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7 (토)

  • 맑음동두천 -10.1℃
  • 맑음강릉 -4.2℃
  • 구름조금서울 -7.7℃
  • 맑음대전 -6.9℃
  • 맑음대구 -4.0℃
  • 맑음울산 -5.1℃
  • 맑음광주 -4.6℃
  • 맑음부산 -2.8℃
  • 흐림고창 -3.9℃
  • 흐림제주 2.0℃
  • 구름많음강화 -9.8℃
  • 맑음보은 -9.1℃
  • 맑음금산 -7.8℃
  • 맑음강진군 -3.7℃
  • 맑음경주시 -4.1℃
  • 맑음거제 -1.7℃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⑤ - 사패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사패산이다.

'사패산'이란 명칭은 조선조 선조의 6째 딸 정휘 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을 가면서 임금이 하사한 땅이라 해서 붙여진 것으로, 이 일대는 오랫동안 군사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다 풀려, 보기 드물게 원시림이 잘 보존되고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맨 북쪽 산이다.

 

추분이 지나 짧아진 낮 길이를 생각하여, 1시에 회룡역에 집합한 일행은 회룡교로 향한다. 회룡역 주변의 상전벽해(桑田碧海)한 듯한 변화에 눈을 돌리며 번화한 거리를 지나, 회룡교를 지나면서는 도시의 자취는 희미하고 시골 개울가 길을 따르는 듯, 한적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오르는 길가의 목공예방 주변에는 구절초와 개미취, 이름 모를 들풀들이 제철 만난 듯 그 자태를 뽐내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은 한가로이 사진을 찍으며 휴일의 화창함을 즐기고 있다.

 

회룡사로 향하는 콘크리트 길옆의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며 시원한 물소리를 들려주니 약간 가파른 고갯길도 그런대로 오를 만하다. 회룡사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태조 이성계와 밀접한 무학대사가 이 절에 머물 때, 함흥차사를 만들던 이태조가 한양에 돌아오며 무학대사를 만나러 들른다는 소식에 ‘回鸞龍駕’(회란용가/임금의 말과 가마가 돌아오다)라 기뻐하여 회룡사가 되었다는 안내문을 보며 등산길에서 절을 내려다본다.

 

절은 크지 않으나 은은히 찬불가가 흘러나오는 절 앞 잔디에는 젊은이 둘이 잔디에 누워 있고, 절 위쪽의 텃밭에는 고추 따는 보살님이 손을 놀리고, 어린 배추, 무가 싱싱한 초록색으로 잘 자라고 있어 가을걷이를 앞둔 전형적인 산사의 가을 풍경을 느낀다.

불경에서 유마 거사는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 했다는데, 산사가 그림이니, 온 세상이 화엄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적한 산길을 오른다.

 

사패 능선을 향하는 계곡 길은 오를수록 경사가 급하나 한 시간여의 산행으로 능선에 도달.

햇빛 속의 초록들은 벌써 광합성을 포기하고 카로티노이드의 노란색으로 갈아탄 잎들도 꽤 많이 보인다. 원래 나뭇잎에는 초록의 엽록소와 노랑의 카로티노이드라는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잎은 광합성이 활발할 때에는 초록이 무성하다가, 엽록소가 활동을 멈추고 겨울 채비를 하면, 카로티노이드의 노란색이 주종을 이루다 떨어진다. 

 

은행잎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부는 안토시아닌 물질의 붉은 색을 생산한다. 왜? 진딧물은 붉은 안토시아닌을 싫어하여 진딧물이 1/6으로 줄어든다. 결국, 식물도 생존에 적합하기 위하여, 일부러 붉은색을 낸다. 결국 생물의 생존 전략이다. 능선의 나무들은 제법 붉은색을 띠는 잎들도 눈에 보인다. 1, 2 주 정도 지나면 이곳도 단풍이 한창이겠다.

