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16 (수)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⑤ - 사패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사패산이다.

'사패산'이란 명칭은 조선조 선조의 6째 딸 정휘 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을 가면서 임금이 하사한 땅이라 해서 붙여진 것으로, 이 일대는 오랫동안 군사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다 풀려, 보기 드물게 원시림이 잘 보존되고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맨 북쪽 산이다.

 

추분이 지나 짧아진 낮 길이를 생각하여, 1시에 회룡역에 집합한 일행은 회룡교로 향한다. 회룡역 주변의 상전벽해(桑田碧海)한 듯한 변화에 눈을 돌리며 번화한 거리를 지나, 회룡교를 지나면서는 도시의 자취는 희미하고 시골 개울가 길을 따르는 듯, 한적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오르는 길가의 목공예방 주변에는 구절초와 개미취, 이름 모를 들풀들이 제철 만난 듯 그 자태를 뽐내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은 한가로이 사진을 찍으며 휴일의 화창함을 즐기고 있다.

 

회룡사로 향하는 콘크리트 길옆의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며 시원한 물소리를 들려주니 약간 가파른 고갯길도 그런대로 오를 만하다. 회룡사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태조 이성계와 밀접한 무학대사가 이 절에 머물 때, 함흥차사를 만들던 이태조가 한양에 돌아오며 무학대사를 만나러 들른다는 소식에 ‘回鸞龍駕’(회란용가/임금의 말과 가마가 돌아오다)라 기뻐하여 회룡사가 되었다는 안내문을 보며 등산길에서 절을 내려다본다.

 

절은 크지 않으나 은은히 찬불가가 흘러나오는 절 앞 잔디에는 젊은이 둘이 잔디에 누워 있고, 절 위쪽의 텃밭에는 고추 따는 보살님이 손을 놀리고, 어린 배추, 무가 싱싱한 초록색으로 잘 자라고 있어 가을걷이를 앞둔 전형적인 산사의 가을 풍경을 느낀다.

불경에서 유마 거사는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 했다는데, 산사가 그림이니, 온 세상이 화엄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적한 산길을 오른다.

 

사패 능선을 향하는 계곡 길은 오를수록 경사가 급하나 한 시간여의 산행으로 능선에 도달.

햇빛 속의 초록들은 벌써 광합성을 포기하고 카로티노이드의 노란색으로 갈아탄 잎들도 꽤 많이 보인다. 원래 나뭇잎에는 초록의 엽록소와 노랑의 카로티노이드라는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잎은 광합성이 활발할 때에는 초록이 무성하다가, 엽록소가 활동을 멈추고 겨울 채비를 하면, 카로티노이드의 노란색이 주종을 이루다 떨어진다. 

 

은행잎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부는 안토시아닌 물질의 붉은 색을 생산한다. 왜? 진딧물은 붉은 안토시아닌을 싫어하여 진딧물이 1/6으로 줄어든다. 결국, 식물도 생존에 적합하기 위하여, 일부러 붉은색을 낸다. 결국 생물의 생존 전략이다. 능선의 나무들은 제법 붉은색을 띠는 잎들도 눈에 보인다. 1, 2 주 정도 지나면 이곳도 단풍이 한창이겠다.

 

정상에 도착하니 동, 서의 딱 트인 시야가 반갑고, 남서쪽의 삼각산과 오봉, 자운봉 등의 능선들이 북한산 깊은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정상에서 널리 내려다보면,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그 사이의 공간이 있지만, 그 안의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움직임이 있는 듯하다. ‘靜’속의 ‘動’. 풍경 안에 흐르는 그 뭔가를 생각하면 언젠가 읽었던 최진석 교수의 ‘경계에 흐르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세계는 동사로만 존재한다. 세계가 새로운 곳으로 계속 이행하는 운동을 우리는 변화라 한다. 변화에 적응하면 살아남아 번성하고 변화에 적응 못 하면 사라진다. 경계에 서 있으면 불안하다. 이 불안이 그 사람을 예민하게 유지해 주고, 그 예민함이 경계가 연속되는 흐름임을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기억에 갇혀 더 이상 창의적 돌파가 불가능해 지면, '사람'의 형상은 하고 있되 진짜 '사람' 혹은 참된 '사람'은 아니다. 주도권이 '사람'에게 있지 않고 '기억'에 있기 때문이란다. 흔히 자기가 만든 관념에 빠져 살아있는 모습이 허울뿐인 허상으로 사는 거란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관념의 세계. 조주 선사가 말한 ‘庭前柏樹子’(정전백수자/뜰 앞의 잣나무)도, 허울뿐인 허상을 경계하고 현재를 직시하라는 말이라 하지 않던가.

