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9 (월)

  • 구름많음동두천 6.8℃
  • 구름조금강릉 9.6℃
  • 박무서울 8.6℃
  • 대전 9.2℃
  • 구름많음대구 9.5℃
  • 맑음울산 13.1℃
  • 흐림광주 9.5℃
  • 맑음부산 11.4℃
  • 구름많음고창 11.4℃
  • 구름조금제주 15.0℃
  • 구름조금강화 7.4℃
  • 흐림보은 2.9℃
  • 흐림금산 7.3℃
  • 맑음강진군 11.9℃
  • 맑음경주시 12.5℃
  • 맑음거제 12.4℃
기상청 제공

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창작과 자유, 비평과 정의의 함수에 관하여

URL복사

대학 1학년 끝나갈 때쯤 장만한 전집, <창작과비평>이 눈에 띈다. 구입 초기엔 가끔 열어봤지만, 점차 장식물로 남아있는 책들이다. 그래도 36년을 책장에 꽂혀있다. 몇 번의 이사와 책 정리 시즌의 버릴 책 검토 2순위쯤 되었지만, 0순위는 아니었던지라 아직 살아남았다. 물론 점차 손닿는 위치에서 멀어져 지금은 천장 밑 맨 귀퉁이까지 내몰려있는 상태다. 내게 폐기 0순위는 아닌 이유는 몇 가지 있다. 과외이나마 내돈 벌어 산 최초의 책이고, 66년 창간되었으니 나랑 나이가 같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창작과비평> 그 제호 자체가 나 삶의 가장 중요했던 화두였기 때문이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민주화의 봄을 맞아 사면 복권된 이후 YWCA연설에 담긴 유명한 말씀이다. 대학 시절 이를 처음 책으로 접했을 때 메시지 자체가 의미 있고 표현 또한 감동이기에 그저 내 가슴은 뛰었다.

 

'자유는 왜 들꽃일까? 정의는 왜 강물일까?' 국가를 보는, 정치를 보는 내 생각은 여기에서 본격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특히 글을 쓰며 시작된 '창작과 비평'에 대한 고민 역시 여기에서 시작된다.

 

자유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고 이겨내고 커가는, 그래서 경쟁이 매우 중요시되는 가치가 아닐까? 그렇기에 자유는 곧 누군가의 어떠한 보호에 의해 키워져야 할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 뜨거운 태양과 거센 바람에도 '스스로 생명을 지켜내야 할 들꽃'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창의는 이러한 자유의 들꽃정신이 그 바탕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제일기획에서의 아이디어 싸움은 나를 더욱 단련시켰다. 지금 글을 쓰는 창작 생활은 번민의 힘든 시간 속에서도 스스로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느낌으로 충만하기에 내 마음은 오히려 풍요로워진다. 이렇게 창의와 창작은 내겐 자유이다.

 

그러나 들꽃은 스스로의 적응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다보면 힘세고 체질강한 꽃만 살아남고, 약한 꽃은 시들고 병들고 사라지게 된다. 함께 살아가려면 무언가 원칙이 필요하다. 그 원칙이 바로 정의라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정의는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강물은 역행하지 않고, 그저 아래로 흘러간다. 역사가 말하듯 정치가 이를 배반할 때, 정의가 구겨질 때 국민은 가만있지 않는다.

 

약한 꽃, 시든 꽃도 그 소중한 가치가 지켜지도록, 나라가, 사회가 역행하지 않도록 비판이 생명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비판엔 원칙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비판은 특히 정의를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평론 또는 비평에 임할 때의 나의 약속이기도 하다.

 

한발 짝 더, 글을 쓰는 나에 더하여 지금의 정치를 잠깐 건드려 볼까?

 

상대적으로 정의의 가치를 조금은 더 부르짖는 집권 여당은 과연 정의로운가? 지금까지 비판과 저항의 역사를 주도해왔듯 지금도 나라가, 사회가 역행하지 않도록 비판의 숨결이 살아있는가? 또 다른 체질 강한 꽃이 되기 위해 자신만을 키울 생각만 하진 않는가?

 

상대적으로 자유의 가치를 조금은 더 부르짖는 야당은 자유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가? 눈치와 줄서기에 길들여있지 않은가? 자유가 신념이 되어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창조하고 있는가? 오히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생색만 내는 비판에만 머물지 않는가?

 

정치의 세계를 보면서 창조가 무너진 여의도의 미래를 아쉬워하기도 하고, 비판을 통한 견제의 마저도 제대로 못하는 여의도의 무능에 더 큰 한숨을 짓기도 한다.

 

보편적 평등과 개인의 자유의 문제, 역사와 현실에 대한 해석과 미래의 설계에 대한 문제, 내 머리 속에 다가오는 많은 문제들에 <창작과비평>을 대입하곤 한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이런 나라, 자유와 정의가 균형 잡힌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이를 만들자면 나는 그 길을 주저함 없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욕심일까? 그렇게 되어야 한다.

오늘은 천장아래 귀퉁이, 먼지 쌓인 <창작과비평>에 손때 좀 묻혀줘야겠다. 55세 동갑나기가 반가워할지 모르겠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여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김범석 첫 사과 맹비난...“변명문이자 셀프면죄부 자기 복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 주식회사 창업주인 김범석 Coupang, Inc. 이사회 의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일제히 강하게 비판했다. 김범석 의장은 28일 사과문을 발표해 “쿠팡에서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과 국민들께 매우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의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한 지금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김범석 의장은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셨다”며 “또한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무엇보다도 제 사과가 늦었다. 저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상황을 해결하고 고객 여러분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전적으로 지원했다”며 “말로만 사과하기보다는 쿠팡이 행동으로 옮겨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 대한민국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특별시의회, 폐교 활용계획에 특수학교 설치 우선 검토 의무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박상혁 위원장(국민의힘, 서초 제1선거구)은 특수학교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의 폐교 발생 시 특수학교 설치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교육청 폐교재산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23일(화)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박상혁 위원장이 발의한 해당 개정조례안은 교육감이 특수학교 설치가 필요한 지역의 폐교재산 활용계획을 수립할 때 특수학교 설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덧붙여 조례안은 “특수학교 확충이 필요한 지역”을 교육감이 지정·고시하도록 하여 폐교재산의 특수학교 전환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지역을 시민들이 사전에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조치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특수학교나 특수학급 신설 등은 지지부진해 학생의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특히, 금번 조례 개정은 2025년 서울시의 특수교육대상자와 특수학교 재학생이 각각 14,909명과 4,502명으로, 2021년 대비 15.1%와 11,4%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관내 특

문화

더보기
청춘의 도전과 성장 서사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을 펴냈다. 이 책은 저자 황선재가 12년 동안 품어온 월드컵 직관의 꿈을 실현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으로, 카타르 월드컵 현장의 열기와 한 청년의 성장 서사가 함께 어우러진 에세이다.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은 러시아 월드컵 직관을 놓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군 복무와 학업,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차곡차곡 준비해온 ‘카타르 월드컵 4년 프로젝트’는 단순한 여행 계획을 넘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시간의 기록으로 이어진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 팬들과 경쟁하고, 코로나19로 일정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과정은 책 전반에 긴장과 몰입을 더한다. 카타르 현지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탁월한 현장감을 지닌다. 경기장 주변 전시와 팬 문화, 세계 각국의 축구 팬들과 나눈 대화, 거리와 광장을 가득 채운 응원의 소리까지 모든 장면이 마치 독자를 현장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 듯한 생생함으로 묘사된다. 특히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던 그날의 광장 분위기가 이 책의 정점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월드컵 직관기’에 머물지 않는다. 꿈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