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8 (목)

  • 맑음동두천 1.6℃
  • 맑음강릉 9.4℃
  • 맑음서울 3.9℃
  • 맑음대전 4.6℃
  • 맑음대구 6.4℃
  • 맑음울산 7.9℃
  • 맑음광주 5.9℃
  • 맑음부산 12.8℃
  • 맑음고창 6.2℃
  • 맑음제주 11.6℃
  • 맑음강화 2.3℃
  • 맑음보은 2.1℃
  • 맑음금산 -0.8℃
  • 맑음강진군 8.6℃
  • 맑음경주시 7.5℃
  • 맑음거제 8.6℃
기상청 제공

문화

【책과사람】 모순과 역설, 기독교 세계의 역사

URL복사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도미니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양적 세계관’ 하면 대개 ‘신 중심의 비합리적 중세를 타파하고 인간과 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된 합리적 관점’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학적, 합리적, 휴머니즘적 사고 조차 2천여 년 동안 도도히 흘러온 기독교의 저변 위에서 생겨나고 발전한 것이라면? 톰 홀랜드는 서구 사회 세계관에 대해 명쾌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신과 인간의 2500년 연대기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는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정신을 지배하게 됐는지 다룬다. 이 책은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기독교적 영향의 여러 흐름을 압축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위해 고대 로마부터 비틀스와 메르켈 총리까지 2500년을 21개 장으로 나누면서, 각 장을 ‘혁명’, ‘육체’, ‘우주’와 같은 핵심 키워드로 묶는다. 


장마다 개별 인물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 단락은 해당 장의 키워드로 일관된 흐름을 형성하고, 그러한 맥락이 점차 장을 거듭할수록 쌓여, 독자는 지금의 세상에까지 기독교가 미쳐온 영향력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톰 홀랜드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그가 10대 때부터 가져온 기독교의 비합리성에 대한 의구심과, 그럼에도 서유럽인으로서 자신이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이 곧 이 책의 서술방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십자가형은 고대 로마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경멸받은 ‘최고의 형벌’이었다. 그런 만큼 반항적인 노예에게 부과하기에 가장 적합한 징벌이었다. 그래서 예수의 처형 이후, 십자가형을 당한 사람을 신으로 숭배하는 것은 로마인들 대다수에게 매우 혐오스럽고 기괴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백 년 뒤 십자가형은 죄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의 상징이 됐으며, 천 년이 넘자 전 인류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헌신과 연민의 아이콘이 되었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마태오 복음서〉 20장 16절)라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그 자체로 역설이었고, 이후 모든 상하주종 관계에서 이 역설은 힘을 발휘했다.

 

‘박해하는 사회’를 감독


그런데 모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500여 년 뒤, 부주의한 당국에 의해 처형된 하느님을 숭배하는 기독교 교회가, 이제 반대로 이른바 ‘박해하는 사회’를 감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은 한편으로 중세 이후 지배적 세력이 된 기독교 교회, 그리고 대항해 시대 이후 전 세계를 점령 지배하게 된 서유럽의 지위 변화에 크게 기인한다. 


과거 고대 사회에서는 박해받는 소수 세력으로서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그들이 주류 지배 세력이 된 뒤에는 바로 그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종교와 세속의 분리, 일부일처제, 가문이 아닌 당사자 간의 의지에 따른 결혼, 법률과 과학은 물론이고, 계몽주의, 인권,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근대의 진보적 개념, 심지어 무신론에조차 기독교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지배 이데올로기인 기독교를 벗어나고자 한 근대의 운동조차, 과거 기독교의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움직임을 본딴 형국이 되고 마는 역설이 반복되어온 것이다. 


이 책은 결국 서구 사회와 서양적 세계관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20세기까지의 몇백 년 동안 세계를 서유럽이 지배하다시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기독교 전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을 감안하면, 곧 현재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14편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 수업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영화와 함께하는’ 첫 번째 시리즈로 발간됐던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가 개정돼 새로 출간됐다. 2021년 처음 발간된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는 전근대 시기를 다룬 4편의 영화와 근현대 시기를 다룬 8편의 영화를 활용한 역사 수업을 제시했다. 이번에 발간되는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 개정증보판은 전근대 영화인 ‘자산어보’와 근현대 영화인 ‘서울의 봄’을 추가해 쉽고 재미있는 한국사 수업을 제시했다. 영화와 함께하는 역사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 영화와 함께 재미있게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청소년, 그리고 역사 상식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는 영화마다 영화의 기본 정보와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이 역사서에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교과서에는 어떻게 구현돼 있는지 살펴보고 팩트 체크 코너를 통해 그 내용을 영화가 얼마나 역사적 상황과 맥락에 맞게 그려냈는지 분석하고 있다. 이어 선정된 영화를 통해 어떤 역사적 맥락과 상황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지 질문과 함께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무대나 역사적 배경이 됐던 곳, 영화 속 역사적 인물을 만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