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소신발언..기안84 여혐 논란에 "전쟁 피해-선천적 장애 희화화는 하면 안돼"
[시사뉴스 홍정원 기자] 주호민이 동료 웹툰작가 기안84가 연재 중인 ‘복학왕’ 여성혐오(여혐) 논란과 관련 소신발언을 했다.
주호민은 18일 트위치 방송에서 기안84 여혐 논란과 연장선상에서 '웹툰 검열' 관련 네티즌 질문을 받고 “시민들의 검열이 지나치다”고 소신발언 했다.
다음은 기안84 여혐 논란 관련 주호민 소신발언 전문이다.
만화는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전쟁 피해자라든지 선천적 장애 같은 것을 희화화하면 안 된다. 그걸 희화화하는 만화들이 있었다. 그런 건 그리면 안 된다.
그런데 그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지금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그 검열을 옛날엔 국가에서 했다.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 이거 굉장히 문제가 크다. 큰일 났다. 진짜. 이러면 안 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보통 일어난다. 그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런 생각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작품을 만났을 때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 한다. 그러면 확장할 수 없다.
‘내 생각이 맞는 이유가 니가 미개해서가 아니고 내 생각과 같이 하면 이런 것들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 ‘너는 미개한 놈이야’, 이런 걸로 가니까 반발심이 생기고 이상해진다.
미국도 그렇고 시민 독재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 옛날에 만화를 그리던 때가 최고, 제일 좋았다. 내가 그리던 2000년대가 제일 좋았다.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무얼 할 수가 없다. 아주 힘겨운 시기에 여러분은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려도 되나?’ ‘이거 해도 되나?’ 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아무튼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나 하려 한다. 문제가 뭐냐하면 잘못을 안했는데도 아작이 난다.
심지어. 잘못 걸리면. 그래서 사과하면 뭐라는지 아나. 잘못한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과해도 ‘진정성 없다’고 한다. 그냥 죽이는 것이 재밌는 것이다. 사과하면 더 팬다.
아무튼 굉장히 피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공소시효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말 한다고 달라지겠느냐. 이거 퍼가서 또 욕할 거다. 상관없다. 아무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