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5 (목)

  • 맑음동두천 -4.9℃
  • 구름조금강릉 2.4℃
  • 맑음서울 -3.3℃
  • 박무대전 -2.8℃
  • 구름조금대구 1.1℃
  • 구름많음울산 1.3℃
  • 구름조금광주 1.3℃
  • 구름많음부산 2.7℃
  • 맑음고창 -1.2℃
  • 흐림제주 7.5℃
  • 맑음강화 -2.7℃
  • 맑음보은 -1.9℃
  • 맑음금산 -2.5℃
  • 구름많음강진군 2.8℃
  • 구름많음경주시 1.1℃
  • 구름많음거제 4.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밥’으로 ‘정’을 나누는 인생의 참맛 <밥정>

URL복사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의 인간미 넘치는 요리와 사계절의 풍광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가 생이별한 친어머니, 가슴으로 기르신 양어머니, 긴 시간 인연을 맺은 길 위의 어머니를 위해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으로 눌러 담아 정성껏 차린 한상차림, 10년의 여정 속에서 우러나는 인생의 참맛을 그린 작품이다. 핫독스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초청을 비롯해 국내외 14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을 눌러 담은

 

주변 자연을 재료로, 자연 자체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요리를 창조하는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의 삶과 요리에 담긴 철학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10년에 걸쳐 담아냈다. 그가 세계적인 요리사이자 자연요리연구가가 된 배경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다. 얼굴조차 모르는 친어머니, 임종을 못 지킨 양어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임지호 셰프는 어쩌면 만났을지도 모를 어머니를 생각하며 길에서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음식을 대접했다. 


전국을 떠돌며 식재료를 채취하던 임 셰프는 지리산에서 김순규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마음이 담긴 냉이 된장국을 끓여준 김순규 할머니에게서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을 느낀 임 셰프는 모자의 인연을 맺고 10년의 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세상에 하나 남은 길 위의 어머니 김순규 할머니와도 이별하게 되고 세 명의 어머니를 위해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을 눌러 담은 한상차림을 결심하게 된다.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요리를 만들어내고 대청마루에는 108가지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다. 관객들에게 마음의 치유까지 가져다 줄 이 접시들 중 전과 과일, 나물과 생선 등 실제 음식이 담긴 접시는 103개다. 나머지 5개는 무형의 접시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자세를 담았다. 허영심을 버리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부지런할 것,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가질 것, 음식을 먹을 사람에게 어떤 음식을 나눌지 재료를 판단하는 매의 눈을 갖는 것이 무형의 접시에 담긴 자신의 철학이다. 


맛있는 소리와 아름다운 색감까지


임 셰프의 요리는 그 자체가 예술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다”라는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요리로 만들어낸다. 4계절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연을 재료로 마치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듯이 요리하는 임 셰프의 모습은 묘한 시각적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음식이 마음을 나누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임 셰프의 철학은 그의 요리가 주는 감동의 원천이 어디인지 명확히 인식시킨다. 그의 정성스러운 요리는 언어로 못다전하는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누군가를 위한 그의 상차림의 행위는 그 자체가 자신을 위한 위안이기도 하다. 


임 셰프는 “108접시가 어머니를 위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라며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결핍과 그리움의 복합적 감정을 풀어냈음을 밝힌다. 

<밥정>은 어머니와 ‘밥’에 함축돼 있는, 그리고 그 감정을 인연을 맺는 모든 타인에게까지 확장해가는 한국적 ‘정’의 정서라는 익숙한 감성을 눌러담아 아름다운 한상을 차려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집밥’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며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상은 사랑으로 나누는 ‘밥’에 담긴 따뜻함과 그리움의 정서가 현대인에게 강렬한 향수임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바로 이 같은 현대인의 영혼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다독인다.


임 셰프는 매 계절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뿜어내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식재료를 찾고, 길 위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을 위해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낙엽더미, 갯벌 덩어리, 이끼 등 상상도 못한 식재료에 새로운 맛을 입혀 자연의 밥상을 완성시킨다. 

 

 

영화에는 청각초밥, 갯벌 소스를 곁들인 백년초 무침, 솔방울 국수, 토란국, 두부 계란찜, 모과청 등 독특하거나 평범하고 익숙한 음식들이 다채롭게 등장해 미각을 자극한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마음이 담긴 인간미 넘치는 요리 과정에서 맛있는 소리와 아름다운 색감까지 담아내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여기에 봄부터 겨울까지 산과 바다, 들판, 계곡 등 대한민국 사계절의 풍광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더해져 영혼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불법·허위조작정보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불법·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개최해 여권 주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 제44조의7(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등)제1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법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2의2.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해당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에 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라고, 제2항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로서 다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