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로 재임기간 660일을 맞으면서 역대 두 번째 장수 경제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홍 부총리는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 경제 충격을 막고자 '반세기 만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역대급 나랏빚 급증'은 물론 '22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 우려'까지 부담스러운 꼬리표를 다수 남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이날로 이명박 정부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재임일 660일)의 기록을 넘기게 됐다. 역대 최장기록은 윤증현 장관(842일)이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11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부총리로 임명된 홍 부총리를 바라보는 초반 시선은 '예스맨'에 가까웠다. 당시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이른바 '김앤장' 갈등이 불거졌던 직후 취임한 그에게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경제사령탑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뒤따랐던 게 사실이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글로벌 경기 하락 등 우호적이지 않은 경제 여건 속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부동산 등 주요 현안에서 정치권이나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밀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가 불어 닥친 올해부터는 각종 경기 진작 대책과 마스크 공급책 등 현안을 주도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는 여당의 주문에 반대 의견을 고집하면서 기재부 관가에선 예산실 출신 특유의 DNA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정책 결정의 순간에는 정치권에 밀리는 모습이었지만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50%에서 70%로 선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여당과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강력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때는 홍 부총리가 주장한대로 선별 지급이 이뤄졌다.
역대 두 번째 장수 사령탑으로서 홍 부총리가 남긴 기록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확장 재정이다. 매년 8~9%대 지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슈퍼 예산'을 짠 데 더해 올해는 1961년 이래 59년 만의 4차 추경을 편성하기에 이르렀다.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에 재정의 역할을 극대화해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 주요국 대비 여력이 있는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올해 성장률 전망 1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확장재정은 곧 국가채무 증가를 의미하기에 다른 한 편으로는 기록적인 나랏빚을 남기게 됐다는 점이 부담이다. 4차 추경 이후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작년 본예산 대비 106조1000억원이나 급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43.9%까지 상승하게 된다.
또 다른 재정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6.1%를 기록,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4.6%)보다도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홍 부총리에 대해 남은 임기 동안 보다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을 통한 새로운 산업 발전과 성장동력 회복이 최우선 정책 과제인데 정치 논리에 영향을 받으면서 부실한 측면이 있었다"며 "단순히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꺼지고 있는 우리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한국판 뉴딜을 통해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지만 향후 규제개혁을 놓고 (홍 부총리가)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해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