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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軍 "시신 불태워" vs 北 "부유물만 소각" 등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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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첩보 분석→상황 악화 …靑, 친서 전문 공개
친서, 정상 간 신뢰 확인…남북 관계 복원과는 거리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북한이 남측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하게 된 경위를 담은 통지문을 보내오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간신히 모면한 분위기다. 적어도 정부가 북한 군의 행위를 '반인륜 행위'라고 규정한 대목에서의 쌓였던 오해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교착된 남북관계 상황 자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든 갈등의 불씨는 재점화 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청와대가 사살 논란 이전에 주고 받았던 남북 정상 간 친서를 공개한 것은 두 정상 간 진정성을 바탕으로 살얼음판 같은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이날 보내온 통지문 전문을 소개했다. 통지문에는 지난 21일 발생한 남측 민간인 사살 사건에 대해 자신들이 파악한 전반적인 경위와 입장이 담겨있었다.

통전부는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우(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며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하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해수부 공무원 A씨가 자신들의 신원 확인 요구에 불응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사살했고, 시신을 소각한 게 아니라 A씨가 의지하고 있던 부유물을 태웠다는 게 통전부의 주장이다. 합참의 기존 설명과는 결정적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합참은 전날 수집된 첩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며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합참 관계자는 "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이며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사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직접 훼손했다는 의미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게 된 계기가 됐다.

북한 군인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는 점, 시신을 직접 불태웠다는 점 2가지 첩보 사항을 함께 나열함으로써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앞세워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했다. 편견을 배제해야 할 첩보 분석 과정에 주관적 관점을 투영해 사실과 다른 결론으로 이끌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사건의 본질과는 다른 오해와 불신을 조장해 위기를 키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통전부가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전부는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전부 설명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비무장 상태의 남측 민간인을 사살한 사태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건이 남북 간에 큰 파문을 끼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군부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전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해안 경계를 담당하는 '정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도 남북 정상 간 정치적 부담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서훈 안보실장이 이날 문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사살 사건 발생 이전에 이뤄진 남북 정상 간 친서 내용 전문을 공개한 것도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답신 성격의 친서를 12일 보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교환한 친서에서 주로 코로나19 방역과 태풍 피해 복구로 인한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위로를 서로 주고받았다. 남북 정상 간 신뢰는 아직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두 통의 친서가 확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의 상황에서 집중호우, 그리고 수차례의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며 "나는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다"며 "최근에도 귀측 지역에서 악성 비루스 확산과 연이어 들이닥친 태풍피해 소식에 접하고 누구도 대신해 감당해줄수 없는 힘겨운 도전들을 이겨내며 막중한 부담을 홀로 이겨내실 대통령의 로고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화답했다.

다만 한 달 이내 서로 주고받은 친서와 교착된 남북관계 복원 문제는 별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 방역과 태풍 피해라는 공통의 소재에 공감하고 있을 뿐, 문 대통령이 촉구한 코로나19 방역협력, 한반도 종전선언 등 정치적 제안에 대한 반응은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계기로 특사 교환 등 가시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한 '하노이 노딜' 이후 꼬이기 시작한 남북 관계를 풀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돌파구 차원으로 제시한 동북아 방역협력체와 한반도 종전선언도 북한의 호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지 못하면서도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는 것처럼 친서 교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년 전에는 남북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대화 진전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으로는 국방부와 청와대 NSC 차원의 판단 실수를 덮기 위해 정상 간 친서 전문 공개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서 실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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