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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② _ 대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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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대모산이다.

코로나19의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금주 월요일부터 2.0단계로 낮아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더 이상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없는 정부의 고민 때문이리라.

 

강화된 2.5 단계 거리 두기에서는, 그동안의 산행에서 뒤풀이 없는 산행을 하였지만, 뒤풀이 없는 산행은 ‘팥소 없는 찐빵’ 같아서 구수하긴 하지만 팥소의 달콤함이 없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고교 동창의 아들이 장가가는 날이라 가볍게 등산을 하고, 결혼식에 맞춰 삼성동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동창들도 볼 겸 산행 뒤풀이도 겸해서 자연스레 대모산으로 정했다.

 

수서역 6번 출구에서 일행이 모두 모이자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산인데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등산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대모산과 구룡산으로 향하는 코스는 그리 가파르지 않아, 어르신이나 초보 등산객들이 오르기에 적당한 코스 같았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행은 숲이 주는 매력, 초가을 오후의 다양한 초록 잎에 떨어지는 햇볕의 반짝거림과 흰 구름 떠가는 파란 하늘, 그리고 땀 날 만하면 살랑대고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그다지 험하진 않지만 길게 이어지는 코스에 육산의 감촉을 맨발로 느끼시는 분들도 많았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이 두 가지는 다른 것이고, 그 중 정말 중요한 것은 ‘느끼는 것’이라더니, 산을 느끼는 분들이 삶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사는 분들이리라.

 

대모산 정상에 오르니 시내 강남권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전망에 올림픽 주경기장과 한강,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보인다.

한양의 변방으로 농사와 채소 작물을 경작하던 잠실이 정말 상전벽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모산은 늙은 여인네를 닮았다 하여 할미산으로 불려오다 태종의 헌릉이 조성되고 대모산으로 명해졌다는 유래처럼 풍수지리에서도 길지처럼 보였다.

정상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구룡산 가는 방향을 비켜 도곡역을 향한다.

 

도곡역 방향은 소나무 숲도 많이 우거져 강남권의 큰 공원에 들어온 듯 젊은 레깅스 차림의 여인들도 눈에 들어온다. 시사에 밝은 한 친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중국, 미국의 힘이 어찌 변하는지를 설파하면서도 주변의 젊은 레깅스의 자태에는 눈을 뗄 줄 모른다.

 

광고기획가 박용현의 <책은 도끼다>에는 “바람기, 나쁜 의미가 아니라 지금 우리 안에도 다 있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 바람기는,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다. 다른 곳에 더 나은 인생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동경이다. 결혼하고 이게 더 심해지는 이유는 결혼과 동시에 다른 선택의 문이 닫혀버리기 때문이다.”라고 나온다.

 

우리는 ‘우리 안의 나’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면서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끊임없이 ‘또 다른 나’를 찾는다.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고 하지 않던가.

 

결국, 많은 종교에서 우리를 볼 수 있는 신이라는 개념이 중심을 차지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누가 나를 본다는 것은 내가 존재한다고 인정받는다는 것이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삶을 좀 더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생활 중에 지방으로, 해외로 많이 돌던 친구는 집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때늦은 소망을, 하산길에서 피력하기도 하지 않던가.

 

도곡동 가는 길을 내려와 강남권의 아파트 숲을 지난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이 동네 아파트는 아파트라 불러서는 안된다고. 그건 그 자체가 하나의 유럽의 작은 성과 같다고, 그 한 채 값이면 유럽의 작은 성을 살 수도 있는데 왜 여기서 복닥거리며 살고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압축 성장으로 자라온 우리 시대에 대한 냉소 아닌 냉소를 쏟는다.

 

조금 일찍 도착한 삼성동의 결혼식장은 아직은 한산했다.

200명 손님의 식사를 준비하고 그 이상의 하객에게는 식사 대신 답례품으로 인사를 대신해야 한단다. 늦게 온 친구가 식사 자리에 앉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인사만 하고 돌아서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둘이 함께 찾으려 하는 신랑 신부의 그 싱싱한 젊음만은 한없이 부럽고 축하를 보내고 싶다.

 

주례를 맞은 한 신문사 사장은 짧은 덕담과 함께 주례사 말미에 구호를 제안하여, 하객들 모두 목청 높여 외쳤다.

 

“잘 살아라!”

 

당연히 현재의 코로나 상황도 꿋꿋이 이겨내고 잘 살겠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신랑 신부에게 짧은 시 하나 보내고 싶다.

 

출발

                                  장태평

 

포구에서 나와

대양에 서다.

 

항해를 위해

하늘의 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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