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4 (금)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문화

【책과사람】 모순과 역설, 기독교 세계의 역사

URL복사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도미니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양적 세계관’ 하면 대개 ‘신 중심의 비합리적 중세를 타파하고 인간과 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된 합리적 관점’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학적, 합리적, 휴머니즘적 사고 조차 2천여 년 동안 도도히 흘러온 기독교의 저변 위에서 생겨나고 발전한 것이라면? 톰 홀랜드는 서구 사회 세계관에 대해 명쾌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신과 인간의 2500년 연대기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는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정신을 지배하게 됐는지 다룬다. 이 책은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기독교적 영향의 여러 흐름을 압축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위해 고대 로마부터 비틀스와 메르켈 총리까지 2500년을 21개 장으로 나누면서, 각 장을 ‘혁명’, ‘육체’, ‘우주’와 같은 핵심 키워드로 묶는다. 


장마다 개별 인물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 단락은 해당 장의 키워드로 일관된 흐름을 형성하고, 그러한 맥락이 점차 장을 거듭할수록 쌓여, 독자는 지금의 세상에까지 기독교가 미쳐온 영향력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톰 홀랜드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그가 10대 때부터 가져온 기독교의 비합리성에 대한 의구심과, 그럼에도 서유럽인으로서 자신이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이 곧 이 책의 서술방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십자가형은 고대 로마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경멸받은 ‘최고의 형벌’이었다. 그런 만큼 반항적인 노예에게 부과하기에 가장 적합한 징벌이었다. 그래서 예수의 처형 이후, 십자가형을 당한 사람을 신으로 숭배하는 것은 로마인들 대다수에게 매우 혐오스럽고 기괴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백 년 뒤 십자가형은 죄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의 상징이 됐으며, 천 년이 넘자 전 인류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헌신과 연민의 아이콘이 되었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마태오 복음서〉 20장 16절)라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그 자체로 역설이었고, 이후 모든 상하주종 관계에서 이 역설은 힘을 발휘했다.

 

‘박해하는 사회’를 감독


그런데 모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500여 년 뒤, 부주의한 당국에 의해 처형된 하느님을 숭배하는 기독교 교회가, 이제 반대로 이른바 ‘박해하는 사회’를 감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은 한편으로 중세 이후 지배적 세력이 된 기독교 교회, 그리고 대항해 시대 이후 전 세계를 점령 지배하게 된 서유럽의 지위 변화에 크게 기인한다. 


과거 고대 사회에서는 박해받는 소수 세력으로서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그들이 주류 지배 세력이 된 뒤에는 바로 그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종교와 세속의 분리, 일부일처제, 가문이 아닌 당사자 간의 의지에 따른 결혼, 법률과 과학은 물론이고, 계몽주의, 인권,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근대의 진보적 개념, 심지어 무신론에조차 기독교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지배 이데올로기인 기독교를 벗어나고자 한 근대의 운동조차, 과거 기독교의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움직임을 본딴 형국이 되고 마는 역설이 반복되어온 것이다. 


이 책은 결국 서구 사회와 서양적 세계관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20세기까지의 몇백 년 동안 세계를 서유럽이 지배하다시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기독교 전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을 감안하면, 곧 현재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 , 하반기 지원 기업 IR 진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인천광역시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인천센터)가 함께하는 투자생태계의 대표적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BiiG WAVE)’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사업계획 발표회(IR)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 빅웨이브는 인천센터의 대기업 파트너들과 협력을 이어온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기업 파트너로는 KT, 대한항공, 카카오모빌리티, 한솔PNS가 참여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 받은 스타트업들이 선정됐다. 이번 행사는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해 후속 투자로 이어질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어플레이즈(공간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 솔루션) ▲에이아이포펫(AI 활용한 반려동물 실시간 건강 체크) ▲증강지능(항공 매뉴얼의 AI 기반 디지털 혁신) ▲디비디랩(혁신적 리서치 솔루션) ▲인텔리즈(생산라인 결함 검사하는 머신 비전) 등 초격차 분야 5개 기업이다. 이날 행사에는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 등 전문 투자회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등 새로


경제

더보기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 , 하반기 지원 기업 IR 진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인천광역시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인천센터)가 함께하는 투자생태계의 대표적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BiiG WAVE)’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사업계획 발표회(IR)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 빅웨이브는 인천센터의 대기업 파트너들과 협력을 이어온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기업 파트너로는 KT, 대한항공, 카카오모빌리티, 한솔PNS가 참여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 받은 스타트업들이 선정됐다. 이번 행사는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해 후속 투자로 이어질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어플레이즈(공간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 솔루션) ▲에이아이포펫(AI 활용한 반려동물 실시간 건강 체크) ▲증강지능(항공 매뉴얼의 AI 기반 디지털 혁신) ▲디비디랩(혁신적 리서치 솔루션) ▲인텔리즈(생산라인 결함 검사하는 머신 비전) 등 초격차 분야 5개 기업이다. 이날 행사에는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 등 전문 투자회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등 새로

사회

더보기
'채 해병 수사 외압' 이종섭 前 장관 구속 기로… "혐의 인정 안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10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중이다. 이 전 장관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과 만나 '영장에 청구된 혐의를 인정하느냐'라는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사 외압을 주도했다는 혐의는 인정하느냐'고 묻자 "법정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답하고 법정으로 향했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 20일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 무효, 허위공문서 작성, 모해위증, 공무상 비밀누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위작공전자기록 등 행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윤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외압을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