 

정상에 도착하니 동, 서의 딱 트인 시야가 반갑고, 남서쪽의 삼각산과 오봉, 자운봉 등의 능선들이 북한산 깊은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정상에서 널리 내려다보면,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그 사이의 공간이 있지만, 그 안의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움직임이 있는 듯하다. ‘靜’속의 ‘動’. 풍경 안에 흐르는 그 뭔가를 생각하면 언젠가 읽었던 최진석 교수의 ‘경계에 흐르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세계는 동사로만 존재한다. 세계가 새로운 곳으로 계속 이행하는 운동을 우리는 변화라 한다. 변화에 적응하면 살아남아 번성하고 변화에 적응 못 하면 사라진다. 경계에 서 있으면 불안하다. 이 불안이 그 사람을 예민하게 유지해 주고, 그 예민함이 경계가 연속되는 흐름임을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기억에 갇혀 더 이상 창의적 돌파가 불가능해 지면, '사람'의 형상은 하고 있되 진짜 '사람' 혹은 참된 '사람'은 아니다. 주도권이 '사람'에게 있지 않고 '기억'에 있기 때문이란다. 흔히 자기가 만든 관념에 빠져 살아있는 모습이 허울뿐인 허상으로 사는 거란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관념의 세계. 조주 선사가 말한 ‘庭前柏樹子’(정전백수자/뜰 앞의 잣나무)도, 허울뿐인 허상을 경계하고 현재를 직시하라는 말이라 하지 않던가.

 

정상에서의 상상은 항상 즐겁고, 그러기에 정상에 오르고 싶은 것이리라.

 

 

내려오는 길은 안골계곡으로 정해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지만 하산길에는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다. 안골계곡의 정취도 호젓한 산골의 숲속 같다는 느낌으로 내려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경민대 앞에서 버스를 타고 회룡역으로 오는 차 안에서, 사패산의 어스름한 자태를 바라보며, ‘산에서 배우는 인생’이란 칼럼을 시작한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의 카톡 문자에 빙긋 웃음이 난다.

 

“넘어야 할 산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다. 그러니 산에 가라”

 

고마운 친구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정청래 “새해 첫 법안은 2차 종합특검...통일교 특검은 제3기관 추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2차 종합특검 법률안인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별위원회가 22일 발의한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새해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특검은 제3기관에서 추천하는 것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정청래 당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2차 종합특검과 통일교 특검은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 내란 청산과 개혁 완수를 향한 발걸음은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고 한시도 쉴 수 없다”며 “새해 1호 법안은 2차 종합특검이 돼야 하고 동시에 통일교 특검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3대 특검에서 미진했던 부분들만 모아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모든 의혹들에 분명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며 “2차 종합특검으로 노상원 수첩, 여인형 메모, 채 해병 사건 구명로비 의혹, 김건희와 윤석열의 국정농단 등을 포함해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의 전말과 윤석열 정권의 모든 국정농단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당대표는 “민주당의 통일교 특검법안을 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안철수 의원, 대학 입학전형 변경 즉시 공표 의무화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학 입학전형 계획이 변경되면 즉시 공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외교통일위원회, 4선, 사진)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10조(학교협의체)제1항은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 및 원격대학 등은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각 학교의 대표자로 구성하는 협의체(協議體)를 운영할 수 있다”고, 제33조(입학자격)제1항은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 및 원격대학을 포함하며, 대학원대학은 제외한다)에 입학할 수 있는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나 법령에 따라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사람으로 한다”고, 제34조(학생의 선발방법 등)제1항은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 및 원격대학을 포함하며, 대학원대학은 제외한다)의 장은 제33조제1항에 따른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일반전형(一般銓衡)이나 특별전형(이하 ‘입학전형’이라 한다)에 의하여 입학을 허가할 학생을 선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4조의5(대학입학 전형계획의 공표)제3항은 “제10조에 따른 학교협의체는 매 입학연도의 2년 전 학년도가

문화

더보기
청춘의 도전과 성장 서사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을 펴냈다. 이 책은 저자 황선재가 12년 동안 품어온 월드컵 직관의 꿈을 실현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으로, 카타르 월드컵 현장의 열기와 한 청년의 성장 서사가 함께 어우러진 에세이다.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은 러시아 월드컵 직관을 놓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군 복무와 학업,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차곡차곡 준비해온 ‘카타르 월드컵 4년 프로젝트’는 단순한 여행 계획을 넘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시간의 기록으로 이어진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 팬들과 경쟁하고, 코로나19로 일정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과정은 책 전반에 긴장과 몰입을 더한다. 카타르 현지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탁월한 현장감을 지닌다. 경기장 주변 전시와 팬 문화, 세계 각국의 축구 팬들과 나눈 대화, 거리와 광장을 가득 채운 응원의 소리까지 모든 장면이 마치 독자를 현장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 듯한 생생함으로 묘사된다. 특히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던 그날의 광장 분위기가 이 책의 정점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월드컵 직관기’에 머물지 않는다. 꿈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