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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40년 세월 속 ‘현발’ 동인들, ‘지금’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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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고재서 31일까지 <그림과 말 2020>展
■ ‘현실과 발언’ 동인 16명의 106점 한자리
■ 강요배 김정헌 박불똥 안규철 임옥상 등 참여
■ 1차 토론회, 11일 ‘1980의 발언과 2020의 발언’
■ 2차 토론회, 25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

강요배 김건희 김정헌 노원희 민정기 박불똥 박재동 성완경 손장섭 신경호 심정수 안규철 이태호 임옥상 정동석 주재환. ‘현실과 발언’ 동인 16명이 다시 뭉쳤다. 40년만이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가 1일 개막한 <그림과 말 2020>에는 1982년 창립한 ‘현실과 발언’ 동인 16명의 회화와 설치, 사진 등 106점이 어렵사리 모였다.  

 

 

 

 

 

 

1980년 ‘현발’ 탄생, 그 이후


‘현실과 발언’(이하 ‘현발’)은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1980년 미술 형태와 화단의 풍조를 반성하며 출발한 ‘현발’은 당시 ‘화가는 현실을 외면해도 되는가’라는 문제의식 아래 ‘그림 속에만 매몰되지 않고, 현실의 공기를 견디는 그림’을 지향했다. 


그러나 미술회관 창립전(1980.10.17-10.23)이 당국의 압력으로 대관 취소되었고, 겨우 26일 뒤 동산방화랑(11.13-11.19)에서 창립전이 열리는 등 시작부터 어려움이 이어졌다. ‘현발’ 동인들은 80년대 당시 청년 예술가들이 목격하고 진단한 개인적·공동체적 삶에 있어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 노트를 비롯하여, 동인 각자가 가지고 있던 당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11편의 에세이, ‘현발’ 활동 관련 자료를 『그림과 말』에 수록했다.


1985년에 발족한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에도 현발 작가들이 상당수 참여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 현발의 중심 작가였던 오윤이 타계하고 미술운동의 기운이 점차 약해지면서 1988년부터 활동은 중단됐고, 1990년 공식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그림과 말 2020>, 현발 작가 열정 소환 

 

이번 학고재 기획전은 현발 40주년을 기념하며 이제는 60-80대가 된 현발 작가들의 열정을 소환한 자리다. 


1980년대 개인의 자유로운 발언이 통제되던 때와 달리, 2020년 지금은 각 개인이 방송하고 매체를 운영할 정도로 발언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천양지차로 달라진 시대 상황에서 ‘현발’ 작가들은 ‘지금’ ‘여기’에서 어떤 발언을 할 것이며, ‘그림’은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현발 발기인인 김정헌 작가는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현발은 중력을 뿌리치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고 한다. 이제 마지막 ‘날아오르기’는 죽음으로 ‘승천’하는 일만 남았다. 현발이여, ‘자본’과 ‘코로나’의 중력을 뿌리치고 함께 날아오르자!!!”라고 말했다. 

 

화가 임옥상은 “지난 시절 내 그림속의 분노, 저항, 항거 모두 기운생동의 다른 표현이었다. 나는 그것으로 기운생동했다. 나의 작업은 미술, 예술이 아니다. 예술로부터의 해방이다”고 강조했다. 


박재동 작가는 “모든 그림은 말을 한다. 속삭임으로든 침묵으로든. 때로는 자랑으로 때로는 유혹으로 때로는 나직한 호소로. 그러나 할 수 없는 말이 있었다...누구나 무슨 말이든 하고 있는 지금, 그림은 무슨 말을 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남북이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라고 썼다. 


신경호 작가는 “내게 그림은 그냥 삶 자체이다. 그런데 이걸 깨닫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불혹을 넘기고 지명(知命)을 넘어가는 즈음에서야 어슴푸레 그림 그리는 일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드러났다. 지나간 40여 년 동안 무엇을 했을까... 화면을 떠나 돌덩이와 오래오래 묵은 나무 부스러기를 줍고 다녔고, 개울 가에 앉아 넋이 빠졌다가 다시 화면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마당 한편 대나무 숲을 훑어가는 바람을 보았고 이

윽고 길바닥에 박제된 깨구락지와 조우했다. 그렇게 세월은 나를 관통하여 일흔하나 째 나이테를 긋는다”고 감회를 드러냈다. 

