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7.0℃
  • 흐림강릉 10.1℃
  • 서울 8.0℃
  • 구름많음대전 5.2℃
  • 박무대구 2.1℃
  • 박무울산 8.7℃
  • 구름많음광주 8.5℃
  • 구름조금부산 13.3℃
  • 흐림고창 10.6℃
  • 구름많음제주 13.9℃
  • 흐림강화 8.6℃
  • 흐림보은 1.2℃
  • 흐림금산 2.3℃
  • 흐림강진군 6.3℃
  • 맑음경주시 2.9℃
  • 맑음거제 7.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예쁘고 무서운 9호집 - 삶의 권태와 허무에 대한 우화 <비바리움>

URL복사

미스테리한 마을에 갇힌 두 남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톰과 젬마는 집을 구하기 위해 방문한 부동산에서 괴상한 말투와 몸짓을 가진 마틴이라는 중개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주거단지를 구경하다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제72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부문의 화제작이며 부천 국제 영화제, 스톡홀름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다. 제52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비인간성 강조한 미술 효과


<비바리움>은 삶에 대한 우화다. 뻐꾸기의 번식과정을 담은 도입부는 이 우화에 대한 친절하고 직설적인 설명과 암시다. 톰과 젬마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다른 새에게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하는 마치 뻐꾸기 같은 존재에게 이용과 지배를 당한다. 


‘욘더’라는 주거 공간은 미스테리한 세계다. 끝없이 똑같은 집이 가지런히 펼쳐진 이 마을은 깨끗한 도로, 완벽한 날씨와 파란 하늘, 흐트러짐 없는 구름 모양을 가지고 있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단장돼 있지만 가공된 느낌이 거부감을 준다. 예쁘고 조용하지만 몰개성한 파스텔 톤의 집들에는 아무도 살지 않으며 마을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도 없다. 영화는 단순한 선과 색을 반복적으로 나열하고 그림자 등을 비현실적으로 표현해서 등장인물이 들어선 마을을 깜찍함과 끔찍함이 공존하는 평면적인 그림처럼 묘사했다. 축소된 생태계, 사육실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공간은 아름답지만 공허하고 비인간적인 미술적 효과로 섬뜩한 공포를 준다. 

 

 

 

 

 

영화는 현대인이 가진 성장, 선택, 이사, 결혼과 육아, 그리고 삶 자체의 공포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우화를 통해 표현한다. 뻐꾸기는 둥지에 원래 있던 ‘진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쳐서 죽이고,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뻐꾸기를 보살핀 ‘대리모’의 공간마저 차지한다. 톰과 젬마의 비극은 집 구입을 욕망하고 계획하면서 시작된다.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한 현대인의 공포는 ‘자신의 상실’이라는 희생에 대한 것이다. 뻐꾸기에게 밀려 둥지에서 떨어진 ‘진짜 새끼’들은 자신의 정체성, 원래의 내 삶이나 소유하던 것들을 연상시킨다. 

 

 

 

 


자녀 양육에 대한 공포


톰과 젬마는 소년의 형상을 한 미스테리한 존재를 키우며 뻐꾸기의 대리모와 마찬가지인 신세가 된다. 괴성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는 낯선 존재를 양육하는 무의미한 삶에 두 사람은 점차 피폐해진다. 영화는 자녀 양육의 부정적 감정에 대한 노골적 비유로 점철된다. ‘엄마’라고 젬마를 부르는 그 정체모를 생명체는 기분 나쁘게 톰과 젬마를 흉내내지만 다른 차원의 종이며,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TV를 밤새 보고 외계어로된 책을 읽는다. 학습된 언어로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지만 깊은 소통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인간을 닮은 듯 하지만 인간이 아닌 이 존재에 대한 특성 때문에 젬마는 ‘소년’에게 교감을 하거나 동정을 가지다가도 끔찍하게 생경한 모습에 뒷걸음질 치게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이 불쾌한 비유는 ‘소년’이 자립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이후 더 넓은 시선으로 확장된다. 톰은 생존을 위해서 노동을 하는데 이 때의 생존을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이 아니다. 사육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 미스테리를 풀고 원래 자신들의 인간적 삶으로의 회복이다. 톰은 생물학적 생존이 아닌, 존재론적 생존을 위해 집착적으로 땅을 파는 노동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행위는 결국 죽음으로 가는 권태로운 과정일 뿐이다. 

 

 

 

깔끔한 스토리텔링과 연출


뻐꾸기의 행동은 생식 본능일 뿐이라고 도입부에 젬마가 말했던것처럼, 젬마가 키운 생명체 또한 정해진 생식 사이클을 착실히 살아가는 그저 자연적 존재다. 어떤면에서 그 또한 톰과 젬마, 즉 인간과 같은 처지다. 자식일수도, 본능으로 이끄는 중개인일수도, 기생생물일수도 있는 이 정체불명의 존재 또한 우리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지,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는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권태와 허무, 본능의 굴레에 대한 메시지를 깔끔한 스토리텔링과 연출로 펼쳐보인다. 현실과 닮은 악몽이라는 면에서 불편감을 줄 수 있지만, 동화적 표현과 유머러스한 상징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인생의 공허감을 공유함으로써 위안을 얻고자하는 어른들에게 흥미로운 우화적 판타지가 될 것이다. 


제8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연기력을 입증받은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 <나우 유 씨 미> 시리즈, <카페 소사이어티> 등으로 알려진 제시 아이젠버그가 평범한 삶을 꿈꾸다 점차 피폐해지는 남자 톰 역을 맡았다. <브이 포 벤데타>에서 나탈리 포트만의 아역을 맡아 주목받은 이모겐 푸츠는 젬마 역을 맡아 낯선 마을과 의문의 아이로부터 겪는 다양한 감정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