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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창작과 자유, 비평과 정의의 함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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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끝나갈 때쯤 장만한 전집, <창작과비평>이 눈에 띈다. 구입 초기엔 가끔 열어봤지만, 점차 장식물로 남아있는 책들이다. 그래도 36년을 책장에 꽂혀있다. 몇 번의 이사와 책 정리 시즌의 버릴 책 검토 2순위쯤 되었지만, 0순위는 아니었던지라 아직 살아남았다. 물론 점차 손닿는 위치에서 멀어져 지금은 천장 밑 맨 귀퉁이까지 내몰려있는 상태다. 내게 폐기 0순위는 아닌 이유는 몇 가지 있다. 과외이나마 내돈 벌어 산 최초의 책이고, 66년 창간되었으니 나랑 나이가 같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창작과비평> 그 제호 자체가 나 삶의 가장 중요했던 화두였기 때문이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민주화의 봄을 맞아 사면 복권된 이후 YWCA연설에 담긴 유명한 말씀이다. 대학 시절 이를 처음 책으로 접했을 때 메시지 자체가 의미 있고 표현 또한 감동이기에 그저 내 가슴은 뛰었다.

 

'자유는 왜 들꽃일까? 정의는 왜 강물일까?' 국가를 보는, 정치를 보는 내 생각은 여기에서 본격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특히 글을 쓰며 시작된 '창작과 비평'에 대한 고민 역시 여기에서 시작된다.

 

자유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고 이겨내고 커가는, 그래서 경쟁이 매우 중요시되는 가치가 아닐까? 그렇기에 자유는 곧 누군가의 어떠한 보호에 의해 키워져야 할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 뜨거운 태양과 거센 바람에도 '스스로 생명을 지켜내야 할 들꽃'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창의는 이러한 자유의 들꽃정신이 그 바탕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제일기획에서의 아이디어 싸움은 나를 더욱 단련시켰다. 지금 글을 쓰는 창작 생활은 번민의 힘든 시간 속에서도 스스로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느낌으로 충만하기에 내 마음은 오히려 풍요로워진다. 이렇게 창의와 창작은 내겐 자유이다.

 

그러나 들꽃은 스스로의 적응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다보면 힘세고 체질강한 꽃만 살아남고, 약한 꽃은 시들고 병들고 사라지게 된다. 함께 살아가려면 무언가 원칙이 필요하다. 그 원칙이 바로 정의라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정의는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강물은 역행하지 않고, 그저 아래로 흘러간다. 역사가 말하듯 정치가 이를 배반할 때, 정의가 구겨질 때 국민은 가만있지 않는다.

 

약한 꽃, 시든 꽃도 그 소중한 가치가 지켜지도록, 나라가, 사회가 역행하지 않도록 비판이 생명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비판엔 원칙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비판은 특히 정의를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평론 또는 비평에 임할 때의 나의 약속이기도 하다.

 

한발 짝 더, 글을 쓰는 나에 더하여 지금의 정치를 잠깐 건드려 볼까?

 

상대적으로 정의의 가치를 조금은 더 부르짖는 집권 여당은 과연 정의로운가? 지금까지 비판과 저항의 역사를 주도해왔듯 지금도 나라가, 사회가 역행하지 않도록 비판의 숨결이 살아있는가? 또 다른 체질 강한 꽃이 되기 위해 자신만을 키울 생각만 하진 않는가?

 

상대적으로 자유의 가치를 조금은 더 부르짖는 야당은 자유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가? 눈치와 줄서기에 길들여있지 않은가? 자유가 신념이 되어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창조하고 있는가? 오히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생색만 내는 비판에만 머물지 않는가?

 

정치의 세계를 보면서 창조가 무너진 여의도의 미래를 아쉬워하기도 하고, 비판을 통한 견제의 마저도 제대로 못하는 여의도의 무능에 더 큰 한숨을 짓기도 한다.

 

보편적 평등과 개인의 자유의 문제, 역사와 현실에 대한 해석과 미래의 설계에 대한 문제, 내 머리 속에 다가오는 많은 문제들에 <창작과비평>을 대입하곤 한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이런 나라, 자유와 정의가 균형 잡힌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이를 만들자면 나는 그 길을 주저함 없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욕심일까? 그렇게 되어야 한다.

오늘은 천장아래 귀퉁이, 먼지 쌓인 <창작과비평>에 손때 좀 묻혀줘야겠다. 55세 동갑나기가 반가워할지 모르겠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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