 

정상에서의 상상은 항상 즐겁고, 그러기에 정상에 오르고 싶은 것이리라.

 

 

내려오는 길은 안골계곡으로 정해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지만 하산길에는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다. 안골계곡의 정취도 호젓한 산골의 숲속 같다는 느낌으로 내려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경민대 앞에서 버스를 타고 회룡역으로 오는 차 안에서, 사패산의 어스름한 자태를 바라보며, ‘산에서 배우는 인생’이란 칼럼을 시작한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의 카톡 문자에 빙긋 웃음이 난다.

 

“넘어야 할 산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다. 그러니 산에 가라”

 

고마운 친구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中화물우주선 ‘톈저우 9호’ 우주정거장 향해 성공적 발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중국의 화물우주선 ‘톈저우(天舟) 9호’가 15일 새벽 하이난 섬의 원창 우주발사센터에서 중국 전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향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중국 유인우주항공공정판공실( CMSA)이 발표했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톈저우 9호를 탑재한 창정 ( 長征 )10호 로켓은 오전 5시 34분(베이징시간) 에 중국 남부 하이난 섬의 원창 발사기지에서 발사돼 하늘로 날아갔다고 우주당국은 발표했다. 톈저우 9호는 발사 10분 뒤 쯤 로켓에서 분리되어 정해진 궤도 안에 진입했다. 우주선의 태양광 패널이 이내 펼쳐졌다. CMSA는 완벽하게 성공한 발사라고 선언했다. 중국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 물자와 장비를 수송하는 화물우주선 톈저우 시리즈는 우주정거장 건설과 운영을 위한 핵심 수송체계로, 생필품 및 실험 장비 등 다양한 물자를 운반해왔다. 톈저우 9호는 나중에 우주 정거장 시설과 랑데부 및 도킹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화물로는 우주정거장 필수 공급품,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소비품과 여러가지 실험 장비등이 실렸다. 톈저우 9호는 우주 정거장 개발 이후로 네 번째 화물 공급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는 창정 로켓 시리즈가 지금까지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김경 서울시의회 문체위원장, “‘보탬e’ 아닌 ‘부담e’, 행정에 파묻힌 지방보조금 사업” 지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김경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강서1)이 지방보조금 시스템인 ‘보탬e’에 대한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며, 복잡한 정산절차로 인한 현장의 행정력 낭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탬e’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온라인 시스템이지만 실제로는 지나치게 복잡한 정산 절차로 인해 현장 실무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경 위원장은 지난 6월, 체육종목단체와의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회원종목단체들이 과도한 행정력을 부담하는 실태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김경 위원장이 사업자 친화적인 지방보조금 정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어려운 행정 용어와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사업자들이 서울시 공모 사업에 진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보조사업자 공모 시 현장·대면 설명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하는 「서울특별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현장·대면 설명회의 개최만으로는 ‘보탬e’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

문화

더보기
여름의 생동감과 풍요로움을 예술로 담아낸 '청풍전, 바람의 축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인사 1010에서 ‘2025 청풍전(淸風展), 바람의 축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여름의 생동감과 풍요로움을 예술로 담아내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 교류의 장으로 꾸며진다. 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은 매년 부채를 주제로 청풍전을 개최해 왔으며, 올해부터 다루는 주제를 문인화, 한국화, 민화, 수채화, 서예, 캘리그라피, 공예, 서각 등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예술가 간 폭넓은 교류를 도모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예술 축제로서의 의미를 더할 계획이다. ‘2025 청풍전, 바람의 축제’는 종로구 문화예술단체 지방보조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전시로, 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이 주최하고 종로구청, 한국문인화협회 경남지회, 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충남지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미술협회,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 바람꽃이 후원한다. 이번 전시는 빛과 색채, 화면의 깊이와 흐름을 살린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오피니언

더보기