고 협의를 해서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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