 

심정수 작가는 “사람의 따뜻한 정신과 애절함, 연민의 정, 인간성을 찾고 싶다. 과학 만능, 철저한 이윤 추구, 무한한 산업 개발의 사고방식에서 온 피폐해지고 메말라진 정신 저편에 있는 생명의 풍요로움을 찾고 싶다. 자연, 산속, 바닷가의 청정 지역에서 살고 있는 유령, 망령, 설화, 전설, 샤먼, 도깨비 등 우주에 떠돌아다니는 신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신비와 신화가 어우러진 모습 속에 강한 생명력, 기운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역동적인 발언이 전시기간 동안 펼쳐질 수 있도록 전시공간 가운데 한 곳을 ‘진행형 프로젝트 룸’을 설치, 관객들과 마주한다. 전시장에는 1980년대 청년기 현실에 한 발언을 응축한 작품들과, 2020년 현실을 향한 발언을 담은 작품들이 자리한다. 


먼저 이번 전시 포스터부터 이색적이다. ‘현실과 발언’이 1982년에 선보였던 한 포스터 이미지 ‘줄서기’를 리메이크한 2020년 판 줄서기인 <그림과 말 2020>展 포스터에는 박불똥 작가가 알몸 차림으로 참여했다. 영낙없는 백발 노인이지만 알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입과 코에는 마스크, 아랫도리는 바나나로 가린 알몸 차림이다.    


눈에 꽂히는 또다른 작품이 박재동의 ‘바이러스’ 시리즈. 북의 김여정,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김어준이 각각 바이러스 작품으로 출품되었다.  


또 이태호의 ‘상패’  연작 중 ‘최순실씨에게’, ‘무명 사망 근로자를 위한 비’, ‘막걸리보안법’, 빈 액자 프레임을 아크릴릭 물감으로 칠한 뒤 ‘이 알맹이도 그 자들이 빼먹었을까?’(2010)란 주재환의 권력자 비판 작품, 제주 4.3항쟁 현실을 다룬 역사화 연작을 제작해온 강요배의 ‘노야(老野)’(2011)도 보인다.   


어떤 날은 여러명이 전시장에 출몰할수 있고, 어떤 날 프로젝트룸은 ‘공동작업’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만끽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에는 단 한명의 동인도 만나지 못할 수 있다.


박불똥은 현장에 화실을 꾸렸다. 현발 동인들 초상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다. 동조하는 동인이 없는 날에는 자화상을 그릴 수도 있고, 관객을 그릴 수도 있다.


작가 이태호는 꾸준히 해오던 거리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포스터를 벽면에 붙이는데 다른 동인들의 작업 방식에 따라 포스터 부착 방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작가 임옥상은 전시 기간 한달 간 ‘내달려라, 그림!(Don’t Stop, Drawing)’이라는 주제의 관객 참여형 작업을 펼친다. 스스로 즐겨 다루는 흙 위에 드로잉을 하고 그것을 컴퓨터로 옮겨 애니메이션을 만들 예정이다. 작가 안규철은 ‘종강’을 키워드로 종강 수업과 시집등을 필사하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작가 겸 평론가 성완경은 프로젝트 룸에 붙일 사진 작업을 고르다 결국 오픈 날짜까지 완료하지 못했다. 출품작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전시 기간이 끝나버리고 마는, 그야말로 ‘성완경’ 다운 퍼포먼스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전시는 이들이 1982년 덕수미술관에서 개최한 <행복의 모습>展을 기록하면서 발간한 회지 『그림과 말』의 제목과 태도를 참조했다. 


한편 오는 11일 이태호 진행으로 ‘1980의 발언과 2020의 발언’ 1차 토론회가 부대행사로 열린다. 이어 25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을 주제로 한 2차 토론회도 마련된다. 전시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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